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박물관의 관람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어디론가 사람들이 뛰어갔는데 그 곳은 전시관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굿즈샵.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샵에서 판매하는 전통 미술 작품을 모티브로 한 굿즈들의 인기가 덩달아 치솟은 것이다. 그 (광경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필자마저 얼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전통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그 굿즈들이 대부분 조선시대까지의 작품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근현대 미술은 추상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굿즈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보면 현대 미술 작품을 이용해 가방이나 포스터 등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근현대 미술로 어떤 작가가 유명한지 생각해보면 필자의 견식이 짧은 것도 있지만 10명 이상을 쉽게 거론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여전히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관심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된다.
이에 대한 호기심과 반성의 일환으로,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를 읽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다녀왔다.
먼저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의 저자 우진영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에 애정이 깊은 사람이다. 모네와 피카소보다 김환기와 구본웅이 좋았던 저자는 근대미술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재직하고 있으니 이 사람이 쓴 근현대미술은 얼마나 사랑이 가득할까 궁금해졌다.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근대와 현대 미술을 이음으로써 미술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양상에 대한 설명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나누어 근현대 미술의 주제를 보여준다. 먼저, 근현대 하면 생각나는 환경인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이 도시 속에서의 미술 작품을 보여주는 1부에서는 특히 미술이 꽃피운 경성, 그리고 현대의 서울에 대한 비교를 수행한다. 2부는 경계선 위의 존재들로써 우리 삶에 소외되어 살아가는, 그러나 하나의 인간이라는 존재론적으로 강력한 그것들에 대하여 시선을 옮긴다. 여성, 장애인 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읽었을 때에도 이해 가능한 시대를 앞서가는 근현대 미술의 초상을 읽을 수 있다. 3부는 보다 다채롭다. 계절을 다양한 색과 형태로 표현한 작품에 대한 이 장에서는 계절이 각기 소유하는 감각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4부와 5부는 보다 개인적인데, 4부는 먼저 내면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박서보의 작품을 포함하여 몽환적이고 혼란스러운 그 '소용돌이'에 대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5부의 제목은 '삶에 흐르는 이야기', 즉 미술이 우리 삶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써 존재함을 나타낸다. 삶을 사는 우리기에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드라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표현된 작품들이 등장한다.
5부에 등장하는 김환기와 이중섭은 필자가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좋아하는 그림들을 떠올리며 읽었는데, 특히 김환기 작가와 손승범 작가를 이은 게 인상 깊었다. 작가는 낯설었지만 작품은 어딘가 낯이 익었는데, 전혀 다른 화풍과 주제 의식을 가진 두 사람을 영원에 대한 소원이라는 주제로 이은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어렴풋이 맞닿아있음을 느꼈다. 그 염원과 허무함을 서양화로, 한국화로 표현한 두 사람의 마음에는 어쩌면 비슷한 온도의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어려운 마음이 들었다.
필자는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에 등장하는 작가들을 부끄럽지만, 많이 알지 못했다. 그나마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아주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만 알고 또 그것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 근현대 미술을 보다 자세히 이해하고 알고 싶어졌다. 따라서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하고 왔다. 쉽사리 그림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이 가진 깊은 감정과 획기적인 독창성을 보며 컨템포러리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독특함을 느꼈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전통 회화처럼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을텐데, 그럼 근현대 미술이 단순히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깊게 사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비단 과거의 책이 아니라고 느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근대로부터 뻗어온 미술이 다양하게 닿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근대 미술을 맞닿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상황 속에서 우리는 또 어떠한 현대 미술적 개념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또 우리는 어떠한 근대가 되어 미래의 현대에 다가갈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럼 어떠한 미술이 되어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아가다 과거에 남게 될 것인가. 깊은 고민을 남기게 하는 책,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