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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그늘을 그리는 그림자를 계속해서 가른다.

조각 사이에 낀 먼지 한 톨까지 곱씹어 문다.

그것은 금세 날카롭게 재단되어 숨통을 찌른다.


스친 대로 남은 자국, 그 사이로 비스듬히 섰다.

나의 가장 초라한 밑바닥이자, 나의 근간.


하염없이 좁은 길을 물다, 딱딱한 것이 씹혔다.

가시가 무언가를 에워싼 모양새였다.

뿌리를 뒤덮은 재를 파도 쓰다듬듯 거두었다.


'살아 있어.'


차디찬 겨울 속에서, 용케도 잃지 않고서

외로이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었구나.


'무엇일까.'


'.'


그는 스스로를 가시로 옭은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나조차 꾹 닫고서 머금어버렸는데,

내뱉지 않은 채로 답을 바랄 순 없겠지.


'네게선 들을 수 있을까?'


아껴놓았던 마지막 숨을 그에게 주었다.


"부디 널 보여줘."


날숨과 동시에 멈추었던 세계가 흐른다.

머물렀던 시간마저 빠르게 달아난다.


서서히 무덤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던 찰나,

 


머무름의틈700.JPG

[illust by EUNU]



그가 꼬르르, 숨 한 방울 내쉬고는 머금던 것을 내보였다.

 

치열했던 지난날, 그리고 이를 견고히 덮은 응어리.

이 안엔 우리의 눈물과 너울이 모두 들어있겠지.


지키기 위해 빚어왔구나.

내일의 시작이 될 지금을 기다려 왔겠구나.


'나와 같이 가자.'


진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네게 내일을 약속해.'


우리는 매몰됨에도 끝없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


'빛 드는 세상을 지어 볼게.'

 

어제보다 자라나야 한다는 것.

 

파도로 길을 연다.

이제 한껏 웅크렸던 우리를 펴고서 도약한다.


"진실은 정답이 될 수 없어."

 

네게 수없이 새겨진 흉터를 영영 지울 수 없겠지.

끝내 침몰해버린 너의 껍데기도 찾지 못할 거야.


하지만 상처가 두려워 머무른다면, 무엇도 바꿀 수 없어.

나의 흠집과 어제에 더는 떨지 않아.


사막이라 이름 붙인 이상

바깥세상은 메말랐다며 널 손가락질하겠지만,

내게 넌 틀림없는 오늘이야.


"괜찮아, 이제 모두 조용해.

이곳엔 오로지 너희와 나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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