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누군가가 나에게 “재즈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적당히 좋아한다’라고 대답하겠다.

청자로서의 나는 기본적으로 악기의 비중이 큰 음악을 좋아한다. 현실 같지 않은 감각을 선사하는 신시사이저도 물론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생으로 들을 수 있는 악기들, 원초적이고 두터운 소리의 고전적인 악기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재즈라는 장르를 거부할 수 없다. 자신만의 악기를 가진 연주자들이 곡의 흐름에, 분위기의 인도에 맞추어 화합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바로 내가 재즈를 ‘적당히 좋아하는’ 이유다. 바쁜 현대인의 삶에 언제 재즈바, 재즈 클럽에서 생음악을 들을 수 있겠는가? 녹음실에서 나온 앨범은 반의반, 라이브 현장을 담은 라이브 앨범조차 반 정도의 매력을 보전한다는 재즈 음악은 멋진 곡을 스포티파이로 듣다가도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에 불쑥 아쉬움이 올라올 때가 있다.

쓰읍, 분명 내가 좋아할 음악인데.

막상 해보면 좋아할 것임을 앎에도 무언가 저어되어 시도하지 못하는, 이 야속한 쭈뼛거림 때문에 망설이던 것을 몇 년,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재즈를 좋아하는 친구와 페스티벌에 가기로 했다.

찾아보니 보통 ‘서재페’라고 불린다는 더 큰 규모의 축제가 있었다. 평소에 듣는 록 음악 축제도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 않는 나에게 대규모 페스티벌의 인산인해는 큰 장벽이었기에, 규모와 관객 수 모두 적은 데다 푸른 공원에서 즐길 수 있다는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아주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0928_224727267_02.jpg

 

페스티벌 전날 비가 꽤 많이 왔다. 물론 이 시기가 비가 많이 오는 환절기라지만, 너무 많이 와서 조금 걱정이 됐다. 이틀간 개최되는 페스티벌이라 내가 참석한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에도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비가 오는 와중에도 참석자가 많았다는 소식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사람이 많으면 기다리리라 다짐하고서 도착한 오후 1시 반(늦잠을 포기할 수 없었다.), 메인 무대 (선셋 포레스트) 앞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었다. 가득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예상관 달리 양옆으로 제법 넓은 길이 나 있었다. 누군가를 보기 위한다기보다 음악을 듣기 위한 공연이라, 사람들 사이의 간격도 널찍하니 좋았다.

좋다고 자리를 잡은 직후, 양산을 챙기지 않았던 것이 아주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걸 깨달았다. 공원이 아주 넓은 탓에 그늘이 하나도 없었다. 어쩐지 중앙에 하나 있는 나무 주위만 인구밀도가 높더라. 중간중간 불어주는 바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땀을 뻘뻘 흘렸을 테다. 그날따라 날이 조금 덥기도 했다.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야외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이것저것 준비할 생각을 못 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처음 깨달은 양산 외에도 오랜 시간 앉아 있을 것을 대비한 조금 더 푹신한 방석이나 등을 기댈 수 있는 간이 의자, 생수 몇 병 정도는 챙겨 다니면 참 좋을 것 같다. 페스티벌 측에서 다리가 있는 캠핑 의자는 뒤쪽에 따로 이용 공간을 마련해 두어 거기에 앉아 있어도 좋을 뻔했다.

또,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친환경을 강조하는 축제로,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대여하거나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보통 페스티벌에서 금지는 외부 용기,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한 축제다. 집에서 나초라도 큰 통에 담아 맥주나 와인을 마셨으면 딱 맞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무대 뒤편의 부스 행사장과 푸드트럭으로 향해 음식을 마련하긴 했다. 축제는 역시 먹는 맛이지! 부스 행사장에서 받은 베이컨 팝콘과 푸드트럭에서 구매한 맥주가 아주 좋은 한 쌍이었다. 성수동에서 열린 축제답게 지역 양조장 ‘서울 브루어리’와 협력해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참 좋았다. 팝콘을 받았던 부스 이름도 언급하고 싶은데, ‘미국산 돼지고기!’ 밖에 기억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년에는 더 나은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오시길….
 
 

KakaoTalk_20250928_224727267.jpg


  
자, 이제 페스티벌에 관한 이야기는 적당히 한 것 같으니 ‘재즈’에 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반, 자리를 잡고 과자를 꺼내니 1시 40분에 예정되어 있던 ‘박상아 퀸텟’이 무대로 올랐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재즈와 재즈 아티스트들은 쥐뿔도 모르는 무지렁이, 친구는 전날 잠을 설쳐 썩 좋지 못한 직장인이었기에 우리는 음악을 즐기면서도 내내 흰소리를 해댔다. ‘박상아’가 누구일지 맞혀보자는 농담 따먹기 식 게임이었다. 내내 전광판을 바라보며 ‘저 사람일 것 같다,’ ‘아니다. 저 사람일 수도 있다.’ 같이 헛소리를 한창 해댔는데, 중앙에 서 있는 여성 색소폰 연주자일 것이라는 둘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박상아 씨는 남성 트럼펫 연주자로 드러나 조금 어색한 결말을 맞았다.

그래도 우린 굴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곡의 소개가 우리 돗자리까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은 덕에 새 헛짓거리(?)인 ‘Jazz Cats 맞추기’를 금세 만들어냈다. 곡 소개에서 우리가 포착한 곡명은 세 개, ‘(기억나지 않음)’과 ‘Taxi Driver’, 그리고 ‘Jazz Cats’였다. 이후 세 곡까지는 이름당 곡 하나의 식으로 맞추어 나갔는데, 듣자 하니 네 번째 곡인데도 다음 곡 소개가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곡을 잘못 끊어 들었거나, 곡 소개를 놓쳤거나의 가짓수에서 우리는 무한히 ‘이 노래가 Jazz Cats다’를 이어갔다.

때로는 긴장감 있게, 때로는 통통 튀듯 발랄하게 진행된 박상아 퀸텟의 무대는 정말 멋있었다. 한편에 내내 ‘Jazz Cats’ 염불만 외던 관객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이 멋진 공연자들이 영원히 모르길 바란다.

다음 선셋 포레스트 공연자였던 ‘스텔라 장’의 공연에 관해서는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겠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했던 것이 감상에 직결된 터라 너무 개인적이기도 하고, 그의 멋진 공연에 관해서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좋았다’라는 말 일색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아티스트는 ‘아론 팍스 리틀 빅’이었다. 묵직하고 세련된 인상의 무대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까지 나에게 주었던 미묘한 감상이 내내 마음속에 노을처럼 남아 있다.

앞서 들었던 ‘박상아 퀸텟’은 금관악기가 둘이나 되는 중후한 구성인데, 아론 팍스 리틀 빅은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를 등용해 가벼운 현악기가 주는 변칙적인 맛이 있는 구성이다. 두 종류의 팀을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주로 듣는 장르가 록인 청자로서는 자연스럽게 아론 팍스 리틀 빅으로 마음이 끌렸지만, 뭔가 서울 같은 매력의 박상아 퀸텟도 참 좋았다.

딱 저녁 시간에 어울리는 멋진 공연이다, 생각하며 즐기던 순간 빗방울을 맞았다. 아뿔싸! 우산도 양산도 없는 우리는 서둘러 돗자리를 접고 서울숲을 빠져나왔다. 조금 오고 그칠 비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냥 눌러앉아 있었겠지만, 몰랐는데 어쩌겠는가! 아쉬운 마음만 한가득이다.
 
 

KakaoTalk_20250928_224727267_01.jpg



공연장을 나오는 길, 재즈라는 장르는 역시 대면으로 즐기는 게 최고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맛을 모르는 사람이 앨범을 듣고 무언가를 느끼긴 어렵다는 게 내 결론이다. 내 귀로 직접 흘러 들어오는 음악을 맛보고 나서 앨범을 들으면 무언갈 더 발견할 수 있다는 느낌? 당연히 앞으로 바뀔 수 있는 감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첫 공연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재즈라는 음악은 참 서울 같다. 갤럭시의 기본 음악 ‘Over the Horizon’에 재즈 부분이 있어서 그럴까? 제각기 다른 소리, 때때로 아주 강한 개성을 가진 악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어우러지는 음악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만큼 서울숲과 재즈가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장소 선정이 탁월했다. 사실 재즈 페스티벌도 처음이었지만, 서울숲도 처음이었다. 이 축제로 서울숲을 처음 만나서 행복했다. 앞으로 친구와 종종 놀러 와 소풍을 즐기기로 했다. 사실 나는 그냥 음식을 사 오고 제빵이 취미인 친구만 무언가 열심히 구워 오겠지만, 그래도 이 감상을 함께한 친구와 다시 서울숲을 오겠다고 막연히 계획해 두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년에도 다시 서울숲에서 재즈를 듣는 날이 오길! 올해의 여름을 보내는 아주 멋진 페스티벌이었다.
 
 
박주은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안녕하세요, 일상의 생기를 포착하는 글쓴이 박주은입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