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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축적되지 않는 기억과 남게 될지도 모를 무언가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카미야 토루를 잊지 말 것

by 박주연 에디터
2025.07.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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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잊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녀 마오리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무색무취의 평범한 소년 토루. 전혀 접점이 없던 둘의 사이는 어느 날 불쑥 토루가 마오리에게 ‘우리 사귈래?’라며 말을 걸며 시작된다.

 

당연히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마오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간단히 할 것. 셋째, 날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 꽤나 독특한 세 가지 조건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처음은 친구의 괴롭힘을 막기 위한 거짓고백으로 얼렁뚱땅 시작된 연애였지만, 마오리를 점차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토루는 ‘내일 모든 걸 잊는다 해도 가장 행복한 오늘을 줄게’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짐대로 매일매일, 행복하고 반짝이는 순간과 추억을 함께한다. 자고 일어나면 마오리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마오리가 내일의 자신을 위해 매일 적는 일기 속 내용이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매일 절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마오리의 삶의 희망이자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 잊고 싶지 않다고, 이 따뜻함을 기억하고 싶다고, 토루와 함께 내일을 넘고 싶다고. 매일 밤 사랑이 사라지는 세계에서 둘의 사랑은 돌고 돈다.


일본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6월 13일에서 8월 24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초연을 맞이했다. 소설에 영화까지 챙겨볼 정도로 좋아했던 이야기라 과연 뮤지컬로 어떻게 풀어낼지 관람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되었던 작품이다.


원작인 일본 작품 특유의 빛이 산란하는 듯한, 아련하고 몽환적이고 찬란한 색감을 다양한 무대장치로 잘 구현해냈다. 특히 중간중간 밝고 신나는 장면과, 아련하고 그리운 장면이 교차되며 원작을 처음 느꼈을 때의 감동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카미야 토루 역을 맡은 아이돌 이준의 열연에 몰입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준 배우 특유의 소년스러움이 유독 잘 어울렸다. 여러 가지로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만남도 이별도, 갑자기 찾아온 사랑도, 슬픔도. 아무런 접점 없던 타인이 내 삶 속으로 성큼 들어오는 순간.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존재가 영영 나를 떠나게 되는 순간. 때때로 모든 일은 준비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이별엔 영원히 의연해 질 수 없는 우리다.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순간과 그 순간에도 잊혀져 가는 추억들이 교차한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으나 끝내 잊혀져가는 이름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누군가가 삶 속에서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건 참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일이다. 마오리의 일기 속엔 토루가 얼마나 반짝이고 소중한 존재였는지, 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매일 토루를 기억하기 위해 메모하고 적고 외우며 애를 썼던 마오리도, 그런 마오리에게 매일 가장 행복한 하루를 주려 노력했던 토루도 둘의 시간은 조금 엇갈렸어도 마음은 엇갈리지 않았다는걸, 결국 우리 모두는 알게 된다.


책의 표지 이미지이기도 한 아름다운 은하수로 가득 찼던 마지막 무대 장면을 떠올리며, ‘사랑의 이르는 병’의 작가인 샤센도 유키 작가의 감상평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언젠가 죽을 우리가, 언젠가 잊어버릴 추억을 만드는 이유를 이 소설은 알려준다. 책장을 덮은 뒤 당신은 분명 이 세계에 존재했던 다정한 사랑 이야기를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샤센도 유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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