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라트〉를 보고 받은 충격은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아직 정식 극장 개봉 전이라 이 감정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한 채 이 영화가 남긴 인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아무 정보 없이 마주했을 때 가장 강렬한 감정이 남는 작품이니까.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레이브 파티.
사실 레이브 파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에게 끝없이 광활한 사막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사운드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둥둥 울리는 비트는 잠시 생각을 멈추게 하고, 몸을 리듬에 맡기게 만든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비슷한 상태인 듯했다. 현실에서 잠시 분리된 이름 없는 존재처럼.
그 낯선 공간 속에서 유독 이질적인 인물이 있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나선 루이스와 그의 아들 에스테반이다. 그들은 레이브와는 어울리지 않는 목적을 품고 그곳에 도착한다. 오직 딸을 찾겠다는 이유 하나로,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들이 이어진다.
영화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순간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찾아온다.
<시라트>는 전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전쟁 없는 전쟁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총격 장면이나 전투 장면 대신,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과 주변 인물들의 불안한 기류로 현실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더 또렷하게 전쟁의 공기를 체감하게 된다.
루이스와 에스테반, 그리고 또 다른 레이브 참가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연료를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고 길은 점점 험해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그 사실이 이 여정을 더욱 처절하게 만든다.
그들이 계속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움직이는 사람들. 살아남기 위해, 혹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발을 떼는 그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시라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체험은 극장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이번 시사회가 열린 곳은 롯데시네마 광음 시네마관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순간, 왜 이 공간에서 상영해야 했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공간 전체를 울리는 음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을 직접 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소리가 이야기를 이끄는 영화를 만났다.
또한 <시라트>는 POV 시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객 역시 그들과 함께 걷고, 달리고, 흔들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때로는 어지럽고, 때로는 불안하다. 하지만 그 혼란마저도 영화가 의도한 감각임을 생각하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시라트>는 충격의 연속인 작품이다. 결코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때로는 그 무게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럴 땐 레이버들처럼 잠시 눈을 감고 비트 위에 몸을 맡겨보자. 잠시 현실을 잊는 것이다.
다만 눈을 다시 떴을 때 어떤 현실을 마주할지는 온전히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