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친구들과 용리단길을 방문했다. 아직 11월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벌써 크리스마스로 물들어 있었다. 추운 밤공기에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다 보면 거리 곳곳에 놓인 트리와 건물 벽면의 산타 풍선, 골목을 지키는 곰인형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중에서도 내 발걸음을 붙잡은 건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 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연말 플레이리스트를 새롭게 정비하기로 다짐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아리아나 그란데의 [Last Christmas]처럼 캐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곡들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케이팝을 더 선호하는 나에게는 나만의 보석 같은 곡들이 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어주고 싶은 케이팝 캐롤 6곡을 소개하겠다.
NCT 127 –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창문 밖은 추운 걸 침대 위에 숨어서 겨울잠을 자고 싶어”
크리스마스라고 꼭 밖에 나가야 할까? 물론 거대한 트리와 하얀 눈이 내리는 도심의 풍경도 좋지만, 그저 따뜻한 침대 위에 누워 포근한 밤을 보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땐 망설임 없이 이 노래를 추천한다.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가 그저 푹 쉬고 싶은 하루다. 창문 밖은 춥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는 정신이 없으니까. [나 홀로 집에]는 그 솔직한 마음을 귀엽게 담아냈다. 친구들의 연락을 바쁘다고 둘러대며 거절하는 모습,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겨울잠을 자고 싶은 마음, 귤·젤리·초코로 가득 찬 바스켓과 영화 하나면 충분한 그런 하루.
어쩌면 바쁜 현대인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대변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B1A4 – 크리스마스잖아요
“오늘만은 보기 싫어요 케빈 나 홀로 집에 있긴 싫어”
NCT 127의 [나 홀로 집에]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품은 곡이다. 어쩌면 ‘캐롤의 정석’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잖아요.” 이 한마디는 곧 마법이 된다. 지치고 외로운 일상에도 이날만큼은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 위로가 되어준다. 연말이라서 너무나 바쁘고, 또 연말이라서 외로운 이들을 위한 노래. 크리스마스만큼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행복할 수 있도록 마법의 주문을 걸어준다.
[크리스마스잖아요]는 B1A4의 리더 진영의 자작곡으로, 팬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크리스마스에 혼자 있고 싶지 않은 사람, 혹은 잠시 쉬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어줄 곡이다.
러블리즈 – 종소리
“내 귀에 종소리가 들리게 해줘
이런 설렘의 시작을 알고 싶은데”
이 노래는 지금보다 더 유명해져야 한다. 러블리즈 특유의 솜사탕 같은 보컬이 통통 튀는 멜로디 위에서 더욱 빛나 애정하는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귓가에 종소리가 울릴 만큼 설레게 해달라는 귀여운 노래이다. 크리스마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종소리’라는 단어와 겨울의 몽글한 설렘이 잔뜩 묻어 있어 듣고 있으면 저절로 하얀 눈밭 위 굴뚝에서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집이 떠오른다.
마치 산타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부탁하는 어린 소녀의 마음 같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선물이 놓이길 바라는 마음처럼.
케이윌, 씨스타, 보이프렌드 – 눈사탕 (Snow Candy)
"왜 이제야 만난 거야 어디서 너 뭐 한 거야
온 세상을 찾아 헤맸는걸 내 사랑 널 위해서"
소속사 단위로 캐롤을 내는 경우를 꽤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젤리피쉬의 “크리스마스니까”를 예로 들 수 있다. [눈사탕] 역시 그런 곡 중 하나로, 케이윌·씨스타·보이프렌드가 함께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2013년 겨울 시즌송이다.
1절은 남자의 시선, 2절은 그에 대한 여자의 대답으로 풋풋하고 솔직한 사랑을 담아낸다. “사탕같이 달콤하고 보석같이 눈이 부신 너” — 굉장히 직설적인 비유라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처럼 마음에 와닿는다.
추운 겨울날의 고백이 유독 잘 어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위를 핑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연말의 분위기가 마음에 작은 용기를 얹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찬 바람 속에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니까.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솔직한 사랑 노래가 참 잘 어울린다.
방탄소년단 – Crystal Snow
“너를 꼭 안고 싶어 사라져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이 노래를 캐롤이라 볼 수 있는가?”로 친구와 토론한 적이 있다. 사실 나에게 캐롤은 ‘느낌’이다. ‘크리스마스’, ‘종소리’, ‘산타’처럼 직접적인 단어가 들어가지 않아도 노래를 들었을 때 저절로 하얀 눈밭과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그려낼 수 있다면 캐롤이라 생각한다. 윈터송과 캐롤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두지 않는다.
[Crystal Snow]는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방탄소년단의 일본 오리지널 발라드곡이다. 절절한 사랑의 그리움을 눈송이에 빗대며, 멤버들 모두가 감정선에 깊이 몰입한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대표적인 겨울 노래다.
언제 들어도 좋지만, 겨울철에 들어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 곡이니 꼭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온앤오프 – My Song
“밤새 움튼 나의 진심이 동이 트면 피어날 거야”
소곤소곤, 폭닥폭닥.
부드러운 멜로디 위에 내려앉은 진심 담긴 보컬이 참 좋다. 심플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해 점차 확장되는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이며, 오케스트라와 온앤오프의 목소리가 유독 잘 어우러진다. 여름에 발매되었지만 어딘가 몽글한 겨울의 공기가 느껴진다.
[My Song]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타이틀곡 [Your Song]도 함께 들어야 한다. 같은 메시지를 서로 다른 분위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My Song]의 후렴구 멜로디는 [Your Song]의 브릿지 멜로디와 같기에 연달아 듣는 재미가 있다.
온앤오프는 동반 입대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으며 이 곡이 담긴 스페셜 앨범 [Storage of ONF]는 군백기를 맞이한 팬들에게 건네는 깜짝선물이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선물인 만큼 노래 하나하나에 마음이 묻어난다.
누군가에겐 벌써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게 호들갑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연말의 따뜻함을 오래 즐겨보자. 여러분의 캐롤 플레이리스트도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