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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포엠'이라는 이름은 이 공연을 보기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이 크로스오버 장르를 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막연히 다양한 장르를 하나 보구나, 정도만 떠올렸지 그게 정확히 어떤 무대일지 쉽게 상상하긴 어려웠다. ‘크로스오버’는 둘 이상의 이질적인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말한다고 했다. 이것이 공연으로는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한 마음과 기대감을 품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리고 실제 공연에서 라포엠은, 오페라부터 칸초네, 가곡, 뮤지컬, 가요까지 넘나들며 이들의 정체성을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증명해 보였다. 이 다채로운 장르들은 따로 놀거나 분절된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으며, ‘사랑’이라는 큰 주제 아래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어졌다.


 

 

1부. 라포엠을 보여주는 무대


 

공연의 시작은 KBS교향악단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이었는데, 노래가 아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열린 이 첫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장르가 이어질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이 서곡을 통해 오늘의 공연은 하나의 긴 이야기가 될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이어 한 명씩 등장해 '카르멘'의 곡들을 이어가는 방식은 마치 자기소개처럼 느껴졌다. 바리톤, 카운터테너, 테너 순서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각 음역대의 매력과 개성이 단번에 드러났다. 무엇보다 객원 소프라노와 함께하는 무대에서는 이 팀이 가진 오페라적 기반이 선명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다만, 카르멘이라는 극의 맥락을 충분히 모른 상태라 생각보다 노래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점은 아주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후 순서였던 한국 가곡을 들을 때 가사와 함께 감정적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점을 떠올리면, 오페라 파트에서도 가사나 극의 상황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면 조금 더 풍부한 경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1부가 라포엠과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소개하는 의도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배치였다.


이어진 칸초네의 경우, 이탈리아 대중가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실 곡을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고, 조금은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칸초네를 하나로 이어 붙인 편곡은 모르는 곡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듣게 했고, 마지막에 등장한 익숙한 멜로디의 ‘오 솔레 미오’는 공연의 분위기를 환하게 밝혀 주었다. 곡 선택이 아주 영리하다는 감탄이 나왔다.

 

 

[꾸미기][크기변환]라포엠.jpg


 

 

2부. 라포엠을 증명하는 무대


 

2부의 시작은 공연 전부터 가장 기대하던 '레 미제라블' 메들리였다. 의상은 분위기에 맞게 바뀌었고, 솔로 넘버와 앙상블 넘버가 조화롭게 구성되었다. 특히 앙상블 넘버에서 느껴지는 하모니와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귀가 꽉 차는 호화로운 경험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I Dreamed a Dream’이었다. 익숙한 넘버인데, 남성의 목소리로 팡틴의 감정이 살아나는 장면은 낯설었지만 한편 신선했다. 한 그룹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팀의 매력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노래가 끝나고 한 멤버가 농담처럼 레미제라블 넘버의 송스루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진심이길 바라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공연의 후반부는 라포엠의 자체 곡들로 채워졌다. 앞선 유명한 곡들이 관객의 기대를 키워주었다면, 이 무대는 그 기대를 라포엠만의 색으로 만족시켜 주는 과정이었다. 음악은 오케스트라와 밴드 사운드가 겹쳐 더 풍부했고, 때로는 동양적인 정서를 품은 선율은 이전의 연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결을 선사했다.


공연을 소개하는 글에 이 무대가 “한 편의 서사시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공연이 끝난 순간 그 문장이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실감했다.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축을 잡고, 다양한 장르가 토막 난 조각이 아닌 이야기의 장면처럼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공연의 주제인 '사랑'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무대 사이사이, 멤버들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관객을 대하는 태도 역시 공연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준 요소였다. 음악을 사랑하고, 공연과 관객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이런 믿음이 든 사람들의 공연이라면, 이 다음 장면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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