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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름은 참 맛있더라 - 사운드베리 페스타 SOUNDBERRY FESTA’ 25

2025년 7월 20일 고양 킨텍스에서,

by 정혜린 에디터
2025.07.28 11:12

 

 

때늦은 장마가 천천히 잦아들고 다시금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SOUNDBERRY FESTA’ 25가 열렸다. 실내에서 즐기는 여름 페스티벌. 관객들은 태양이 아주 차단된 깜깜한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가득 찬 설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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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운드베리 페스타의 슬로건은 'Taste the Music, Feel the Flavor'이다. 귀로 듣는 음악을 넘어서,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오감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여 무대 맞은편 공간에는 허기를 채워줄 각종 먹거리, 향수 시향 및 촉감 게임 부스, 포토존 등 말 그대로 오감으로 즐기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대 설치 또한 특별했다. 각각 ‘Fresh’와 ‘Cool’이라고 이름 붙인 두 개의 무대가 90도 각도로 마주 보고 있었다. 두 무대에 번갈아 가며 공연이 진행되었고, 관객들은 몸을 틀거나 발걸음을 옮겨가며 공연을 관람했다. 덕분에 다음 순서의 준비시간을 줄이고 관객들은 다양한 위치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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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음악이다. 인디 밴드, 록, K-Pop, 발라드, 포크 등 많은 관객의 테이스트(taste)를 폭넓게 고려한 다채로운 라인업은 사운드베리 페스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2일 차인 7월 20일 자 공연에 다녀온 나는 제각각의 아티스트들이 노래하는 여름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덥고 습해 남들과 부대끼기가 가장 꺼려지는 계절에 왜 그렇게 축제가 많은지를, 이들이 선사한 여러 가지 여름의 맛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시원한 칵테일 맛, 지소쿠리클럽 & 오월오일


 

인디 밴드의 무심한 듯 짙은 감성은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귀에 달라붙는다.


한 장의 하와이안 셔츠 같은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은 공연장 안을 해변처럼 메웠다. 지소쿠리클럽의 밴드 사운드는 살랑살랑 춤추다가 또 한순간 타오르며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의 음악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었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든, 들으면 지금 내가 여름의 한가운데 있다는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더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원함을 한껏 내뿜은 여름 축제다운 무대였다.


이어서 무대를 꾸민 밴드 ‘오월오일’의 음악은 해변보다는 도심 속의 칵테일처럼 느껴졌다. 깊숙한 감정을 색깔 펜으로 알록달록 써 내려간 듯한 오월오일의 음악은 아련한 여름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에 담긴 가삿말은 우울과 희망을 동시에 말하고 있었다. 보컬인 류지호는 에너지 넘치는 무대 매너로 관객들의 호응을 능숙하게 끌어냈다. 덕분에 우리는 밴드 멤버들의 감정과 흥분을 함께 공유하며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최근에 많은 밴드 팬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오월오일인 만큼, 원석이자 보석으로서의 매력을 더할 나위 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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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먹는 부침개의 맛, 최유리 & 하현상


 

밴드 중심으로 구성된 2일 차 공연 속에서 빛났던 솔로 아티스트들이 있다. 장마처럼 긴 슬픔 속에 잠겨버릴 듯하지만, 그 안에 절대 쓰러지지 않는 단단한 소리를 내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와 ‘하현상’이다.


모래알이 굴러가듯 보드랍게 부스러지는 최유리의 목소리는 모든 관객을 감탄케 했다. 하루 온종일 즐겨야 하는 페스티벌의 분주한 일정 속에서 그녀의 노래는 잠시 마음을 쉬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차분한 음색에 한 음 한 음 집중하다 보면 최유리의 음악이 빗대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볼 수 있다. 관객은 각자의 이야기를 떠올렸거나, 아니면 그저 귀로 흘려보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어여쁜 선율을 만끽했다.


‘저물어가는 태양이 어딘가 떠밀려가던 내 뒷모습 같아. 태워버리고 태워버리다가 남김없이 사라져 버릴까’. 불꽃놀이의 첫 가사로 울부짖으며 시작한 하현상의 무대는 나의 오랜 팬심을 감동시키는 주옥같은 곡들의 향연이었다. 일렉트릭 기타와 통기타, 피아노까지 악기를 바꿔가며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는 풋풋한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강인함을 싣고 있었다. 무너져감 속에서 아름다움을 꿋꿋이 믿는 하현상의 음악은 누군가의 지친 여름에 시원한 비를 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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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삼계탕의 맛, 루시 & 엔플라잉


 

하나 된 열광의 순간을 만들어낸 이들은 역시 열정의 밴드맨들이었다.


재기 발랄하고 동화 같은 음악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루시’는 지치지 않는 활력으로 축제를 즐기러 온 모두를 뛰놀게 했다. 조원상의 화려한 베이스 연주와 신예찬의 폭발적인 바이올린 연주, 그리고 최상엽의 청량한 보컬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루시만의 음악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밴드의 자유로움만큼이나 듣는 이도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며 푸르른 청춘을 맛봤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루시의 음악은 더위도 잊은 채 흥취에 빠지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엔플라잉은 관록과 젊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뜨거운 무대를 선보였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덕인지 연주는 날카롭게 정확했고, 보컬은 몰아치는 구성에도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페스티벌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에도, 그들의 열정 넘치는 공연은 여름의 뜨거움을 다시금 불태워 올렸다. 루시 때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아티스트를 향해 열광적으로 호응하면서 엔플라잉만의 호기로움 넘치는 음악을 후회 없이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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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10cm, 최예나, 이무진 등 실력이 검증된 아티스트들이 멋진 무대를 선물했고, 관객들은 잘 익은 포도처럼 달콤한 맛, 레몬처럼 톡 쏘는 맛, 흐르는 땀방울처럼 짭짤한 맛을 고루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2025년 사운드베리 페스타 현장을 맛본 사람들은 ‘올여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할 수 없는 좋은 추억을 한 점 남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하루를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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