사람은 사람을 만나서 치유 받을까, 상처를 낼까.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맞을까.
나는 상처를 낸다 쪽에 의견이 쏠려 있다. 그래서일까, 20년을 넘게 살며 다양한 사람과 교제해 왔지만 인간관계라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비단 현대인의 고질병은 아닌 듯하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뜬 데일 카네기가 일찍이 '인간관계론'을 썼고, 현재에도 두루두루 읽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2025년 12월 출간)>은 '데일 카네기 마스터'라 불리는 홍헌영 작가가 카네기가 제시한 인간관계론을 친절하게 풀어 쓴 책이다. 홍 작가는 이 책에서 카네기의 메시지이자 그가 전한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 방책을 '30가지 원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홍 작가는 "비난이나 비판, 불평을 하지 말 것"을 제1원칙으로 제시했다. 모든 비난, 비판, 불평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비난이나 비판 등을 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그것을 하기 전에 '잘못을 지적하는 목적'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체로 비난과 비판은 어떠한 결점을 바꿀 것을 촉구할 때 하게 된다. 카네기는 비난이나 비판이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덧없다는 점을 되짚었다. 때문에 비난과 비판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긍정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전한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에게 관심을 기울여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에 대한 '앎'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이 앎은 그에 대한 칭찬이나 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한 이야기와 이어지기도 하는데, 비난이나 비판보다 칭찬과 감사를 표하는 것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이 책은 짚고 있다.
이쯤 읽으면 당연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랬다. 원만한 인간관계는 결국 뻔하고 당연한 것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설득, 협력, 협상을 위한 12가지 방법"이라는 챕터가 눈길을 끌었다.
요약하고 시작하자면 이 챕터 또한 완전히 새로운 가르침 혹은 현란한 화술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다만 설득 혹은 협력 상황에서 보여온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화를 나눌 때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하지 말라.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을 시작하고 계속 그것을 강조하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갈등 상황에 놓이면 충돌하는 것을 말하면서 서로의 주장을 내놓기 급급했다. 그러나 카네기는 이와 반대로 "서로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단지 그것에 이르는 방법일 뿐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갈등은 같은 목적 아래에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충돌로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입에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게 할 것이 아니라 "네, 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점도 (이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인상적이었다.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때로는 나의 관점에서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선으로 그의 속내까지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카네기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스스로에게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하고 물어보라"고 말이다. 상대가 어디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전한다.
<데일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은 이와 같이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풀어 써 놓았다. 카네기가 전하고자 했던 말의 본질을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짚으면서 그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자칫 카네기의 의도를 잘못 파악해 반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 있다면 "사실 카네기는 이런 말을 전한 거였어"라고 말하듯 의미를 분명히 해 준다. 이것이 복잡한 인간관계가 조금은 쉽게 다가오는 이유다.
실생활에서 한 번쯤 해봤을 경험을 말해주는 점도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거래처와의 소통 방식, 고객을 대할 때의 방법 등 회사는 물론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의 방식까지 책에는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나를 더 돌아보고 성찰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자기계발서가 의미 없이 던지는 훈수를 싫어하는 사람도 가볍게 읽기 좋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목차가 깔끔하게 정돈 돼 있어, 필요한 부분을 찾아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나'라는 사람이 이 조언들을 흡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 같다.
책을 덮으면서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넓게 사람을 본다면 상대가 누구든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생각이 '사람은 사람을 치유받는다'는 생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남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