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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난 6개월을 떠올리며, 교환학생 Playlist [음악]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by 원미 에디터
2025.07.18 14:12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요즘이다. 비가 올 때면 네덜란드가 생각난다. 나는 작년 하반기에 6개월 동안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그 나라의 가을 겨울은 비바람 부는 날씨가 8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억을 가장 잘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는 무엇일까? 냄새나 사진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음악이 가장 주요한 향수병 촉발제이다. 한동안 많이 들었던 음악을 나중에 우연히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올라서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인 걸 알지만 음악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더 그럴까?


교환학생을 가서는 더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었다. 토플에서 자주 쓰는 표현 중에 ‘get out of my comfort zone’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나는 나름 음악 중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는 그 나라의 음악을 들어보려고 했고, 이전에는 한국 노래에만 익숙했었기에 외국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폭넓게 들으려고 했었다. 여기서는 국가별로 나의 추억과 얽혀있는 노래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좋은 음악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 스스로 그리운 추억들을 매만져보려고 쓰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다.

 

 

 

프랑스 

Polo&Pan, Canopée 



 

 

파리는 나에게 있어 정말 특별한 곳이다. 유럽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떠난 첫 여행이었는데, 물론 나중에 일행이 합류하기는 했지만 치안과 날씨 등 여러모로 걱정이 많아서 잔뜩 움츠려있었다. 당시에는 유럽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낯설다는 인식이 컸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유로스타를 타고 도착한 파리는 정말 멋졌다. 날씨는 화창하고, 사람들은 죄다 옷을 너무 잘 입고, 반짝이는 에펠탑은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온 모습 그대로였으며, 퐁피두 센터에 올라가서 본 일몰과 초현실주의 전시에 있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파리에 왔으니 프랑스 음악을 들어야지’ 싶어서 찾아봤는데 프랑스 차트 상위권의 음악들은 생각보다 시끄러운 것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Polo&Pan의 음악들이었는데, 너무 세련되어서 반해버린 후 여행 내내 들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파리의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던 것, 빈티지샵에 들어가서 옷을 고르던 것, 바토 무슈를 타고 센 강을 돌았던 것, 배짱 좋게 낮에 혼자 와인을 마시던 것 등등 나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탈리아

Ed Sheeran, Perfect 



 

 

교환을 다녀와서 꼭 받는 질문은 어느 도시 혹은 나라가 가장 좋았냐는 것이다. 내가 빼먹지 않고 대답하는 곳으로는 이탈리아가 있다. 사실 여행지라는 것이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날씨와 동행자 또한 여행지의 인상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친구와 함께했던 이탈리아는 여행 내내 화창했으며, 같이 파스타도 만들어 먹고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 지냈던 그 기간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Perfect는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가서 일몰을 보고 있었을 때, 옆에서 버스킹으로 들려오던 노래다. 그 순간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맞아서 동영상처럼 뇌에 각인되어 있다. 일몰을 놓칠까 봐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던 기억, 일몰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Spritz를 사 마셨던 기억까지 전부 생생하다. 친구와 함께라면 에어비앤비를 잡고 직접 밥도 해 먹으면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니까!

 

 

 

체코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전에 체코를 다녀온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 곡을 접했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었는지 이상하게 프라하 여행 중에 특정 선율이 자꾸만 생각났다. 프라하성을 보면서도, 체스키크롬로프에 가서도 계속 그 선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무슨 곡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여기저기 검색해 보았는데, 알고 보니 스메타나가 체코를 떠올리면서 쓴 ‘나의 조국’ 중 몰다우라는 것이다. 물론 전에 봐서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곳에서 그 선율이 떠오르다니, 참으로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우연은 또 있었다. 한인 민박에서 만난 분들과 시간이 남아서 비셰흐라드 쪽을 둘러보았는데, 거기에 짤막한 악보가 적혀있는 묘비가 있어서 신기한 마음으로 구경했다. 그런데 그게 또 몰다우의 첫 선율이고, 스메타나의 묘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참 아름다웠던 체코는 나에게 있어 몰다우로 연결되는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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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Radiohead, Jigsaw falling into place


 

 

 

라디오헤드는 아빠가 참 좋아하는 밴드이다. 옛날에는 나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유럽의 겨울 날씨는 참 우중충하다 보니 이런 분위기의 음악이 잘 어울려서 자주 듣게 되었다. 이 노래는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가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고, 마지막에 Not just once~에서 등장하는 멜로디의 애절한 해방감이 좋아서 즐겨듣는다. 동시에 참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는 곡이기도 한데, 내가 런던에서 경험한 일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런던에서는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순식간이어서 찾을 방도가 없었기에 결국 근처 애플 매장을 가서 산 새로운 핸드폰은, 지금도 나와 함께다.


친구들과 다시 찾은 런던에서 이번에는 새해 불꽃놀이를 보았다. 우리는 정식 구역의 표를 구하지 못해서 런던아이의 뒤쪽으로 멀리 돌아가서 보아야 했는데, 낭만은 있었지만 사람이 너무 몰려서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겨우 빠져나온 후 숙소로 돌아와서 자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새벽에 방 앞쪽에서 우당탕하는 큰 소리가 났다. 별일 아니겠지 싶어 다시 자고 일어나니 새벽에 도둑이 들어서 냉장고를 털어갔단다. 이처럼 참 스펙터클했던 런던은 치안이 안 좋은 편이니 갈 일이 있다면 주의하도록 하자.

 

 

 

네덜란드 

Coldpaly, Coloratura 


 

 

 

수많은 추억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곡, 한 나라만 꼽으라면 결국 내가 교환을 갔던 네덜란드, 그리고 거기서 처음 접하고 수백 번 반복해서 들었던 Coloratura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캠퍼스로 돌아가는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Coldplay의 곡이 흘러나왔다.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새로운 세상에 눈떴던 당시 나의 심정과 너무 잘 맞았고, 타국에서 혼자 있는데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10분가량 되는 이 곡을 듣고 또 들었다. 지금도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가 나오는 첫 구절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곡은 나에게 있어 교환 시절에 느낀 설렘, 기쁨, 행복함과 한국에 대한 향수까지 모두 모아 똘똘 뭉쳐놓은 보물 상자와 같다. 여러 번의 변주가, 말로 다 표현 안 될 만큼 다양했던 내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하다. 날씨 좋은 날 암스테르담에 놀러 간 것, 친구랑 공원에서 피크닉을 했던 것, 자전거타고 장보러 가던 것, 반 고흐의 그림을 보러 멀리 떨어진 미술관에 갔던 것까지 하나하나 모두 생각난다. 한국과 달라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품어준 네덜란드가 너무 그립다.

 

혹시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망설여지더라도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타지에 살면서 경험한 그 모든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추억이자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게 된다면 당시에 즐겨들었던 음악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건 기억을 간직하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순간은 잠시뿐이지만, 음악은 영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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