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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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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저은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게 좋아서.”


조정이 왜 좋냐는 질문에 조정부원 니노미야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새파랗게 일렁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비춘다.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제48회 일본아카데미상 우수애니메이션작품상을 수상한 청춘 애니메이션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는 그 여름, 온 힘을 다해 함께 노를 저었던 조정부 소녀들의 영원히 기억될 눈부신 레이스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 청춘 성장물의 레전드 IP로 불리고 있는 1996년 발매된 시키무라 요시코 작가의 소설 「힘내서 갑시다」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원작은 실사 영화 및 드라마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청춘 영화의 대표작 <워터 보이즈> <스윙걸즈>의 시초가 된 작품으로 이목을 끌며, 2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미츠히가시 고등학교 2학년인 에츠코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소녀다. 반에서 키도 가장 크고 무엇이든 잘 했던 초등학생 시절 동급생들에게 언니 같았다고 해서 ‘에츠 언니’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으나, 점차 자라나며 뒤처지고 특별하지 않은 스스로를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 진학 후 에츠코에게 남은 건 무엇이든 열심히 해도 결국 의미가 없다는 체념이다.


하지만 전학 온 친구 리나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조정부에 가입하게 되면서 단조로웠던 에츠코의 일상은 급변한다. 티격태격대는 새로운 라이벌 친구들과의 우정, 방과 후 매일 함께하게 된 연습, 작전회의와 처음으로 패배했던 대회, 즐거운 바베큐파티와 갑작스레 찾아온 첫사랑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여름날의 추억만큼 한 마음이 된 그들의 배는 조금씩 속력을 높이기 시작한다.


낭랑하게 울리는 캐치! 로!의 구호에 맞춰,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해 잘해보고 싶다는 에츠코의 마음은 그 계절을 온통 반짝이는 여름으로 물들인다.


‘나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좌절과 체념은 사실 우리에게도 꽤나 익숙한 감정이다. 매사 무관심하고 심드렁한 표정 뒤에 체념을 감추고 있던 에츠코는 불쑥 같은 조정부원인 니노미야에게 질문을 던진다. 조정이 왜 좋냐고. ‘노를 저은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게 좋다’는 대답에 에츠코는, 저어도 저어도 제자리인것만 같았던 과거와 더 이상 아무것도 젓지 않고 멍하니 있는 현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에츠코는 다시 노를 잡고 젓기 시작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함께인 친구들과 노를 또 젓고 젓기 시작한다. 때때로 예측할 수 없는 파도는 우리를 어디까지 떠밀지 모르겠지만, 밀려나고 나아가며 지금 바다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를 젓는 것 뿐. 온 마음을 다해 잘 하고 싶은게 생긴 소녀들의 눈동자는 다시 생기를 띠고 반짝이기 시작한다. 바다에 비친 햇살을 가득 머금은, 아름다운 청춘의 반짝임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조정’이라는 흥미로운 스포츠, 섬세한 고등학생 소녀들의 감정선, 아름다운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반짝이는 바다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안에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청춘은 멈추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영원히 반짝일 그 여름 이렇게 외치고 싶다.

 

‘그래도 나아갑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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