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쳇 베이커, 빌 에반스. 이 정도가 내가 겨우 아는 재즈 아티스트들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한 분야를 깊이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대다 보니, 이제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나는 문화 지식을 탐미하는 데에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지식은 향유를 위한 것. 향유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자기의 것으로 소유하여 누리는 것’이다.
나에게 재즈란 무엇일까. 좋아요 표시한 플레이리스트에서 3번 넘기면 1번은 재즈곡이 나오는 사람으로서, 나의 재즈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고대하며 서울숲을 찾았다.
서울숲은 내가 서울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다. 사실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도 어려운, 많은 이들이 간만의 맑은 숨을 한껏 쉬고 가는 곳이다. 그만큼 이 열띤 도시의 쉼과 여유를 상징하는 곳에서 ‘재즈 페스티벌’이라니. 포스터만으로도 벌써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크기변경][회전]서울숲재즈페스티벌2025 최종포스터.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455_pvhtwtgz.jpg)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_0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516_agnptowg.jpg)
입장 시간에 맞추어 가니, 북적이는 인파가 줄을 지었다.
특히나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는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의 무료입장과 펫존 운영을 통해 모두에게 열린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페스티벌의 슬로건인 ‘Nature, Music & Love’는 이렇듯 세심한 기획으로 하나하나 달성되어 갔다.
예컨대 아름다운 숲 환경을 축제에 온 모두가 함께 지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푸드트럭, 배달의민족과의 협업을 통해 페스티벌 장내에서는 다회용기로 포장된 음식만 먹을 수 있도록 했고, 대여와 반납 또한 편리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543_txymrmwt.jpg)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_0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543_grxvbyak.jpg)
숲이 뿜어내는 풀 내음과 가을의 청명한 대기 속에서 흘러오는 재즈 음악. 기분이 좋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쾌적함만이 가득했다.
첫 공연은 개막을 앞둔 뮤지컬 ‘에비타’의 두 배우 마이클 리와 유리아의 무대였다. 고운 목소리로 힘찬 가사를 부르짖으며 페스티벌의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후 우리는 곧장 디어디어 스테이지로 향해 ‘더 사운드 오브 얀씨 클럽’의 공연을 감상했다.
프로듀서인 사모 키요타가 중심에서 이끌고 가는 얀씨클럽은 새로운 시도를 서슴지 않는 하이브리드 음악을 구현한다. 플루트와 색소폰이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를 연주하고, 드럼과 베이스, 건반이 배경을 채워주며, 디제잉이 사운드 전체를 감싼다. 맥시멀함에서 절묘한 적당함을 찾아가는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에게 매우 흥미진진한 여정으로 다가온다.
멤버들이 모두 까만색 옷을 입어서 그런지, 멸망한 미래의 지구에서 온 사자(使者)들 같기도 했다. 마치 지구의 마지막 찬란한 모습을 잘 즐겨두라는 듯이.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_0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604_rdbmpyiu.jpg)
우리는 체험 부스도 둘러보았다. T.O.P 커피와 미국육류수출협회에서 선물해 준 팝콘을 두 손 가득 안고 잠시 벤치에 앉았다. 디어디어 스테이지와 가까워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왔는데, 그때는 전자공방과 난아진의 합동 무대가 한창이었다. 재즈를 기반으로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클럽 사운드를 결합시키는 전자공방의 음악은 과감히 재즈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었다. 우리는 “재즈란 뭘까?”하는 질문을 던지며 음악과 엮인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다시 돗자리를 찾아가자 이어진 무대는 스텔라장이 채웠다. 그녀는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다채로운 감성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언제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스텔라장의 목소리는 서울숲의 바람결에 너무나 잘 어우러져 실려 왔다.
그렇게 가만히 눈감고 음악을 음미하고 나니, 어디선가 관악기의 기세등등한 외침이 들려왔다. 바로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의 트레이드 마크인 퍼레이드에서였다. 성수동 연무장길에서부터 시작된 연주 행렬의 주인공은 팝, 펑크, 일레트로닉, 재즈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의 18인조 빅밴드 ‘어노잉박스’다.
나는 그중에서도 태평소의 존재감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서양 약기들 사이에서 아무런 이질감 없이 국악의 소리를 뽐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관객들을 끌고 온 어노잉 박스는, 한순간에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모두를 춤추게 했다.
숲속에 둥글게 모여 함께 들썩거리던 사람들의 모습이 스냅샷처럼 남아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를 것 같았다.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_05.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721_yxnqqovg.jpg)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_09.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721_rdwvbwiw.jpg)
저물어가는 해를 머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어보았다. 나에게 재즈란 무엇이었을까? 오늘 발견한 재즈는 어떠했던가? 화려한 연주, 우아한 분위기, 흥이 가득한 축제, 감격에 젖은 사람들.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플레이리스트가 추가되었다.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색깔과 실력을 구분하는 것은 나에겐 아직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재즈만의 ‘어우러짐’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섞여 들어와 공존하는 것. 공존의 표본과도 같은 숲이 재즈를 안았기에 더욱 특별했던 하루였다.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50928_015418783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020817_gfbexvgn.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