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가 찾아왔다가, 비가 내려 서늘하다가. 알다가도 모를 날씨에 감기가 들었다 나아질 때 즈음, 완연한 봄이 도래하고 있다.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나날들이지만, 살갗에 느껴지는 공기가 한결 따스해진 것쯤은 느낄 수 있다.
풀과 나무들에 활기가 가득 차고, 이제 봄이 왔다는 듯 제각각의 향을 뽐내는 꽃들은 봄을 한층 더 화사하게 빛낸다. 따뜻해진 날씨에는 괜히 더 간지러운 노래가 듣고 싶은 법. 이 글에서 소개할, 싱그럽지만 진부하지 않은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워보는 게 어떨까?
너로 물들어 (prod. 공기남) - 1ho & 0back & Daowl
이 노래는 인디 레이블 에어뮤직의 1ho, 0back, Daowl이 함께한 곡으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들뜬 기분을 담았다고 한다. 2022년 2월 중순에 발표된 이 노래는 레이블 대표 '공기남'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려왔던 내 이상형 당신이죠
매번 다르게 느껴져요 신비로워
계속 함께 하고픈 사람 너뿐인 걸
요즘 난 너로 물들어가
불어오는 봄바람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딱 이 노래가 아닐까. 하늘빛 물감을 잔뜩 버무린 달콤한 바람이 떠오른다. 미디엄 템포의 이 노래는 마음을 급하게도, 느리게도 하지 않는다. 후렴구 애드리브가 인상적이면서도 중독성이 강해 따라 부르기도 어렵지 않다.
햇빛 좋은 봄날, 벤치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폰 한 쪽 나눠 듣고 싶은 노래다. 세 사람의 목소리가 봄 그 자체라, 이미 져버려 아쉬운 벚꽃이 생각나는 곡이다. 한 사람에게 물들어 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온 마음과 신경이 그 사람에게 쏠려 어떤 일을 하든 떠오른다는 의미이려나.
LikeMeLoveMe - Wynn(윈)
You catch me all day
I can't take my eyes off you
유난히 좋은 날엔
괜히 너도 내가 보고 싶지
You like me love me
이거 둘 중에 하나 해줘요
나른한 오후, 창틈 너머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을 표현한다면 이 노래일 것이다.
사실 케이팝 덕후인 필자는 듣는 음악을 계속해서 듣는 편이라 마음에 쏙 드는 곡을 찾기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음악을 필자의 스마트폰으로 연결하여 트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가뭄에 단비처럼 이 곡이 찾아왔다. 무심한 듯 다정한 가수 Wynn(윈)의 음색과 조금은 장난스러운 가사, 통통 튀는 드럼 비트가 귀에 콕 박혔다.
앨범 정보를 보면, 당당하고 싶지만 당당한 '척' 할 수밖에 없는 짝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을 재밌게 표현한 곡이라고 나와 있다. 가사를 보면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심이 가득 묻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날 좋아해 주던가 아님 사랑해 줘' 등의 직설적인 표현이 그저 귀엽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Ready to love - 세븐틴 (SEVENTEEN)
처음 느낀 심장의 속도가
이리 빠른 줄 몰랐어
세상의 반대로 Run away
내 손을 잡아
계속 Run away
이제 날 믿어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즐겨 듣는 아티스트, 세븐틴의 'Ready to love'이다. 이 곡이 수록된 미니 8집 'Your Choice''는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해준 너에게 나의 마음을 용기 있게 고백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나'의 마음보다 '너'의 마음을 더 중요시하는 성숙한 어른의 사랑을 담고 있어 가사 자체가 너무 예쁜 곡이라고 느껴졌다.
이 곡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벅차오르는 사랑 노래'.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느낌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가 있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세상의 반대로 run away 내 손을 잡아 계속 run away 이젠 날 믿어' 라는 가사가 멜로디, 멤버들의 목소리와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라 가장 기다려지는 파트가 되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끝없는 길을 달리는 느낌이랄까.
뮤직비디오 또한 곡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어 좋았다. 전체적인 색감과 멤버들의 의상, 멤버들의 표정 연기가 어우러져 완성도 있게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 후렴구에서 멤버들이 다 같이 비를 맞으며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역경이 있어도 너에게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다가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시청했던 부분이었다.
Polaroid Love - ENHYPEN
듣자마자 학창 시절의 기억을 조작하는 노래. 누군가와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생겨나는 기분이다. '사랑은 촌스러운 감정'이라고 치부했던 소년들이 도리어 그 감정에 빠져 어찌할 수 없는 심정을 잘 표현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랄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널 향한 내 맘을 여기
보정 없이 새기는 거야
점점 또렷해져 가지
이 맘을 세상 단 한 장 뿐이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봤다면 알겠지만, 사진이 인화되어 나오고 제 형태가 갖춰질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 이 가사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특성을 녹여내 조금 더 생생한 공감각을 이끌어낸다. 보정도 없고, 흔한 필터조차 없는 이 사진처럼 소년들의 감정도 날 것 그대로라는 걸 보여준다.
서툴고 낯선, 본인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떨리고도 아픈 감정을 엔하이픈의 목소리로 풀어낸 노래. 약간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듣는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은 곡이다.
Youth - 기현
그룹 '몬스타엑스'의 메인보컬 기현의 첫 번째 미니앨범
시원시원한 기현의 목소리와 얼터너티브 락 장르가 어우러져 활기차면서도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노래가 주는 에너지는 드넓은 들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달려나가는 청춘의 모습과 닮아있다.
오늘 나의 마음보다도
몇 년 뒤를 떠올리면서
나는 자주 불안해했어
그 땐 모든 게 다 그랬어
요즘 들어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탓일까 몸도 말을 잘 듣지 않아 속상한 와중이었다. 그러던 중 이 곡을 만났다. 너무도 지금의 심정과 비슷한 가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젠가 홀가분한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분 42초의 러닝타임을 가진 이 곡은 다소 짧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난 요즘엔 하늘이 아름다워
잘 알던 서울이 새삼스러워
비가오면 그대로 다 맞고 싶어
애쓰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싶어
사랑한단 말을 더 쉽게 하고 싶어
에너제틱 하면서도 아련하고 그리운 봄을 느끼고 싶다면 이 곡에 몸을 맡기고 한강에서 라이딩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필자가 엄선한 다섯 곡의 봄 노래, 어떠셨는지 모르겠다.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읽고 공감하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그저 뿌듯할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봄, 어깨를 누르는 중압감을 툭 털어내고 싶다면 이 곡들과 함께해보자.
조금이라도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은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