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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요한 시선, 찰나의 빛: 시간과 감정을 포착한 두 사진작가의 세계 [미술/전시]

그라운드시소 이스트 개관 기념 두 사진전 리뷰

by 여정민 에디터
2025.06.19 11:17

 

 

성수동에 새롭게 문을 연 전시 공간 ‘그라운드시소 이스트’가 개관 기념으로 두 명의 사진작가, 알렉스 키토와 조나단 베르탱의 개인전을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대륙에서 출발한 이 두 작가는 여행자이자 관찰자로서, 카메라라는 동일한 도구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로 세상을 기록해왔다. 한 사람은 세계를 떠돌며 평화의 순간을 수집했고, 다른 이는 일상의 틈 사이에서 색과 빛을 추출해 초현실적인 감각을 부여했다.

 

새롭게 문을 연 그라운드시소 이스트의 감각적인 공간 구성은 이들의 작품 세계와 잘 맞물려, 관람자가 작품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몰입을 제공한다.

 

전시는 오는 9월 28일까지 이어지며,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알렉스 키토: 카메라에 담은 꿈과 평화


 

마케팅을 전공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던 알렉스 키토는, 유학 중 스페인에서 처음 사진을 찍으며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이후 본업과 병행하며 꾸준히 사진 작업을 이어갔고, 2022년 마침내 전업 사진작가로의 전환을 감행했다.

 

그는 안정된 커리어를 내려놓고, 단 하나의 카메라만을 들고 세계 37개국을 여행했다. 그의 작업은 도시의 소란부터 자연의 적막까지, 다양한 리듬을 품은 공간을 포착하며 "진정한 평화는 카메라 뒤에 있을 때 찾아온다"는 그의 신념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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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크게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특히 ‘콜로라도의 사계’는 그가 처음 사진을 시작한 장소이자, 그에게 있어 자연과의 연결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봄의 초록, 여름의 광휘, 가을의 금빛, 겨울의 침묵이 각각의 사진 속에 고요하게 녹아 있다. 이어지는 고요한 빛의 축제’에서는 일출과 일몰이라는 찰나의 빛을 포착한다. 파스텔 톤 하늘, 황혼의 붉은빛, 어슴푸레한 새벽이 필름의 질감과 어우러져, 관람객의 감각을 서서히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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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세상에 없는 곳’에서는 현실의 풍경을 재조합해 자신만의 이상향을 만들어낸다. 이는 작가가 모네와 웨스 앤더슨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흡수하며 확장한 ‘시각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마지막 챕터 *삶의 작은 순간들’에서는 계획 없는 여행에서 포착한 우연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그의 사진은 거창한 연출 없이도 섬세하고 감성적인 순간을 길어 올린다.

 

 

 

조나단 베르탱: 색과 빛으로 빚어낸 초일상의 풍경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조나단 베르탱은 사진을 인상주의 회화처럼 다룬다. 그의 사진은 특정한 주제를 관조하기보다는, 익숙한 장면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감각의 재구성’에 가깝다. 특히 그는 빛과 색의 흐름에 집중하며, 흔들리는 구도와 낮은 채도의 레이어들로 사진 속에 회화적 뉘앙스를 더한다. 그는 이를 ‘초일상(extreme-ordinary)’이라 부른다.

 

일상의 단면을 해체하고 재배치하여, 기존의 시선이 놓쳤던 감정과 패턴을 새롭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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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세 개의 큰 흐름으로 구성된다. QUEST 1에서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대상으로, 변화하는 시간의 결을 기록한다. 계절과 기후, 광원의 움직임이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시선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패턴을 드러낸다. QUEST 2는 코로나 이후 변화한 감각의 거리감, ‘근접성’에 주목하며 건축물, 인물, 사물의 질감과 밀도에 대한 탐색을 시도한다.

 

특히 작가가 2023년 서울을 여행하며 기록한 풍경은 낯익지만 생경한 시선으로 일상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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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QUEST 3에서는 ‘Impressionism’ 시리즈가 중심을 이룬다. 이는 그의 인상주의적 접근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표현된 작업으로, 노르망디 해변의 빛, 들판의 감촉, 도시의 그림자 등이 깊은 서정과 함께 재현된다. 카메라로 그린 시처럼, 그의 사진은 찰나의 감정을 정지시켜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기록을 넘은 감정의 풍경


 

알렉스 키토와 조나단 베르탱은 모두 여행과 일상을 매개로 하여, 시간을 바라보는 감각적인 태도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 방식은 매우 상반된다. 알렉스 키토는 풍경 안에서 자기 자신을 비워내며 평화를 찾고, 조나단 베르탱은 일상 속 잔잔한 움직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전자가 고요한 여백의 미학을 추구한다면, 후자는 감각의 밀도를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한다.

 

전시는 두 시선의 조우를 통해 사진이라는 장르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자연과 도시, 여행과 일상, 다큐멘터리와 회화 사이를 유영하는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 이상의 것을 전한다. 감정을 머금은 시간,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

 

그라운드시소 이스트의 개관을 기념하는 두 전시는 오는 9월 28일까지 이어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싶다면, 이 조용한 시각의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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