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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패터슨>, <커피와 담배> 등으로 잘 알려진 짐 자무쉬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깝고도 복잡한 관계를 미국 북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거리만큼이나 관계가 멀어진 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짐 자무쉬 특유의 조용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세 편의 옴니버스형 에피소드 구조를 가진 이 영화는 미국 북동부에서는 파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마더,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스터 브라더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서로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건배, 레드 드레스코드, 자동차 씬, 롤렉스 등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며 이러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화를 보며 가장 상징적이라고 느꼈던 지점은 파더 에피소드 속 자동차씬과 로드 무비 형식이었는데, 이는 짐 자무쉬 감독이 즐겨 쓰는 형식으로 여기서 자동차는 공간적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이자 인물들이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의미
자동차 → 집: 자녀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동차를 타고 한데 모여 아버지의 집으로 향한다. 이 장면은 '가족'이라는 의무감에 의해 물리적으로 끌어당겨지는 행위를 상징한다.
집 안: 아버지의 집에 도착한 자녀들은 오랜만에 대면하는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건배를 하지만 이 가족은 어딘가 불완전하고, 미묘하며, 어색한 적막이 흐르는, 그야말로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각자의 개별성 탓에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여 차를 마시는 것 조차 어색한 관계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집 → 자동차: 만남을 마친 자녀들은 다시 자동차로 돌아와 각자의 원래 생활공간으로 흩어진다.
이러한 회귀 형식은 물리적 거리가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각자가 가진 삶의 궤도와 정서적 간극을 확인하며 다시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는 가족 사이의 느슨한 연결을 보여준다.
즉, 자동차는 이 에피소드에서 가족 간의 만남과 단절을 프레임화하여 보여주며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고독한 개인들의 공존'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더불어 영화는 기존의 드라마틱한 가족 상봉과는 거리가 멀다. 자녀에게 받은 돈으로 멋진 차를 끌고 데이트를 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의 모습은 기존의 가족 영화가 보여주던 따뜻하고 헌신적인 부모의 온상에서 벗어나 인물의 입체성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파더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마더와 시스터 브라더 에피소드 또한 다양한 관전 포인트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더 에피소드에서 하이앵글 부감샷으로 찍은 테이블 장면은 짐 자무쉬의 2003년작 <커피와 담배>를 연상케 한다.
영화는 근사한 음식들로 가득한 테이블을 반복해서 보여주지만, 이상하게도 음식의 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처음과 거의 다르지 않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딸들은 시간이 꽤 흘렀다며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한다. 엄마 역시 딸들의 떠남에 큰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커다란 의무적 가족 행사를 무사히 치러냈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다.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딸들과 우연히 같은 색깔의 옷을 입었다면 반가워하거나 기념사진을 찍자고 할 법도 하지만, 이에 엄마는 “우리 다 똑같은 색 옷을 입었네. 민망해라”라고 말한다. 우연한 일치조차 유대의 계기가 되기보다는 회피해야 할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장면은 같은 색 옷을 입었을지라도 전혀 다른 개개인으로 통하는 이들 간의 심리적 간극을 재확인시키며 씁쓸함을 부추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가족이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불행해 보인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단편적이고 납작한 해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관계의 형태에 있어 "옳음"이란 없듯, 이들 역시 이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각자의 패밀리쉽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또, 이러한 냉소와 멜랑콜리하면서도 유쾌한 연출이 해당 영화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하나의 큰 사건이 등장한다거나 서사를 크게 강조하는 것 보다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과 사소한 순간들에 집중하는 형식을 채택한다.
다만 베니스 영화제에서 평론가가 언급했듯이, 마치 물이 천천히 차오르는 것처럼 어느 순간 가슴에 닿아 마음이 움직이는데, 왜인지는 알 수가 없는 감동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고로 감독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가족 간의 불완전한 소통과 거리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가족 관계를 사소하고 침묵하는 순간들을 통해 돌아보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현대 가족들이 겪는 '거리'의 문제를 짐 자무쉬 고유의 멜랑꼴리하고도 유쾌한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그 느슨한 연결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진실을 조용히 전달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시스터 브라더 에피소드까지 마무리 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배경으로 깔린 ost가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12월 31일 개봉하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영화관에서 만나보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깔리는 ost와 함께 전율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