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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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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유난히 음악을 많이 듣게 되는 계절이다. 더웠던 공기가 시원해지는 게 느껴지고 그 공기 속에서 음악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나는 재즈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가을에는 재즈’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가을의 운치 있는 분위기와 낭만이 재즈를 닮았기 때문 아닐까? 특히 최근에 관람한 애니메이션 <소울>에서 재즈 음악이 많이 등장했는데 즉흥적이고 리듬감 넘치는 음악에 매료되었었다. 영화에서는 재즈의 멜로디와 삶의 리듬을 통해 인생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인공인 조 가드너가 재즈를 연주하며 몰입하는 순간이 나오는데, 나 역시 음악을 감상할 때 그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기대되는 마음을 품고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을 관람하게 되었다.


2017년에 첫 회를 시작한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김윤아, 정재형, 스텔라장, 마리아킴, 김오키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국내 뮤지션들의 무대들과 재즈 피아니스트 '몬티 알렉산더,' 브라질 음악의 거장 '질베르토 질' 등 해외 거장들의 무대도 볼 수 있어서 음악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2025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서울숲 공원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을 볼 수 있었는데,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펫존 등이 있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을 포함해 모두가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한 구성은 페스티벌의 메인 슬로건인 'Nature, Music & Love' 중에서 'Love'를 잘 고려하였기에 관객들은 도심 속에서 아이와 함께 뛰어놀고,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무료 스테이지인 가든시어터에서는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도 재즈를 느낄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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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구매하면 잔디밭 앞의 메인 무대인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와 서울숲 산책로에 가깝게 위치한 디어디어 스테이지에서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방문한 일요일은 가을이 오는 걸 느낄 수 있을 만큼 하늘이 높고 날씨가 맑았는데 입장을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서울숲에 도착하여서 명당 자리라고 불리는 잔디 밭 나무 아래 그늘에 돗자리를 깔 수 있었다. 페스티벌의 라인업과 타임테이블이 제공되지만 모든 무대를 ‘보기’보단 피크닉을 즐기는 가운데 음악과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기’에 집중했다. 일요일의 타임테이블에는 이소라, Al Di Meola, Yotam Silberstein & 송영주 트리오, Rob Araujo, Fujiwara Sakura, 스카재즈유닛, 리샤오촨 멜로디어스, 어노잉박스, LODiVE & MILENA, Tomasz Chyla Quintet, 이규리 퀄텟이 있었다.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 분위기가 “chill”한 편이었다. 그래서 돗자리를 깔고 난 후 여유롭게 재즈를 즐길 마음만 가지면 준비 완료이다. 연주가 시작되면 잔디 밭에 앉아서 선셋 포레스트의 스테이지나 디어디어 스테이지의 공연을 관람하였고 공연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페스티벌과 서울숲 주변을 구경하였다. 서울숲이라는 특수한 장소성 덕분에 자연과 도심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접근성이 좋아서 페스티벌 관람 사이사이에는 언더스탠드에비뉴의 플리마켓을 구경하거나 성수동 일대를 가볍게 둘러보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어노잉박스의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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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의 상징과도 같은 퍼레이드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퍼레이드는 올해도 성수동 연무장길까지 확장되어 진행되었으며 18인으로 구성된 거대한 밴드인 어노잉박스가 피리 부는 사나이들처럼 사람들을 이끌며 서울숲을 본인들의 음악으로 물들였다. 어노잉박스는 대한민국 재즈와 음악 신의 대표 아티스트들이 모인 빅밴드이며 유튜버 조매력을 중심으로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삼수, 피아니스트 지민도로시, 프로듀셔 MUXANT가 모여 만든 특별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전통적인 빅밴드 구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여러 장르와 결합한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퍼레이드는 서울숲 안에서만의 뮤직 페스티벌이 아닌 성수동 일대를 음악의 장으로 만들며 가을을 낭만으로 채워줬다. 어노잉박스는 내가 앉아 있는 돗자리 옆까지 왔는데, 앉아 있던 관객들이 일어나서 함께 춤을 추고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쳤다. 가까이에서 빅밴드의 연주를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몸에 전율이 흘렀다. 뮤지션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열정적으로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함께 음악과 분위기에 취해 그들만의 음악적 세계에 초대받는 시간이었다.

 

 

 

Al di Me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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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인 Al di Meola 알 디 메오라의 연주를 감상하였다. 그는 칙 코리아 Chic Corea가 이끌었던 전설적인 퓨전 재즈 그룹, 리턴 투 포에버 Return to Forever의 멤버로 데뷔하여 지금까지도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즈 기타에 잘 알지 못하는 나도 그의 독보적인 테크닉과 강렬한 초고속 피킹이 이제껏 들어왔던 기타 연주와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밴드 LUCY의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인 조원상과 함께 무대를 만들며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현란한 피킹과 정교한 연주에서 나오는 섬세한 음 하나하나가 귀에서 살랑거리는 듯 느껴졌다. 나는 돗자리에 여유롭게 앉아 음식을 먹기도 하고 때로는 누워 눈을 감으며 친구와 연주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바로 내가 상상하던, 야외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의 장면 그대로였다. 흔히 말하는 “조명, 온도, 습도”가 완벽한 순간이었다.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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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서 주변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조금씩 불 때 이소라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내가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대한 순간이었다. 올해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이 그녀에게 국내 첫 재즈 페스티벌 출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소라는 작품 전반에 재즈와 펑크 등 여러 장르 음악을 선보이며 그녀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세계를 만들어왔다.

 

무대는 “난 행복해”로 시작하여 모든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연이어 나온 노래들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좀 전까지의 무대들이 돗자리에 앉아서 여유롭게 가을과 분위기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면, 그녀의 음악은 감정을 깊이 후벼팠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Track 9’를 들을 때 나는 가사를 따라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며 동시에 현재를 바라보았다. 나를 포함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으니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지만 저마다 각자의 사연 속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녀가 라이브로 부르는 'Track 6'를 감상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기회였다. '제발,' '바람이 분다' 등 셀 수 없는 히트곡을 지닌 그녀의 시간을 어둑해진 서울숲에서 만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녀의 무대가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었기에 그 여운은 더욱 오래 남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감정을 담은 노래가 끝나면서 페스티벌의 하루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로의 얼굴에 남은 감동을 공유했고 음악과 가을 풍경이 어우러진,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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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Music & Love’라는 슬로건처럼 자연과 음악, 그리고 사람 사이의 교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페스티벌이었다. 음악감상뿐만이 아니라 PILOT, 크리넥스, 굿네이버스 등 다양한 기업들의 체험 부스를 구경할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SNS 인증이나 설문조사와 같은 소소한 이벤트에 참여하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팝콘, 휴지, 종이 의자 등 페스티벌에 유용한 물품들을 나누어줘서 실용성까지 함께 제공되었다. 페스티벌은 단순히 노래를 듣기 위해 오는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산업의 접점을 몸소 체험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라는 것을 느꼈다.

 

공연을 모두 관람한 후, 페스티벌이 다양한 관객을 고려하여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세심하게 기획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펫존과 가든 시어터, 그리고 관람존과 피크닉존이 구분되어 있어 관람 방식에 맞춰 선택할 수 있었다. 관람존에서는 정해진 사이즈의 돗자리를 사용할 수 있었고 양산은 타 관람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낮게 사용해야 했다. 반면 피크닉존에서는 캠핑 의자 반입이 가능해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서로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구획을 나누어 관객 각자가 편안하게 음악과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점은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을 통해 '쓰레기 없는 페스티벌'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다회용기에 직접 음식을 싸오기도 하고 푸드트럭과 배달음식은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배달존'과 '반납존'도 따로 안내가 되어있어서 편리했다. 'Nature'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지구를 지킬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처음 방문한 재즈 페스티벌이었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재즈 무대와 가수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하였다. 집에 오고 며칠이 지나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유튜브에서 무대를 다시 보기도 하고 플레이리스트를 페스티벌에서 들었던 노래로 채우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 있더라고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주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다가오는 가을 앞에서 마음에 오래 남을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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