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검었던 내 마음속 우주에 품고 싶은 별을 담기 시작했다. 뜨겁게 탈 줄 아는 별, 푸른 고요를 머금은 별. 서서히 나의 세상에 흰 점들이 모여들었다. 동경하는 별, 닿고 싶은 별, 사랑하는 별…. 가끔은 멀게 느껴지는 이 존재들은, 동시에 나의 조각이다. 그 별을 파고들다 보면, 또 다른 나의 일부를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오늘은 내가 가장 아끼는 별 하나를 소개해 보려 한다.
그 별은 현재에 열중하면서도 관객이 되길 놓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음을 외치는 하늘 아래 다채로운 색들을 풀어내며 매일을 물들인다. 내게 '오늘'을 가르쳐준 별, 나와 함께 기꺼이 새로운 낭만을 찾아 떠나주는 나의 별을 모셨다.
은하수를 유영하다 만난 별 하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은유 작가님의 1호 팬 맑은 별입니다. 기계공학과를 휴학하고 군 복무와 함께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진로를 고민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병행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여가 시간에 주로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소설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노래와 소설 소개해 주세요!
잔잔한 노래를 좋아해서 발라드 장르를 좋아해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거든요. 그중에서도 아이유 님의 노래를 특히 자주 듣고 있습니다. 요즘은 'Love Wins All' 노래에 빠져 있어요. 가수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를 가사에 녹여낸 곡이에요. 곡 설명에도 등장하지만, 우리는 곳곳에 혐오가 놓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이더라도, 그 안에서 갈등과 역경이 찾아오기도 하죠. 어떤 순간에도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저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때는 아닌 듯하다.
눈에 띄는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 'Love Wins All' 소개 中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 줄래'라는 가사 부분을 특히 좋아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끝을 생각하니 소중한 사람과 맺는 관계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끝내 저무는 마지막이 오더라도 함께 하자고 약속하는 것이 사랑이 가진 힘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남습니다.
소설은 웹소설과 문학 소설 모두 자주 읽어요. 그중에서도 주인공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어서 무협과 판타지 장르를 즐겨 봐요. 그리고 치밀하고 세세하게 짜인 세계관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해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오래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평소에 여러 문화를 향유하며 시간을 보내시는 것 같아요. 혹시 처음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기억나실까요?
정확히 처음을 짚을 순 없겠지만, 본격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 학원을 여러 개씩 다니고, 할 일도 많아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서서히 일상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때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 볼지 고민하다가,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 더 폭 넓은 문화를 경험하며, 저의 취미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 오셨을 텐데, 소개하고 싶은 인생 작품이 있을까요?
2019년에 개최되었던 아이유 님의 투어 콘서트 'Love, Poem'이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큰 규모의 공연을 찾은 것이 처음이어서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더욱 몰입해서 관람했던 것 같아요. 옆자리 분이랑 응원도 열심히 했고요. (웃음)
당시 신곡이었던 'Love Poem' 라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평소에도 좋아하는 노래여서 자주 들어왔는데, 현장에서 감상하니 음원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들까지 전달받을 수 있었어요. 가사 하나하나, 마디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까지 여운이 남을 정도로요. 그중에서도 마지막 가사를 가장 좋아해요. 보통은 하이라이트 가사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 노래는 조금 특별하게 끝부분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 'Love Poem' 中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갈 때, 그 곁에서 응원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침내 길고 긴 밤이 끝났을 때도 여전히 네 옆에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가사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이 이후로 가사에 담긴 의미를 더 생각하며 노래를 듣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듣기에 좋은 노래를 더 선호했지만, 지금은 가사에 더 초점을 맞춰 감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에 관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문화생활을 이어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 것 같으세요?
여러 문화를 만나다 보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나아가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이 꼭 창작 활동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삶에도 적용할 수 있거든요. 고민이 많을 때, 생각을 정리할 때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느꼈던 것들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면, 저는 작년에 아주 힘든 여름을 보냈어요. 훈련소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을 때, '얼른 이 여름이 지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때 작가님이 아이유 님의 미 발매곡 'Bye Summer'를 배경음악으로 한 깜짝 영상 편지를 보내 주셨어요. 길고 긴 여름을 보내준다는 내용의 곡이었는데, 저의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져서 더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아요. '관객이 될게' 가사를 인용한 영상 속 마지막 문장 '너만의 승리를 이뤄'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삶을 위로하고, 고민의 해답을 찾아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오랜 시간 동안 문화를 애호해 온 이유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문화예술이 갖는 의미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변주'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준비 기간이 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보니, 삶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지칠 때도 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 음악과 소설을 감상하면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의미가 생기더라고요.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머릿속을 정리해 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조로운 음악에 변주를 준다'고 정의해 보았습니다.
다채로운 우리의 별자리
자기소개에서 말씀해 주셨듯, 제 작품을 가장 먼저 좋아해 주었던 분이세요.
팬아트와 인물 그림을 그리는 모습으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 많이 그리셨던 색연필 그림의 색감이 예뻐서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제이플라 님의 'Troye Sivan - Youth' 영상의 한 장면을 그린 팬아트가 기억에 남아요. 영상 속 분위기가 색연필 특유의 질감으로 표현되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리고 글도 함께 쓰셨는데, 특유의 비유적 표현이 신비로웠어요.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숨은 의미를 찾고 싶어서 글을 꼼꼼히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이때 쓰셨던 글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재는 아트인사이트에서 ‘별바라기’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시죠. 본인이 직접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 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해석해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별바라기'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뽑아 주신다면?
7화 '별꽃을 따라'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림 속에는 사막과 하늘, 꽃, 물에 비친 별들이 함께 등장해요. 그 요소들이 아름다운 색감의 밤하늘 아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라데이션 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특히 예쁘게 보였어요. 그리고 이전 시리즈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던 꽃과 진주, 오아시스가 다시 한번 새로운 구도로 등장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글귀에서는 사막의 요소들과 대화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태양이 될 수 없다면,
"그 끝이 핏빛일지라도, 널 따라가 볼래."
거슬러 밤으로 날아가 볼까.
- [별바라기] 7. 별꽃을 따라 中
등장인물의 대화와 함께 문장이 구성된 것이 새로웠어요. 소설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표현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별바라기로도 접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 ‘별’의 존재도 기억에 남아요. 어두운 상황일지라도 그를 배경 삼아 빛나겠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어요. 별에 빗대어 들려주신 작가님의 이야기와 저의 이야기가 닮아 있다고 느낀 부분이거든요. 글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하는 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언젠가 별꽃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있다.
낮에는 태양 빛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어둑한 밤이 되면 그를 배경 삼아 빛나는 별의 이야기.
멀리서는 그저 점에 불과한 작은 불빛이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을 스스로 태우며 빛나고 있다고.
- [별바라기] 7. 별꽃을 따라 中
별바라기 시리즈의 중심에도 '별'이 있고, 맑은 별 님의 본명에도 '별'의 의미가 들어 있죠. 이제 저희에게 별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상징이 되었는데, 본인에게 '별'이란 어떤 의미를 주는 존재인지 궁금해요.
예전부터 하늘에 뜬 별을 자주 올려다보곤 했어요. 어두운 밤에도 빛을 내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좋았거든요. 그때 밤에만 볼 수 있는 별들을 '밤의 이정표'라고 여기게 된 것 같아요. 별들은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죠. 또한 저의 하루가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해요. 그런 별을 보며 하루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저 스스로를 '맑은 별'로 소개했고, 작가님은 '까막별'이라고 표현하셨죠. 이렇듯 주변 사람들을 각자의 특징을 지닌 별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중한 인연들이 모여 저라는 별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사와 소설, 그리고 저의 이야기까지. 글을 특히 애호하시는 것 같아요. 게다가 지금 작성하고 계신 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아직 구상하는 단계에 있어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저 스스로를 '나무'에 빗대어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아요. 나무는 사계절을 여러 차례 겪게 되죠. 이 계절의 변화를 중점으로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나중에 세상에 공개할 의향이 있나요?
어디에서 공개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모집 중인 것 알고 계시죠?
(웃음) 당장은 아니더라도, 작품을 올릴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작가님 작품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저도 한 명의 독자로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는 서로의 부스러기를 쥐고 있다. 그 안에는 모질고 거친 것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인 이유는, 불완전한 오늘을 쌓아 더 나은 오늘을 만들 줄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게 오늘을 완전히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내일'이 전부가 아님을 이제는 안다. 그러니 우리 꼭 근사하게 저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