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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사표를 마음에 품고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음악]

전소연 〈퇴사할게여〉가 건네는 유쾌한 탈출 선언

by 최아정 에디터
2026.09.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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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퇴사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명한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짤이 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모습은 어느새 퇴사를 앞둔 직장인의 해방감을 대신 표현하는 이미지가 됐다. 마지막 출근을 마치고 단체 채팅방을 나서는 날, 이 짤 하나면 구구절절한 설명도 필요 없다.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며 기분 좋게 사원증을 반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익숙한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더는 견딜 수 없어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오는 사람도 있다. 일이 힘들어서, 사람이 힘들어서, 혹은 어느 순간 이곳에서는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마나 온라인 커뮤니티 속 퇴사는 조금 더 극적이다. 상사 앞에 사표를 시원하게 내던지기도 하고, 복권에 당첨된 뒤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복권 당첨을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일이 ‘퇴사’인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어쩌면 퇴사는 직장인들이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탈출 판타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게 사표를 던질 수 없다. 다음 달 카드값이 있고, 생활비가 있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다음 행선지도 있다. 그래서 직장인의 “퇴사하고 싶다”는 말은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 때로는 ‘지금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표현에 가깝다.

       

      그 마음을 너무나 시원하게 대신 말해주는 노래가 있다. 전소연의 〈퇴사할게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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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챌린지를 통해서였다. 짧은 영상 속 반복되는 후렴구만 들었을 때는 그저 재미있는 ‘퇴사송’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인의 속마음을 거침없이 내뱉는 가사가 통쾌했고,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후렴은 숏폼과 꽤 잘 어울렸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챌린지 노래가 나왔구나’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전소연의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퇴사할게여〉는 한 곡의 노래라기보다 한 편의 짧은 뮤지컬을을 보는 기분이다. 직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을 터뜨리고, 마침내 그곳을 빠져나오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노래 안에서 펼쳐진다. 출근과 업무, 상사와 눈치,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직장인의 마음을 대신 외쳐주는 순간에는 묘한 쾌감마저 생긴다. 실제로 사표를 던지지 않아도 노래를 듣는 몇 분 동안만큼은 함께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묘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퇴사라는 단어에는 이상하게 두 가지 감정이 함께 따라 붙는다. ‘드디어 끝났다’는 후련함과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막막함이다. 익숙했던 장소를 떠난다는 것은 자유를 얻는 일이면서 동시에 내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퇴사할게여〉는 그 불안보다 우선 지금까지 견뎌온 사람의 등을 힘껏 떠밀어준다. 괜찮으니 일단 문밖으로 나가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대의 말미에서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만났다.

       

      챌린지의 후렴만 들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로맨틱함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의 유쾌한 외침이라고 생각했는데, 노래를 끝까지 따라가자 퇴사는 단순히 ‘싫은 곳을 떠나는 일’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변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움직이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통쾌함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낭만적이다. 누군가 정해놓은 출퇴근 시간과 업무표를 벗어나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일단 한 발 내딛는 것.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로맨틱한 일이 또 있을까.

       

      우리는 흔히 퇴사를 견디지 못한 사람의 선택처럼 말한다. 하지만 어떤 퇴사는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이고, 어떤 퇴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이며, 또 어떤 퇴사는 나를 다시 좋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아마 이 노래가 수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오늘 당장 사표를 쓰지 못해도 괜찮다. 출근길 이어폰 속에서만큼은 마음속 사원증을 반납하고, 사무실 문을 열어젖힌 채 당당하게 걸어나가도 되니까.

       

      그렇게 몇 분 동안의 퇴사를 마치고 나면, 이상하게도 다시 오늘을 살아낼 힘이 조금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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