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내 평생의 숙제다. 아무리 고민하고 경험해 봐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듯 느껴진다.
몇 년 전 서점에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을 마주했다. 그 당시 책의 저자는 잘 몰랐지만, 인간관계라는 단어 하나에 이끌려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으면, 나같이 예민한 사람도 인간관계에 있어 유연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리더를 자처하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기에, 비즈니스 관계와 리더십에 초점을 둔 데일 카네기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읽는 내내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이 책을 급히 꺼내 읽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만 했다. 결국 그 책을 흡수하지 못한 채로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그런 내게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은 그때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비즈니스 관계나 리더십은 물론, 일상적인 만남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30가지의 원칙들이 앞으로 마주할 인간관계에 맞설 용기를 심어주었다.
다시 읽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에 단 한 명뿐인 '카네기 마스터'라고 한다. 카네기 마스터란 명칭은 처음 들어보지만, 전 세계에 30명이 있고 대한민국에 단 한 명이라는 말에 신뢰감이 들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30가지 원칙을 각각 한 문장의 명확한 메시지로 소개하며, 그 안에 원칙의 본래 뜻과 실전 팁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본래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원칙들의 숨은 뜻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 좋았다. 또,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는 곁에 두고 틈틈이 머릿 속에 되뇌이는 연습이 필요한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친절히 다가오는 해설지 같았다.
각 원칙의 끝에는 그것을 설명하는 대표 문장을 따라 적으며 다시 새기는 페이지가 등장한다. 실제로 그 문장을 다시 읽고 연필로 끄적이다 보면,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깊이 와닿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뒤이어,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철없었던 과거의 행동들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
말을 고민하기 전에 태도를 먼저 돌아보기
원칙 04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원칙 05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미소를 지어라
원칙 06 상대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
원칙 07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면 경청하는 사람이 되어라
원칙 08 상대방의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하라
책에서 소개하는 30가지 원칙 중 가장 와닿았던 건, 상대를 대할 때의 태도를 바꾸라는 지침이다.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들리는 말도 중요하지만, 내뱉는 문장 안에도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는 결국 카네기가 말하는 인간관계의 핵심이 말보다는 태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을 서툴게 한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태도가 불편하면 그 상대와의 다음 만남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꽤 많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마주해온 환경과 상황, 그리고 사람에 의해 내 몸에 익숙한 태도를 장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몸에 밴 태도가 곧 습관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말보다 태도를 바꾸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습관이 된 태도가 본인에게는 잘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한 번 굳어진 습관을 고치지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행동'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히 여긴 탓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인간관계를 다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침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 했던 지난 행동들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했던 노력들은 전부 '말 잘하는 방법'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우호적으로 대하게 하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이제는 말보다 먼저, 상대를 향한 순수한 관심에서 비롯된 태도를 갖추는 연습에 집중하고자 한다.
모든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노력
인간은 생각보다 사소한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또 반응한다. 그래서 살다 보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이 안 따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타인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움직일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 감정을 즉시 제어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체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체력과 시간은 귀로 들리거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그 소모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몸으로 직접 체감하지 않으면 아무리 고민해봐도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 많고 다양한 경험인 듯하다. 책에 나오는 30가지 원칙을 따르는 일은 완벽히 해내야 인정되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드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씩 몸으로 익힌 경험들이, 서로 다른 인간을 긴장감 없이 대하는 태도와 그 기준을 세우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것은 상하고 어떤 것은 숙성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시간에 무심히 내맡기면 우리는 쉽게 닳고 상하지만, 일정한 질서와 온도가 갖춰진다면 그 시간이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책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