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반짝거리는 글을 캐내는 작가 이슬아의 신작이 돌아왔다. 일간 이슬아를 통해 매일 이메일로 만나는 그의 글은 아주 베테랑 같으면서도 친구가 말해주는 일상 속 한 뭉치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한 권의 책으로 나온 이슬아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은 더욱 도톰해진 힘이 느껴진다. 제목을 보고 이슬아 작가의 이메일은 인생을 바꿨나 보군, 하며 내가 보낸 이메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실패율 --%를 자랑하는 것과 더해 스스로 흑역사를 써낸 옛날 이메일 주소는 잊어보기로 하며 책을 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메일로 팔자를 펼 수 있나 하는 가소로운 생각도 살짝 곁들여서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교육기관에서는 반드시 이메일 쓰기를 알려줘야 한다. 초등학생 무렵 만들었을 (좋아하던 캐릭터, 가수, 배우 등등) + (외계어 및 숫자) 조합의 아이디로 여러 서비스에 접속하는 수준에서는 이메일 쓰기의 기본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최초의 이메일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무난한 이름과 생일 조합이었고 보내는 이메일이어봤자 어린이 잡지의 이벤트 응모쯤이었다. 하지만 자아가 생기고 해괴한 이메일을 스스로 만든 순간부터 SNS를 연결하고, 여러 흑역사를 스스로 생성했다. 대학생이 되고서 보낸 이메일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교수님에게 읍소하거나, 과제 제출 정도였다.
그러던 중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만난 교수님은 이메일의 중요성을 줄곧 강요하셨다. 이메일로 과제 제출을 할 때 양식이 틀리거나 자신의 기준과 어긋난다면 감점하며 경각심을 주곤 했다. 물론 그 방식이 다소 억울할 여지가 있지만 처음 이메일과 함께 파일을 공유할 때는 그의 말이 옳았다는 걸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책의 제목인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말 하나로 빚을 지고 갚고 하는 마당에 기록으로 남는 이메일 잘 쓰기는 기술이고 자산이다. 사회 초년생의 관점에서 이메일은 전혀 모르는 언어로 세상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전화나 문자보다는 느리고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한다. 내게 이메일 잘 쓰기는 부럽고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니 이슬아의 방법은 대체 무엇일지 더욱 궁금했다.
그런 이슬아의 첫 방법은 어머니인 장복희 님을 이슬아 컴퍼니의 어엿한 답장 대리인으로 성장시킨 이야기로 시작한다. 공식적인 이메일이라기엔 우리네 엄마와 할머니가 생각나는 초기 이메일에서 따뜻하면서도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보이는 단계가 되기까지. 그 사이 7년의 세월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상대방에게 시간을 주는 이메일의 성질에 복희 님은 누구보다 적합한 인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 돌릴 시간을 주는 방법, 생각지도 못한 그 지점에서 이메일에 대한 나의 담장은 살짝 낮아졌다. 복희 님의 수려한 이메일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같이.

나는 정말 이메일을 잘 쓰는 사람은 공적이고 전문적인 느낌보다 이메일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따뜻한지, 뜨뜻한지, 뜨거운지, 미지근한지 알 수 있게 하는 문체와 작은 요소에 있다고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소개하는 이연실 편집자의 이메일은 웃기면서도 이메일 쓰기의 본질을 꿰뚫는 듯하다.
우리는 이메일이 모니터 안에 건조하게 박혀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그 뒤에는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언어로 정성을 보여주고 상대를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그 방식이 누군가는 진지하고 누군가는 유쾌한 각자의 ‘치트 키’일 것이다. 그건 전반적인 어조와 더불어 태도로 드러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음에도 말이다. 한 통의 메일에서 평균 16.7개의 느낌표를 사용하고 글자만 봐도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지지만, 그 마음, 더욱이 전해지는 진심이 일품이다. 나 또한 아직은 간결함과 공적인 이메일만의 문법을 익혀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슬아처럼, 그의 동료들처럼 자신의 온도를 전달하면서도 충분히 공적인 이메일 쓰기를 하고 싶다. 달변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이메일 창 안에서는 제법 근사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
일이 얼렁뚱땅 잘 되면 좋겠지만 이슬아의 이메일을 읽고 나면 하나의 일에 얼마나 많은 품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느껴져서 머쓱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일을 도모하고 계획하고 부탁하는 모든 과정에서 쑥스러움 대신 진심과 정중함을 뒤집어쓰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하는 이메일을 잘 쓰는 법의 기본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 객관화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보통 이메일을 먼저 보내는 처지에서 그 방향은 확실하게 받는 사람에게 향해야 한다. 무언가를 제안하거나 부탁하는 일이라면 그의 마음을 사로잡든, 궁금증을 유발하든 그의 눈에 들어야 하는 일이다. 혹은 앞으로의 인연을 위한 한 수 앞선 응원의 팬레터라도 그렇다. 원하는 답을 듣고 싶다면 아주 정중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쇼를 보여줘야 한다. 인기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이 어쩔 수가 없다. 상대방과 이어지고 싶은 만큼 나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보여주는 방법이 이슬아만의 영업 비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을 언어화하고 잘 설명하는 것 또한 정말 어렵다.
이슬아 작가의 이메일은 정말로 인생을 바꿨다. 책에서 다루는 시간 동안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작가가 되었고, 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일을 예술가가 되었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메일과 연락과 부탁과 거절이 있었을까. 우리의 삶은 너무나 개인적이면서도 전부 연결되어 있다. 가끔은 이메일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스크린 앞에서 매몰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이메일은 활자만으로도 그 사람을 만나게 하는 힘을 만든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 과정과 함께 웃음이 담겨있다. 공적이면서도 가까워지는 이메일, 참 멋지다.
아주 일상적인 일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끌어오는 이슬아 글의 힘이 좋다. 그의 에너지가 좋은 이유는 그가 아주 전략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유가 있는 것에는 이유를 달고, 그저 느껴지는 것에는 그저 잘 설명해준다. 이제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의 제목이 왜 이렇게나 확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는 가볍게 여길 이메일에 대해서, 일의 시작과 끝을 맺는 매개에 쏟는 생각에서 그가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꼈다. 그건 그가 가지고 있는 혹은 그동안 쌓아오며 체득한 시간의 두툼함으로 뽑아낸 발화 방식일 테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우리가 받는 이메일과 그 뒤에 있을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메일로 시작해 과정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이 하는 일에 대한 존중을 생각하기까지, 책을 덮으며 나 또한 믿고 싶은, 그런 이메일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