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마지막으로 그림책을 읽으셨나요?
어린이들은 어릴 때 딱딱한 표지로 덮여있는 크고 얇은 동화책 혹은 그림책을 읽는다. 그림책은 책에 있는 글자들을 모두 모아도 한 문단이 안될 때도 있다. 언제 우리가 마지막으로 짧은 글과 많은 그림이 있는 책을 읽었나. 아무래도 대부분의 성인들은 어린이를 졸업하면서 그림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200-300페이지가 넘는 어른스러운 말이 잔뜩 적혀있고, 이렇다 저렇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등의 책을 읽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 또한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데, 단순히 ‘그림을 본다’, ‘짧은 글을 읽으며 생각을 단순히 한다’를 넘어서,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까지 건드릴 수 있는 장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책은 복잡한 감정을 다루지 않고,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감정을 단순한 장면과 함께 언어로 압축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감당하기를 미뤄놓았던 외로움, 상실, 불안, 그리움 등을 부담 없이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른의 독서는 종종 상식을 쌓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설명을 잔뜩 습득하고, 내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요청받고, 누군가의 경험을 머릿속으로 간접 체험을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넓은 한 페이지 안에 단순한 그림을 오래 바라보며 한 문장이 있을까 말까 한 글을 읽으며 차분히 머무는 독서를 할 수 있다. 과잉 정보에 지친 뇌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또한, 어른이 되며 약해지는 상상력과 감정 이입을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다시 키워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림책을 읽으면서 한 문장 읽고 그림을 바라보고 휙 넘기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진득이 머무르게 되는 그림책들을 보면서 가벼운 사색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그림책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 싶다. 각 그림책에는 한 페이지에 한 문장밖에 없다. 각 문장을 보고 짧게 든 깊게 든 가볍게만 머물러 보면 좋을 것 같다.
두 갈래 길
글, 그림 / 라울 니에토 그리디
이 그림책은 제목처럼 중요한 선택에 기로에 있어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는 지난달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아주 많이 추천드려보고 싶다. 모든 글을 다 적어도 하나도 길지 않은 한 문단 정도의 짧은 내용이지만, 아래에 세 문장만 기록해 본다. 각 문장은 한 페이지에 하나씩 존재하고 그림도 무척 심플하다. 글을 덜어내며 생각도 조금 덜어내보면 어떨까. 각자가 감당해야 무게는 더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 더없이 가벼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과 같아.
길 위에는 신기한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지.
말없이 걸어야 할 때도 있어.
나나의 비밀모자
글 / 덕분에신나
그림 / 전희성
*과천 알파룸에서 전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6.01.05~01.31)
[나나의 비밀모자]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질문하며 시작한다. 토끼 나나의 비밀 이야기로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몸을 인식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토끼는 귀가 3개인 비밀을 감추기 위해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바람에 날라가 버린 모자를 주변 동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찾아다닌다. 각 동물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비밀 이전에 마음을 먼저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이 동화책과 관련한 전시가 과천 알파룸에 열려있고, 그 공간에서는 “너의 비밀은 뭐야?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와 같은 질문을 관람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동화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가 던진 질문에 잠깐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가장 ‘나답다’고 느끼지만 남들은 모르는 비밀 같은 나의 모습들을 글로 남겨보았다.



그림책으로 언어 이전의 감각을 되살려보고, 짧은 문장과 그림이 주는 단순한 조화로 머릿속의 여백까지 그림책에 맡겨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