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다살’ 마케팅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은 아이돌이 있다.
바로 키키다.
지난 8월 6일, 키키는 청량한 레트로 신스팝 사운드로 소녀들의 따스한 우정을 그려낸 ‘DANCING ALONE’을 발매했다. 키키는 단순히 일반적인 프로모션에 그치지 않고, 발매 전부터 치밀한 마케팅으로 팬과 대중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화제를 모았다.
▲키키 게러지 세일 홈페이지 메인
게러지 세일, 홈페이지에서 만나는 Y2K
키키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마치 오래된 웹브라우저 속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활동의 콘셉트는 ‘게러지 세일’. 멤버들이 직접 셀러가 되어 자신들의 물건을 파는 설정인데 거래 방식조차 기발하다. 지유의 게임콘솔을 사려면 그녀와 사진 한 장을 찍어야 하고, DVD는 ‘포옹’이라는 결제를 거쳐야 한다.
▲돌고래 팝업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돌고래 캐릭터다. 오른쪽 구석에서 따라다니며 ‘아네모이아(경험해본 적 없는 시대에 대한 향수)’라는 홈페이지의 키워드를 설명한다.
▲(좌)키키와의 우정 계약서 (우)이솔의 쌍쌍바
▲백팩을 누르면 쏟아지는 물건
물건을 클릭하면 단순히 사진만 뜨는 게 아니다.
키키와 ‘우정 서약서’를 구입하려면 “무조건적인 사랑, 충성심, 기밀 유지”에 동의해야하는 팝업이 열린다. 이솔의 쌍쌍바를 누르면 큰 쪽을 양보해주는 재치 있는 연출이 등장한다. 백팩을 누르면 안에있던 내용물이 와르르르 쏟아진다.
▲슬러시 만들기 게임
▲ 포스터 꾸미기
▲셀러들 프로필
곳곳에는 쥬니어 네이버가 생각나는 레트로 게임풍의 슬러시 만들기와, 포스터 꾸미기, 팔찌 만들기 등 단순한 감상이 아닌 ‘놀이’처럼 즐길거리들이 숨겨져있다.
셀러인 멤버들의 페이지 역시 레트로 감성이 가득하다. 싸이월드를 연상시키는 인터페이스로 구성해, 팬들이 멤버들의 프로필을 탐험하는 재미를 더했다. 그 자체로 하나의 ‘Y2K 사이버 놀이터’인 셈이다.
▲오프라인 슬러시 나눔 행사
▲(좌)ASMR (우)3D프로그램으로 슬러시 만들기
키키의 마케팅 메시지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키키는 실제로 4일간 ‘슬러시 트럭’을 운영하며 팬들에게 음료를 나눠주었다. 또 ASMR, 3D 슬러시 만들기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타이틀곡을 90년대·00년대·10년대로 리믹스해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팬들은 단순히 앨범을 소비하는 ‘구매자’가 아니라, 게임을 즐기고, 약속에 동의하고, 음료를 함께 마시는 ‘참여자’로 자리한다. 이는 팬덤을 단순히 굳히는 차원을 넘어, ‘같이했다’는 참여감을 남긴다.
아이돌 마케팅은 흔히 스타일링과 퍼포먼스에 집중하지만, 키키는 이번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Y2K 감성을 단순히 복고풍 의상과 레트로 소품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특유의 놀이 방식까지 구현한 것이다.
팬들 대부분은 90년대 혹은 00년대 초반을 직접 경험해본 세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키키는 ‘아네모이아’라는 키워드를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도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짚어냈다. 결국 이번 마케팅은 과거를 복원한다기보다, 과거에 대한 판타지를 새롭게 소비한다는 현대적 욕망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는 아이돌 마케팅의 방향성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대중은 이제 함께 즐길 수 있는 감각을 원한다. 키키가 보여준 경험 중심의 기획은, 앞으로 아이돌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DANCING ALONE’은 결국 제목과 달리 혼자 춤추지 않는 경험을 만든다. 키키의 팬뿐 아니라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보지 않은 세대까지, 모두 같은 무대 위에 불러낸다.
그래서 이번 프로모션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아이돌 마케팅의 새로운 교본으로 회자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