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의 캠퍼스를 거닐며, playlist [음악]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가을을 보내며 들어보는 음악들
글 입력 2022.09.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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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들 중 특정한 시점으로 돌아가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올라온다. 처음 그 가수를 접했을 때의 충격적이었던 순간부터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다시 느낄 수 있다.

 

수많은 노래들 중에서 캠퍼스 건물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들었던 것들은 더욱 특별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치여 다니며 섞이고 싶어 애쓰면서도 나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이 당시에 즐겨 들었던 노래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내게 알게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특히 마지막 가을학기를 시작하고 대면 강의로 활기가 가득한 캠퍼스로 돌아가니 그때의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찾게 되는 음악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새벽 두시 중앙도서관에서 자취방까지


 

'다운 DVWN'이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우연히 '마지막'이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였다.

 

소년 감성이라는 단어와 딱 어울리는 앳된 목소리와 그림 같은 가사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앨범 'panorama'는 외로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가사와 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음악은 나를 그때 당시로 데려가 똑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둘도 없는 기이한 경험이다.

 

사실 이 노래를 지금은 자주 듣지 않는다. 일학년 가을 나는 참 외로웠다 물론 지금까지도 곁에 남아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 시기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외로움은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panorama'를 들으면 물에 잠긴 것처럼 축축해지고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몸은 잘도 움직였다. 학점을 꽉 채워 강의를 듣고,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고. 낮에는 학업에 밤에는 불안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나름 잘 지냈다고 할 수 있는 건 그의 노래 가사처럼 'life is a darkness or lightness'라는 말 때문이다.

 

 

Life is a darkness or lightness

빛은 나를 벗어나고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생각에 또 가끔 헤매곤 해

Why are you hesitating

phobia It's phobia

언젠간 도착할 어딘가에

내 맘이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잠기는 다리 중력의 반대로

헤엄쳐 바닥 끝에서 바다 끝으로 떠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

결국에 난 닿게 될까

 

- 'phobia' 중

 

 

새벽 두시 도서관. 줄 이어폰 한쪽만 귀에 끼고 다른 쪽 귀로는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나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을이 옴을 알려주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길을 따라 드문드문 심어진 가로등을 보며 텅 빈 캠퍼스를 걸었던 것도 이제는 추억이다.

 

 

 

비, m버스, 오아시스


 

오아시스는 이미 유명한 영국의 밴드이다. 브리티시 팝에 대해 잘 모르던 내게 들어보라며 추천해 줬던 기억이 있다. 그제야 가장 좋아하던 영국 드라마 'My mad fat diary'가 생각났다. 16세 소녀 레이가 가장 좋아하던 밴드 오아시스. 피처링으로 등장했던 탓에 낯설지 않았던 이 밴드의 음악을 계속 접하게 되었다.

 

시원한 가을과 잘 어울리는 곡 'don't look back in anger'는 없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동기들과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하고 동전 노래방에 가서 떼창을 하기도 했던 곡이다.

 

시원한 보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기타 연주까지 클래식하지만 언제 들려도 질리지 않는 오아시스다.

 

 

 

 

특히 버스를 타는 때엔 더욱 그렇다. 통학은 아니지만 주말마다 본가로 가던 내게 줄 이어폰과 헤드셋은 필수품이었다. 비 오는 날 m 버스를 타고 자동차 후면 등만이 풍경인 도로를 달렸다. 빗소리 위로 'stop the clocks' 앨범을 틀어놓고 창밖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의 음악은 고단한 이동 시간의 지루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주었다.



 

시티 팝에 빠지다


 

시티 팝은 여름에 어울린다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 밴드. 도시(dosii)는 사계절 내내 들어도 좋다.

 

지난 2년을 비대면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본가인 상수동이 캠퍼스가 되었다. 서울로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되어 주변을 막 탐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근처에 한강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따릉이 정기권을 끊었고, 과제를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나가 공원에서 시간을 자주 보냈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도 좋지만 선선한 날씨를 즐기러 나오는 주민들의 대화를 엿듣고 싶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헤드셋을 썼다. 한 앨범을 질릴 때까지 듣는 버릇이 있는 내게 재작년 가을 플레이리스트는 곧 도시의 앨범 'dosii'였다.

 

가장 즐겨듣는 '고열', '조금', 'lovememore'을 포함해 총 10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이다.

 

 

 

 

상수 나들목에서 출발해 성산대교까지 삼십 분 동안 전곡을 듣는다. 돌아올 때 한 루프 더. 그러면 한 시간에 딱 맞춰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다. 일분 정도 남기고 따릉이 반납 버튼을 누를 때 딱 마지막 곡 '너에게'가 재생된다. 이 타이밍에서 오는 짜릿함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천 원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에게 전부인 게

너에겐 조금인 걸

너무 잘 알고 있어

바뀌지 않는 것도

끝이 없는 기다림도

내겐 너무 가까워서

금방 널 나는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우린 많은 이름들도

어떤 많은 단어들도

너무 가벼워

그런 시시한 이유는 아닌데

나는 조금 더 많아 질 수 있을까

네게 조금 더 많아 질 수 있을까

  

- '조금' 중

 

 

 

조금 단단해진 복숭아씨 peach pit


 

이전에 소개한 곡들이 공허한 마음을 차분히 채워준다면 이번에 소개할 피치핏peachpit의 노래들은 내적 흥을 돋우며 내면의 너디(nerdy)함(?)을 꺼내준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이 밴드의 특징들은 이야기하듯한 보컬과 지극히 일상적인 가사, 그리고 독특한 기타 리프이다.

 

대면으로 만나는 캠퍼스가 참 어색하면서도 마지막 학년으로서 느끼는 익숙함이 있다. 그런 중화된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피치핏이 아닐까. 특히 1집 'Being so normal'은 위트 있는 가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곡들의 구성 덕에 길동무로서 안성맞춤이다.


 

Come to think of it, she said

Would you help me lace 'em up instead

The weed I had is workin'

From the shoreline in the snow

I can tell you want me out there so

Riding 'til it's hurting

You've set me up now

Watch her as she pirouettes

Watch her figure 8

With that style

All good things of it

Are most likely gonna go

Watch her skate away

Why am I your baby

  

- 'Figure 8'

 

 

만든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들이 멀게 느껴지면서도 사소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혼자 투덜거리는 듯한 너디한 노래들(실제로 이 밴드 멤버들이 정말 너디하다..)과 함께라면 학교에서의 마지막 가을을 쓸쓸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팬데믹의 기간 동안 단단해져온 복숭아씨, 이제 잘 익은 무리 사이로 들어가 박혀 있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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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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