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부기
햄부기햄북 햄북어 햄북스딱스 함부르크 햄부가우가... 그리고 끝내 “햄부기온앤온을 차려오너라”로 마무리되는 이 문장은 햄버거를 귀엽게 ‘햄부기’라고 부르기 시작한 데서 온 밈이다. 사실 문장이 너무 길어서 중간을 생략했다. 이 챌린지는 마치 예능에서 자주 보던 ‘간장 공장 공장장’, '내가 그린 기린 그림' 발음 게임처럼 햄버거 이름을 변형해 부르며 유행을 탔다.
햄부기는 햄버거 외에 특별한 뜻은 없지만, 중독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다. 왠지 듣기만 해도 ‘하압’ 하고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작은 천국을 선사하는 이 음식의 매력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나만 이런 햄버거의 열성팬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버거를 즐기는 팬클럽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에서는 다시 햄버거가 뜨고 있다.
요즘 햄버거는 가성비 좋은 외식 메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롯데리아,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등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햄버거는 접근성과 편리함을 동시에 갖췄다. 한마디로 효율적인 음식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햄버거에는 1인분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 혼자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는 1인가구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햄버거 가게에서 혼밥 하는 모습은 자연스럽지만, 비슷한 패스트푸드인 피자집이나 치킨집에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선뜻 상상하기 어렵다.
치킨이나 피자처럼 ‘함께 먹을 파티원’을 구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별다른 식기 없이 포장지를 벗기면 바로 즐길 수 있다. 일회용품이 다량으로 나오는 다른 메뉴들과 달리, 햄버거는 종이 포장만 접어 버리면 정리가 끝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변화는 햄버거의 이미지 변신이다. 한때 건강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햄버거는, 이제 웰빙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정 부분 인정받고 있는 메뉴가 되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고 싶을 때, 햄버거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고루 갖춰진 균형식으로 통한다. 햄버거를 검색하면 다이어트가 상위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물론 다이어터들은 나트륨이 높은 소스는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내게 운동을 가르치던 PT 선생님도 “햄버거는 종종 먹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었다.
특히 패티를 치킨으로 바꾸면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고 영양구성이 개선된다. 예를 들어 맘스터치의 휠렛버거는 다이어터들의 오아시스 같은 메뉴다. 탄수화물 50g, 단백질 25g, 지방 10g으로 약 2:1:1의 균형 잡힌 칼로리 비율을 자랑한다. 내가 찾아본 바에 따르면, 이는 WHO에서 권장하는 탄단지 비율에 부합하며 다이어트 중 입이 터질 것 같을 때 좋은 한 끼 식사가 된다.

그러나 햄버거도 함께 다이어트를 해버렸다.
요즘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시키면, 광고 사진과 달리 부실한 속 재료에 실망할 때도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이런 불만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그래서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실제 크기와 내용물을 비교하는 리뷰 콘텐츠들이 늘 소소한 화제를 모은다. 가격 상승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외식 물가 상승률 통계에서 햄버거는 무려 37%나 올라 전체 품목 중 2위를 차지했다.
마치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이 더 멋진 몸매를 갖게 되듯, 햄버거 내용물은 다이어트를 거친 후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일각에서는 햄버거 업계의 최근 가파른 영업이익 상승 비결이 메뉴 가격을 올린 데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달,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맥도날드 보이콧이 진행됐다. 이번 보이콧으로 인해 최근 미국 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맥도날드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의 주된 이유는 공정하지 않은 경영방침과 최근 40% 넘게 오른 햄버거 가격 때문이다. 햄버거를 비롯한 외식 물가 급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처: The SpongeBob Movie: Sponge Out of Water 3D 스틸컷
햄버거에게 바란다.
햄버거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다. 나도 어린 시절 햄버거를 좋아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스폰지밥이 집게리아에서 “월요일 좋아”라며 노래를 부르며 패티를 굽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만화를 봤다면 한 번쯤 스폰지밥이 만든 게살버거의 맛이 어떨지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스폰지밥에서 햄북스딱스 밈까지, 햄버거는 어느새 한국인들에게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즐거움을 함께 주는 음식이 되었다.
나에게 햄버거는 여전히 ‘햄북스딱스 햄부기온앤온’ 보다는 스폰지밥이 만드는 게살버거가 먼저 떠오른다. 이 노란 스폰지는 자신이 만든 버거에 자부심과 행복을 가득 담는다. 마치 비키니 시티 주민들이 게살버거를 사랑하는 것처럼, 햄버거는 요즘 한국인들에게 최고의 소확행을 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햄버거가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의 문턱이 너무 높아지지 않으면 좋겠다. 햄부기, 아니 햄버거마저 비싸지면, 외식이 정말 부담스러워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