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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가을이 완연한 지난 금요일 낮. 교내 박물관 일정을 마치고 종로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오전에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이라니. 온종일 시간여행을 하는 하루 같지 않은가.

 

오랜만에 찾은 광화문은 여전히 크고, 차갑고, 거대했다. 요즘 나는 높은 빌딩들이 즐비한 서울의 거리를 걷다보면 건물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회인들. 그렇다면 미래의 나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지만 그것은 아무도, 하물며 나조차도 모를 일이다. 에디터 지원서를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특별전 초대를 받아 세종미술관을 찾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흥미와 기대를 품고 찾아오기는 했지만 사실 서양미술사는 내게 꽤 양면성을 가진 주제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술사 뿐만 아니라 서양사 자체가 그렇다. 분명 흥미롭고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다가도 낯선 이름과 용어들이 와르르 쏟아지면 어느 순간부터 슬슬 다시 헷갈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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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세종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는 서양미술사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움을 가졌던 사람들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미술애호가들에게는 미국 유수 미술관의 소장품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수요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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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서 인간으로, 그러나 인간은 아직 신의 손 안에] - 르네상스

 

르네상스는 중세의 신본주의에서 벗어나,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중심이었던 인간에게 다시 주목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이러한 인본주의의 영향으로 원근법과 사실성이 발전하였으나 여전히 기독교와 성경에 기반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중세와의 연결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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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찾아라] - 바로크

 

유럽의 제국주의와 절대왕정의 성장에 기반한 바로크 시대에는 강렬하고도 화려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르네상스에서 이어진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으며, 종교화 역시 꾸준히 그려졌다.

 

그러나 동시에, 일상이나 자연을 관찰한 작품이 늘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크 시대의 작품은 이후 등장하는 로코코에 비해 무겁고 극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이 강하다.

 

해당 작품은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하느님의 어린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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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살아가던 바로 그곳] - 로코코~신고전주의

 

로코코 시대는 루이 15세의 프랑스 왕실과 마드리드 부르봉 왕가에 의해 화려하게 꽃을 피워냈다. 특히 이 시기 그랜드 투어로 인해 풍경화를 찾는 여행객들의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신고전주의는 로코코의 화려함과 퇴폐적인 특색 대신 균형감과 대칭에 기반한 고전적인 미를 추구했다.

 

해당 작품은 마리 기유민 브누아의 <여인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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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빛의 자유를 위하여] - 사실주의~인상주의

 

프랑스와 미국 혁명 이후 19세기 미술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아카데미 예술과 아방가르드 예술이 대립 및 공존하던 시기였다.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인상주의는 사조의 변화를 거듭하며 아카데미 예술과는 다른 주제와 기법을 향해 나아갔다.

 

특히 인상주의는 색채와 빛에 기반한 광학에 주목하면서 과학적인 발견을 미술에 결합시켰다.

 

해당 작품은 클로드 모네의 <샤이의 건초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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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이어지며, 새롭게 흘러간다] - 모더니즘

 

19세기 이후 미술은 파리를 주축으로 삼아 발전하였다. 이 시기 예술가들은 기존의 관습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다채로운 주제와 사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시선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러한 시도에 힘입어 미술은 계속해서 변화해왔으며 그 흐름은 이제 오늘날의 우리에게 이르게 되었다.

 

위의 작품은 라울 디피의 <화가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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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은 시어도어 로빈슨의 <약탈자>였다. 색감이나 배경도 소설이나 영화 속 상황 같고, 어린아이가 등장하는데도 제목이 약탈자인 이유가 궁금했다. 다만 해당 그림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엽서를 구매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600년의 미술사를 다섯 개의 거대한 흐름으로 설명하면서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벽의 색을 통해 시대와 사조를 구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보라색(르네상스)→붉은색(바로크)→녹색(로코코~신고전주의)→푸른색(사실주의~인상주의)→분홍색(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분리는 어찌보면 미술사를 단절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비파에 영향을 미친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을 모더니즘으로 향하는 동선의 길목에 배치하는 등, 미술사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흔적이 돋보였다.


바로크에서 로코코로 향하던 중 마주친 프란시스코 고야의 말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이성에서 버림받은 환상은 불가능한 괴물들을 낳는다. 그러나 이성과 환상이 결합하면 예술의 어머니이자 경이의 근원이 된다."] - 프란시스코 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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