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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미스터리 장르의 경계를 걷는 이야기들 - 도서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미스터리 장르의 경계를 걷는 이야기들

by 이승주 에디터
2025.07.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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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란 산발적으로 흩어진 단서들을 쫓아가며 독자 스스로가 결말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서사적 게임이다. 작가는 이야기 곳곳에 섬세한 장치와 복선을 심어두고, 독자는 그 퍼즐 조각을 해석해 반전의 쾌감을 맛본다. 이 게임의 기본 규칙은 대개 세 가지다. 매력적인 수수께끼, 공정한 단서, 그리고 납득 가능한 해결. 독자는 이 규칙 아래에서야 ‘속았다’는 감탄을, 때로는 ‘알아냈다’는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8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은 흥미롭다. 이 책은 정통 미스터리의 규칙을 따르는 작품과 그 규칙을 의도적으로 이탈하거나 변주하는 작품이 공존하는 사례집이다. 각각의 작품이 제시하는 방식은 미스터리 장르의 현재와 그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를들어, 대상을 수상한 「거짓말쟁이의 고리」는 전통적인 미스터리 장르의 쾌감을 충실히 구현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외의 수상작들은 이 전통적 문법에서 한 걸음 비껴나 있다. 「탈태」는 구조상 호러소설에 가깝고, 「승은만은 원치 않소」는 사건 발생 자체가 독특하며, 「설원해담」은 메타적 전환을 통해 독자의 인식을 전복시킨다. 특히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은 트릭보다는 시대 분위기와 인물 묘사에 방점을 둔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건 ‘한국적 요소’와 ‘미스터리 장르’의 혼합이었다. 「승은만은 원치 않소」와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은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기계적 트릭보다는 인간적 시선에 주목한다. 다만 두 작품은 톤과 서사 방식에서 상이한 결을 지닌다.

 

「승은만은 원치 않소」는 과장되고 활기찬 만화적 분위기 속에서 사건을 다룬다면,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은 실재했던 역사적 인물과 정서적 공감을 중심으로 사건을 묘사한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되, 완전히 다른 온도의 서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교의 재미가 있다.

 

모든 작품이 매력있었지만, 이번 리뷰글에서는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며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세 작품 「거짓말쟁이의 고리」, 「탈태」, 「설원해담」을 소개하려고 한다.

 

 

 

1. 장르적 쾌감의 정수 – 「거짓말쟁이의 고리」


 

대상을 수상한 고수고수의 「거짓말쟁이의 고리」는 미스터리 장르가 제공할 수 있는 고전적 쾌감을 정교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진실의 고리'라는 판타지 설정을 클로즈드 서클 구조에 결합시킨 점은 흥미롭다. 특히 이 작품은 초반에 주인공이 자신의 살인을 직접 고백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는다. 이로써 독자는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려는 게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특히 탐정 역할을 자처하는 탁민택 캐릭터는 약간의 만화적 유쾌함을 품은 동시에, 독자의 시선과 질문을 대변하는 입체적 장치로 기능한다. '진실'만이 말해지는 공간에서조차 의심은 사라지지 않고, 작가는 그 틈을 파고들며 트릭과 반전을 설계한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얼마나 정교한 구조 속에서 독자를 길들이고, 유혹하고, 속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 인지적 쾌감보다는 불안의 잔향 「탈태」


 

「탈태」는 미스터리의 전통적 구조에서 이탈해, 훨씬 호러에 가까운 서사적 체험을 제시한다. 몽골과 러시아 국경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아내의 유골을 들고 여행하던 중 한 시체를 마주해야하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진실이란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여기서 미스터리적 수수께끼는 사건 자체보다, ‘무엇이 이 상황을 가능하게 했는가’에 대한 감각적 질문으로 대체된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힌 메모, 현지인과 외국인 사이의 불편한 시선, 사소한 대화의 위화감, 기묘한 죽음의 방식-과 같은 코즈믹 호러 장르에 가까운 요소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불안들은 일반적으로 "누가 그랬는가", 보다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추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장르적 장치와 맞물려 피해자와 가해자, 남성과 여성, 한국인과 외국인이라는 대비가 정교와 이교, 현실과 한상으로 이어지는 전개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이런 감각에 초점을 맞추는 전개로 인해 이 작품은 정형화된 미스터리 독자에게는 낯설거나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맞출 수 없는 퍼즐의 발견’ 자체로 확장해보려는 시도라면, 오히려 장르의 변두리에서 가장 강렬한 감각을 건네주는 작품이다.

 

 

 

3. 메타적 장르의 혼합 – 「설원해담」


 

「설원해담」은 장르의 법칙 자체를 전복하는 기묘한 실험으로 읽힌다. 두 개의 이야기와 서술이 병렬로 이어지고, 독자는 한동안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나중에야 등장하는 탐정의 후반부 ‘해설’은 앞서의 모든 사건을 새로운 의미망으로 묶으며, 독자로 하여금 처음부터 다시 읽도록 유도한다.

 

탐정이 제시하는 논리적 설명은 설득력 있지만, 그 논리에 따라 독자가 허용했던 전제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한다. 다시 말해, ‘단서’는 늘 존재했지만, 독자가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었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미스터리 장르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그 규칙이 어떤 허구 위에 세워졌는지를 되묻는 구조다.

 

이런 메타적 실험은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서사의 이면을 탐색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다만 '사실은 이렇다'라고 설명하는 탐정의 해설이 꽤 명쾌하긴 해도, 독자로서는 '두 영혼'이 혼동될 수 있다는 몇몇 부분이 완전히 잘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부분도 있었다.

 

 

 

4. 나가며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은 하나의 단일한 경향성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기 언어를 갱신해가는지를 탐색하는 장르 실험의 장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훌륭한’ 미스터리로 읽힐 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감정적 톤, 시대적 배경, 불완전한 인물 심리 등을 끌어들여 장르의 껍질을 의도적으로 거칠게 다룬 작품도 있다. 특히 조선시대라는 공간을 활용한 「승은만은 원치 않소」,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은 전통적 트릭 대신 역사적 맥락과 정서적 상상력을 중심에 둠으로써,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해결하는 이야기’에서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전환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때로는 미완성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한 독서 경험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스터리 장르의 본질이 진실에 다가가려는 시도이며, 그 진실이 꼭 하나로 환원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수상작품집은 '다르게 이야기하는' 용기를 가진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혹은 장르의 외곽에서 그것이 어떻게 흔들리고 재구성되는지를 살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충분한 만족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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