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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괴짜가 기꺼이 괴짜가 될 수 있도록 - 뮤지컬 '레드북'

시대마다 ‘비정상’이라 불렸던 존재들은 결국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by 김푸름 에디터
2025.10.27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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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해진 틀이 너무 많다. 정상성이라는 단어 하에 그 범위를 벗어나면 질책 받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때로는 옷차림이, 때로는 사랑이, 때로는 재능이, 그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 아래에서 '괴짜'라는 단어로 속박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주인공 브라운은 그러한 괴짜들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신사의 나라 영국, 그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안나는 사람들에게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굳센 여자’이자 동시에 ‘괴짜 같고 괴팍하며 여성스럽지 못한 여자’였다.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이야기하다 파혼당했다’는 파격적인 과거를 가진 안나는, 말 그대로 그 누구보다도 야한 것을 좋아하고, 그 사랑의 행위가 주는 해방감을 행복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그 경험은 ‘나다움’ 그 자체였고, 그렇기에 전혀 숨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경험은 소중한 것이지, 결코 그릇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빅토리아 시대에, 그런 그녀는 그저 ‘비정상의 의인화’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한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안나가 과거 메이드로 일했던 집의 손자 ‘브라운’이었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녀 앞에 기가 막힌 우연처럼 나타난 브라운은, 자신의 조모로부터 남겨진 유산을 전달하겠다며 안나를 찾아온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신사’를 의인화한 듯한 그는, 곤경에 빠진 안나를 (어쩔 수 없이) 외면하지 못하고 그녀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괴짜였던 안나는, 브라운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존재였다. 그는 막무가내로 자신과 함께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안나를 떼어내기 위해, 오히려 다정한 말을 건넨다. “당신만의 재능과 쓸모가 있을 거예요.” 그 말은 달콤했지만, 동시에 그녀를 멀리 두려는 그의 간절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운의 말에서 자신을 향한 세상의 억압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 안나는 로렐라이 언덕을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처럼 틀에 끼지 않는 여인들과 마주하며, 억눌렸던 욕망과 목소리를 글로 옮기고, 기존의 규범 너머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처럼 세상의 틀에 맞지 않는 여인들과 마주하며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를 통해 그녀는 사회가 정해놓은 금기를 정면으로 마주했고, 온몸으로 부딪히기 시작한다.

 

한편, 안나의 소식을 들은 브라운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 전체에 대한 혼란을 느끼며,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자유로움이 점차 존경으로 바뀌어갔다. 그가 믿어온 ‘정상’의 기준이 얼마나 협소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은 그는, 이제 안나를 통해 진정한 용기와 인간다움을 배우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출발했지만, 끝내 같은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안나는 글을 통해, 브라운은 이해를 통해 자신을 옭아매던 시대의 규범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이 ‘괴짜’라 부른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첫걸음을 내디디며 새로운 시대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가고, 오히려 진실되게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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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비정상’이라 불렸던 존재들은 결국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1800년대 중반, 미국 뉴욕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 아멜리아 블루머는 무릎길이의 치마 아래 헐렁한 바지를 입는 ‘블루머 복장’을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신문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라 조롱했지만, 이 복장은 여성의 활동성과 해방의 상징이 되었고, 훗날 여성용 바지 패션의 시초로 기록된다.

 

1900년대 초, 프랑스의 가브리엘 샤넬은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저지나 트위드 같은 남성복 원단으로 실용적인 여성복을 만들었다. 당시 파리 사교계는 기존 관습을 깬 그녀를 비난했지만, 이 시도는 오늘날의 ‘샤넬 슈트’로 이어지며 여성의 자유와 실용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치며 무대 위에서 과감하게 몸을 흔들던 흑인 가수 척 베리와 리틀 리처드는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인해 ‘비도덕적 음악가’라며 방송 금지를 당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록 앤 롤은 이후 인종적·도덕적 편견을 깨고, 전 세계 대중음악의 근간이 되었다.

 

1960년대, 영국 런던의 젊은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자 언론은 ‘도덕이 무너진 시대’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를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받아들였고,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 문화혁명의 대표적 아이콘이 되었다.

 

1970년대, 한국 유신 정권 시기에는 남성이 머리를 길게 기르거나 여성이 미니스커트나 청바지를 입으면 풍기 문란으로 단속당하며 ‘불량 학생’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그 세대가 성장한 이후, 장발과 청바지는 개성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1980년대, 일본에서 SF나 애니메이션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오타쿠’라 불리며 패션에 무관심하고 타인과의 소통에 서툰 사회 부적응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이 세계 시장을 이끌면서, 오타쿠 문화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성장했다.

 

201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상장 로드쇼에 평소처럼 후드티를 입고 등장해 “투자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실리콘밸리식 혁신 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후드티는 이후 창의성과 자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 [레드북]의 안나 브라운 역시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선 인물이다. 그녀는 세상이 정한 ‘여성다움’이라는 틀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생각을 글로 드러냄으로써 정상성을 바탕으로 한 억압으로 둘러싸인 세계를 뒤흔든다.

 

안나의 서사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당신은 정말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여전히 얼마나 많은 기준과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검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그 불편함을 견디는 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결국 역사를 바꿔온 것은 다수의 기준에 맞추지 않은 소수의 용기였다. 안나가 그러했듯, ‘비정상’이라 불렸던 이들의 이야기는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자유이자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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