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초로 천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가 2년 연속 천만 관중 입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년대 암흑기와 코로나 시기를 지나 역대 최고의 부흥기를 맞이한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로 가득하다. 특히 MZ세대와 젊은 여성 관중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프로야구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문화 현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을까.
콘텐츠 전략의 변화
가장 큰 변화는 콘텐츠 전략에 있다.
지난해 1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이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면서 프로야구 유료화 시대를 열었다.
동시에 티빙과 KBO는 40초 미만의 쇼츠 영상 활용을 전면 허용하였다.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경기 영상을 짧게 편집해 SNS에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짧은 영상 소비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이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었다. 쇼츠나 릴스에 올라오는 경기 영상이나 팬 계정의 재미있는 클립을 보고 젊은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야구에 유입되었다.
또한 구단 유튜브 채널도 필수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각 구단은 자체 제작 콘텐츠로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더그아웃 직캠, 선수단 인터뷰, 선수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은 선수들을 더욱 친근하게 보여주며, 팬들에게 새로운 소통 창구이자 팬 유입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경험 소비와 야구장
MZ세대는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이다.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사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소비란 곧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경험 자체가 문화 콘텐츠가 된다. 나아가 그 경험을 SNS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역시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야구장은 그들에게 바로 이런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경기를 보는 장소를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야구 팬 문화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여가 활동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평일 기준 가장 저렴한 티켓은 약 1만 원 정도로, 최소 2시간 이상을 야구장의 풍경과 먹거리를 즐기며 연인,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커플석, 외야 잔디석, 바베큐석 등 다양한 좌석 선택지는 경험의 폭을 한층 넓혀주기도 한다.
한국 프로야구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 또한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다. 중독성 있는 응원가와 팀마다 다른 구호를 외치는 등 야외에서 눈치 보지 않고 큰 목소리로 뛰어놀며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 바로 20대 여성 팬들의 증가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관람객의 38% 이상이 20대,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경험을 소비하는 MZ세대의 특징이 20대 여성 팬층의 유입과 맞물리며 야구장은 더욱 다채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 과연 정말 가성비가 좋은 취미일까?
최근 프로야구 구단들은 젊은 팬층을 겨냥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대, 특히 여성 팬들은 SNS를 통해 야구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자신의 팬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유니폼과 굿즈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이에 맞춰 구단들은 인기 캐릭터와 협업하여 유니폼, 응원 배트, 머리띠, 봉제 인형 등의 귀여운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출시하며 팝업스토어, 굿즈 구매, 포토존, SNS 인증샷 등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SSG랜더스 X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깜자'와의 콜라보레이션 상품 사진=SSG랜더스
두산베어스 X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망글어진 곰'과의 콜라보레이션 사진=두산베어스
KBO X 오덴세 콜라보레이션 텀블러 사진=KBO
올해부터는 텀블러, 휴대폰 케이스 등 야구와 전혀 관련 없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진행되면서 야구는 이제 스포츠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콜라보레이션이 늘어나면서, 일부 팬들은 "20대 여성 팬을 단순히 구매력을 갖춘 소비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옷 가게인지 야구단인지 모를 정도의 무분별한 콜라보 진행, 한정적인 수량으로 인한 과한 줄서기 문화, 웃돈이 붙은 재판매 등은 오히려 팬들의 반감을 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야구장은 지금보다 더 큰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2027년 12월 준공 예정인 SSG랜더스의 새 야구장 '청라돔'은 돔구장과 대형 쇼핑몰, 수영장, 호텔 등이 결합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지어지며, 팬들이 본격적으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야구장의 주인인 팬들이 직접 만드는 팬덤 문화는, 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과 함께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구단과 KBO가 이런 변화에 맞춰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케팅과 팬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을 앞세운다면, 프로야구는 앞으로도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문화적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