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상할 정도로 도시 관찰에 진심인 작가가 있다. 대개 관찰이란 희귀한 것을 보았을 때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담아내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에서는 가장 일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냥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과 글로 펴낸 그의 관찰은 독보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책에 수록된 도시하천 가상 지도를 보고 우리 동네 같다는 반가움을 표한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자신만의 관점에서 시작해 공감과 웃음을 길어 올릴 지점들이 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왕복 4시간 통학을 할 때 서울은 내게 늘 차갑고 재미없는 도시였다. 길을 걸어도 클락션을 울리는 거리는 차나 늘 나를 종종거리게 하는 정류장 앞에서 도시 관찰은 사치 같았다. 배차 간격 50분을 기다리며 땡볕에 서 있던 어느 날 문득 이곳을 뻔질나게 지나다녔지만, 1m 앞 골목으로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차피 땀을 흘리며 차를 기다려야 한다면 10분~20분 정도는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뒷골목으로는 큰 오피스텔이 있었기에 전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천천히 건물의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니 갑자기 ‘사람 사는’ 주택가가 나타났다. 원래 있었을 것 이지만 내게는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나온 것처럼 이질적이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몇 발짝 걸었다고 복잡한 서울에서 사람 냄새나는 동네가 나오다니. 라일락이 가득 펴 있는 담장을 지나고 아기자기한 빌라도 지나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나기 시작했다. 허리께에 오는 유치원생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배경으로 공원 놀이터 의자에 앉았다. 내게는 늘 조바심을 주던 서울이 누군가는 애정을 갖고 살아가는 삶터라는 사실을 깨닫자 피곤함을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이후로 버스를 기다릴 때는 괜히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서울에서 눈길을 끄는, 나만의 관찰을 시작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조금씩 궁금해졌다. 가끔은 그 빼곡함이 피로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한 때부터 새로운 시야가 트였다. 그래서 이다 작가가 관찰하며 느끼고 기록한 이 책이 특히 공감됐다.
![[크기변환]이다의도시관찰-표1+ (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12085214_nunrfuik.jpg)
주의 사항
관찰할 때는 판단하지 않기! 판단하면 관찰이 아니라 사찰이 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도시 생활에서 가장 어렵고 낯선 경험 중 하나다. 지하철에서 허겁지겁 뛰며 사람들을 밀치는 이를 급한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여기기는 쉽지 않다. 눈을 흘기고 최소 몇 분은 씩씩 거리도 마음이 곧장 잠잠해지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찬찬히 관찰하는 순간 이해하게 된다고 믿는다. 나를 밀치고 허겁지겁 가는 할머니는 아주 오랜만에 자식을 만나러 갈 수도 있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관찰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맥락과 삶이 있다는 사실이 문득 느껴진다. 그러고 나면 온전히 미워하기가 어렵다. 이해와는 다른 영역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마음이 둥글어진다. 그것이 도시 생활의 맹점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스스로 머쓱해지기도 하고 내 안의 편견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게 하는 일들이 일상에 스며있다. 그래서 관찰은 판단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의사항이 오히려 자유로움을 준다. 누군가를 애써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냥 보고 느끼는 것. 그게 우리의 건강한 삶과 관찰의 유희에 큰 힘이 된다.
사진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이다 작가의 그림체로 한 겹을 더해 본 동네의 모습은 우리 동네 같기도 하면서 분명 익숙하고 푸근한 맛을 느끼게 한다. 오래된 것의 매력은 켜켜이 쌓인 먼지에도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오래된 문구점을 관찰하는 이야기는 유머가 가득하다. 어정쩡한 나이대의 젊은 여성이 늘 비슷한 이들만 오는 문구점에 나타나면 의심받기 좋다며 나름의 각본을 갖고 방문한다. 그리고 박스들이 빼곡하게 있는 내부에 들어서면 이거지, 하며 관찰을 만끽한다. 이야기만으로도 설레고 나 또한 얼른 관찰하고 싶어진다. 책을 읽다 오래된 것들에서 읽히는 시간을 나도 느껴보고자 나만의 도시 관찰 일기를 남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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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관찰
관찰 장소: 경남 진주시의 주택가
관찰 대상: 오래된 주택과 강아지
길을 걷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눈높이를 마구 살피던 중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처음 든 생각은 어떻게 올라간 거지. 종종 오래된 주택가를 보다 보면 담장과 문이 이어져 높이가 있는 집들이 많은데 고양이는 많이 보지만 강아지는 처음이었다. 강아지의 모습이 황당하면서도 너무 익숙해 보여서 찍은 사진. 강아지까지 풍경의 완성이다!
![[크기변환]진주.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12084718_zyizatbb.jpg)
두 번째 사진
관찰 장소: 전북 전주시 객사 거리
관찰 대상: 상가 주택의 나무 창살
전주에는 가맥집이 많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갈 일이 없지만 집마다 맛나게 구워주는 먹태와 맥주를 곁들이는 풍경을 보면 덩달아 흥겨워 지기는 한다. 전주만의 문화라고 하여 가맥집의 오래된 간판을 찍고 있었는데 고개를 드니 2층 알루미늄 창틀 뒤 나무 창살이 눈에 띄었다. 얇고 무늬가 있는 듯한 창문 손잡이와 붙어있는 스티커들, 흔하지 않은 육 분할 창까지. 어린 시절 상상한 창문의 모습이 생각났다. 2층에는 사람이 살고 있을까? 누가 살고 있을까? 다음에 가면 2층은 살림집인지 사장님께 여쭈어야지.
![[크기변환]전주.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12084951_tgqweows.jpg)
세 번째 사진
관찰 장소: 제주도 제주시 어딘가
관찰 대상: 기묘한(?) 주택들
제주시에서 길을 걷다가 명물이다! 을 몇 번이나 외쳤다. 오래된 건물들이 아주 많았고 그것들이 모여 형성하는 독보적인 기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진을 찰칵찰칵 찍은 지점이다. 요즘 쓰지 않는 아스팔트 슁글 지붕을 가지고 오래되어 부분 부분 방수 작업을 모습, 높은 지붕과 이어진 꼭대기 층의 창이 튀어나온 모양까지 세월이 느껴져 더 좋은 풍경이다. 심지어 뒤로는 교회 건물과 노란 페인트칠( 심지어 창이 원형이다) 건물도 함께 보인다. 하나의 건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이 세 가지가 모여 멋진 풍경이 됐다.
![[크기변환]제주.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12084955_tarnhocr.jpg)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냥 눈에 띄어 남겨 놓은 사진들에 관찰 일기라고 이름 붙이고 기록해 보는 감상은 또 다르다. 이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관찰은 나를 위한 것이다. 세상이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암담하고 자신의 존재도 흐릿하게 느껴질 때, 주변을 관찰하는 일은 그 생각을 조금은 옅어지게 해준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낀다.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머릿속을 호기심과 관찰에 익숙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집 밖으로 나가 탐험을 하는 발걸음부터 시작이다. 어린 시절에는 분명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관찰하는 것이 당연했다. 세상에 대해 모르고 신기한 것들을 탐구하는 일은 모든 순간 모험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세상 속에 익숙한 것들이 가득해진 지금은 다른 의미로의 관찰이 필요하다. 아는 것도 다시 보는 재해석의 관찰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일상적인 공간이었던 문구점을 이제는 추억하는 마음으로 가보고, 평소 가지 않았던 골목에 어떤 경고문이 쓰여 있는지 바라보며 세상을 계속 이해하는 과정을 겪어가는 것이다.
도시 관찰 일기를 읽으며 도시도 자연처럼 스스로 확장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돌리면 불쑥 자라나는 풀들의 생명력과 생태계의 그물의 단단함처럼 인간이 촘촘히 엮인 도시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책을 통해 본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장소, 자연, 시간이 켜켜이 쌓이고 엮어 보이는 도시의 단면은 아주 밀도 높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하천 다리 아래에 생긴 누군가의 공유 독서 공간, 산 오르막길에 놓인 ’쉬어가세요’ 의자 같은 것을 마주치는 순간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큰 힘이자 머물고 싶은 감정을 키우는 원천일지도 모른다. 차갑고 모르는 도시에서 문득 마주친 사람 냄새를 내게 서울을 새롭게 인식시켜 준 것처럼 관찰은 우리의 삶을 더 미세한 즐거움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가 관찰을 직접 느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