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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요즘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라는 노래를 자주 듣는다. 이 노래는 프로젝트 그룹 마로니에가 1994년 3월에 발표한 곡으로, 30년 전 여름을 강타한 국민 히트곡이었다. KBS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앨범은 1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흥겨운 레게 리듬, 세련된 가사, 그리고 신윤미·최선원·김신우 세 가수의 음색이 인상적이다. 나는 특히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의 고음 애드리브가 마음에 든다. 이후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나는 원곡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사 중 반복되는 이 대목이 특히 좋다. 그래서 꽤 우울했던 어느 8월의 이틀을, 정말 이 노랫말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 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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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거리 걷기


 

산책이란 무엇일까? 야외를 천천히 거니는 일. 순우리말로는 '나들이' 또는 '마실'이라고도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운동 중 하나로, 단순히 걷기만으로도 우울이나 불안이 완화된다고 한다.


나는 더위가 조금 식은 저녁, 집 앞 호수공원을 걸었다. 원래는 아무것도 없는 논밭이었는데, 2년간의 공사를 거쳐 엄청난 물을 넣으니, 마치 마법처럼 호수가 생겼다. 야외 테이블이 깔려 있고, 호수 위에는 분수대도 있다. 주말에는 가끔 공연도 열린다. 호수공원은 동네 주민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다.


원래도 산책을 좋아했지만, 수변공원이 생긴 후로는 더 자주 나가게 되었다. 물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다. 이 동네 사람들도 나처럼 친수성 인간인가 보다. 저녁이면 마치 쳇바퀴 도는 햄스터처럼, 사람들은 호수를 따라 둥글게 걸음을 이어간다.


나는 아침에 걷겠다고 마음먹은 날엔, 꼭 저녁에 나간다. 작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수를 다섯 바퀴쯤 돌고 집에 와서 샤워하면,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가 된다.

 

칵테일 사랑의 가사처럼 무작정 거리를 걸어보니, 우울감의 절반은 사라진 것처럼 상쾌했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된 것은 덤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우울한 날에는 일단 나가서 산책을 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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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칵테일에 취하기


 

거리를 걸었으니, 이제 취할 차례다. 친구와 함께 성수동에 가서 신나게 인형 뽑기도 하고 술을 마셨다.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취기가 오르자, 세상만사가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간 곳은 '목탄'이라는 이름의 이자카야였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외국인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일까지 해내시는 모습이 대단했다. 문득, 다음 달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떠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와 목탄의 알바생분처럼 나도 늘 어딘가에 도전해 보고픈 마음은 있는데, 왜 두려움이 앞설까?


사실, 요즘의 우울은 어쩌면 내가 나 스스로를 너무 바쁘게 몰아붙인 탓일지도 모르겠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과 여유로움의 부재. 나는 뭔가를 계속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인데, 삶을 즐기며 여유를 누리는 친구들이 가끔은 부럽다. 어떤 친구는 자주 여행을 떠나고, 여느 20대처럼 새로운 도전을 한다. 나만 여유 없이 숨 가쁘게 알바만 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기저기 더 많이 다녀보려고 한다. 특히 이번 주에 성수에 나가보니 사람들 얼굴이 하나같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나도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추억과 경험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물론, 정말 깊은 우울에는 술이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나의 우울은 일시적임을 나는 알고 있다. 친구와 함께 나눈 대화, 그리고 가볍게 오른 취기는 마음속 짐을 조금 덜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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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주는 힘


 

유튜브에서 1994년 가요톱10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댓글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느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지금이 훨씬 편하고 빠른 시대지만, 낭만이 있었던 옛날이 그립다"고. 이 노래는 많은 이들의 '가장 눈부셨던 그 시절'을 불러오는 마법 같았다.


노래의 끝부분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창밖에는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어

내 마음도 그 비 따라 우울해지네

누가 내게 눈부신 사랑을 가져줄까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다운데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1994)

 

 

나는 생각이 많다. 그래서 항상 가벼운 우울감, 머릿속 철학적인 질문들과 맞서 싸운다. 외부 상황에 민감해서 이 노래 가사처럼 정말 비만 와도 살짝 우울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아름답다는 사실. 세상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는 나만 행복해지면 된다.


좋은 노래는 그런 확신을 준다. 노래 한 곡만으로도 무언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 노래 한 곡이 주는 행복이,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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