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많은 우연과 인연이 겹친 인터뷰가 또 있을까.
이 글의 인터뷰 대상자 ‘작가두도’는 그림책 작가이자, 작년 아트인사이트 마스터피스 인터뷰 대상자였으며, 나의 마케팅 교육 수강생 동료 ‘권하은’이다.
‘작가두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금 수강 중인 마케팅 교육의 수강생으로였다. 어쩌다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가 이미 지난해 아트인사이트 마스터피스로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놀랐다.
그렇게 많은 우연과 인연이 겹쳐 진행된 본 인터뷰에는, 그림책 작가이자 지금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두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10년간의 여정
‘나아가는 힘’을 글과 그림에 담아 독자에게 전하는 작가두도는 회사 생활부터 1인 출판, 그리고 마케팅 교육을 수강 중인 현재까지의 약 10년간 여정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3살에 리서치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업해서 5년간 일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였죠. 힘든 점도 있었지만, 동료와 선배들 덕분에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다 1인 출판을 갑자기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계기로 직접 출판사를 차리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혼자서 일을 하는 방식이 저와 잘 맞지 않았어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사람도 만날 수 없었죠. 그 와중에 회사를 다니면서 포스트잇에 그렸던 작품을 개인 SNS 계정에 조금씩 올리고 있었는데, 그 계정의 반응은 점점 좋아졌어요. 그렇게 퇴사 후 1인 출판사 대표와 작가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렇게 시작한 1인 출판사 대표와 작가의 길. 작가두도는 SNS와 오프라인 모두에서 조금씩 독자들과 교류하며 ‘작은 목소리의 이야기’, ‘콩콩씨의 밤’ 등 그림책 출판과 더불어, 'X'에서만 무려 1만 3천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SNS 작가라는 지금에 이르렀다.
“준비된 게 많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고요. 다행히 퇴사 후 얼마 되지 않아 한 공모전에 당선되었죠. 그렇게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방식과 목표
그의 SNS에 공유되는 작품들은 단순한 그림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짧은 글과 그림은 종이 위에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닌, 종이 너머의 독자 마음을 단숨에 관통하는 통찰의 힘이 있다. 문득, 그의 작품은 글과 그림 중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궁금해졌다.
“보통 작품을 그릴 때 글에서부터 시작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은 강한 감정이나 상황에서 출발하죠. 예를 들어 내가 지금 화가 나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 감정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일종의 순화 단계를 거칩니다. 그 과정이 우선 글로 정리되면,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구상하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들의 출발이 화나 분노와 같은 원초적 감정에서라는 점은 상당히 놀라웠다. 메시지의 시작은 그런 강한 감정이지만, 작가두도는 그 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정리하고 다듬으며 작품의 초석을 쌓았다.
“날것의 원초적 감정이나 상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부분만을 포착하는 건 경계하려고 해요. 감정에도 흐름이 있는데,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순간보다는 그것이 지나간 상태, 그러니까 그 이후의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사고하는 그 시점의 순간을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고심해서 만들어진 작품을 SNS상에 게재해도, 작가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반응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SNS는 사람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플랫폼마다 인기 있는 작품도 달라요. 그래서 SNS 작가로서 ‘좋아요’ 수나 공유 수와 같이 수치적인 부분을 목표로 잡으면 휩쓸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목표를 ‘진정성 있는 작품 만들기’처럼, 수치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잡는 게 중요하죠.”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 독서로 완성하다
독자의 반응이 즉각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SNS 세계에 비해, 작가두도에게 있어 ‘책’은 펼치지 않으면 닿을 수도 없는, 정적인 안정을 주는 매개체였다. 그는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다독’으로 버텨냈다. 특히 작가두도는 도서 ‘홀로서기 심리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목표를 잡는 방법’으로 예를 들면, 보통 결과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목표를 잡잖아요? 작업이 만족스럽게 되지 않은 날은 좌절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건 목표를 ‘오늘 선 하나만 긋기’처럼 작게 쪼개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렇다면, 작업에 있어 그에게 소재나 영감이 부족한 순간은 없었을까. 작가두도는 그런 순간마다, 직접 책을 읽으며 지식을 찾고 정리하며 스스로 길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모르기 때문에 그릴 수 없었던 순간이 있었죠.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 게임 속에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집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무작정 주택과 건물의 평면도와 구조도를 검색해 하나하나 분석했어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집의 평면도를 보고, 관련 도서를 읽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외국 부동산 사이트까지 찾아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자료를 보다 보면, 집이라는 하나의 건축물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어요. 예컨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택 내부에서 왜 계단이 항상 같은 위치에 있는지, 부엌과 연결된 뒷문이나 지하실이 왜 그 위치에 있는지 등. 결국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관심이 없었던 것들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 나가면서 그의 세계는 점점 그 깊이를 더해갔다. 매일 식물, 동물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책의 일정 분량 읽는, 소위 ‘병렬독서’하는 방식으로 반복했다. 그렇게 조금씩 쌓여간 지식과 상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작가두도만의 고유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흥미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그게 작품에도 드러나고요. 특히 ‘소재가 없어서 생기는 슬럼프’ 같은 건 있을 수 없게 되죠. 모든 것에 스토리가 있으니까요.”
이야기, 그리고 AI
스토리,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작가두도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 중 하나다. 그는 특히 판타지 게임이나 소설처럼 세계관과 스토리가 탄탄한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한 페이지, 한 장면의 그림만으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의 SNS 업로드 작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문고리새’이에요.”
‘문고리새’는 작가두도의 단편 이야기 그림책 ‘작은 목소리의 이야기’에 실린 작품으로, 문고리의 모양이 마치 새와 비슷한 모양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두 페이지의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 ‘문고리새’는 저절로 그 세계관을 독자가 상상하게끔 유도한다. SNS에 연재되는 작품들이 순간의 장면과 메시지를 담았다면 ‘문고리새’는 시작과 끝, 이유와 방향이 있는 이야기 형태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수강 중인 SNS 디지털 마케팅 교육의 관점에서, ‘책’과 ‘이야기’는 다소 전통적인 도구로 비친다. 그림과 영상을 단숨에 제작해 내는 AI 기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예술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작가두도는 디지털과 AI 기술 발전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했다.
“AI에 대해서는 ‘참고’만 하려고 해요. 전 다른 방식으로 이미 성과를 봤잖아요. 제가 가진 진정성으로, 저와 뜻이 맞는 좋은 분들과 함께 성장하는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그런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터넷 세상의 짧은 영상보다, 피부로 닿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도전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단단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두도는, 지금도 여전히 진정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유연한 태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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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기술의 발달로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도 벅찬 지금의 시대에, 깊은 통찰과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가두도의 작품은 독자를 위로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다. 이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개인의 삶에서도 드러났다. 어떤 환경에서도 그 힘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작가두도로부터, 창작뿐만 아니라 삶과 배움에 대한 태도까지 배울 수 있었다.
더불어 마케팅 교육 강의실에서도 늘 모두에게 먼저 밝게 대화를 건네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작품 바깥에서도 ‘나아가는 힘’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작가두도’이자, ‘마케터 권하은’으로써 앞으로 펼쳐나갈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본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신 하은 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