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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감정을 움직임으로 만든다면 -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 [만화]

픽사《모두의 리그》리뷰를 남기며

by 김혜성 에디터
2025.06.16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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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피니언은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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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모두의 리그》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소프트볼 챔피언십 경기 일주일 전. 팀 ‘피클스’와 그 주변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각기 다른 시점에서 풀어내며,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다.


각 에피소드는 인물별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같은 시간대를 반복하지만, 이야기는 매번 다르고 새롭게 느껴진다. 시선이 바뀌게 되면 인물의 고충과 감정, 사건도 달라지고, 이는 곧 서사의 방식마저 뒤흔든다.

 

《모두의 리그》의 비하인드를 보면 제작자들은 실사로 촬영할 수 있는 건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별난 아이디어의 집합체가 탄생했다. 캐릭터마다의 모션감이 모두 달라서 독창적인 움직임들이 펼쳐진다.


특히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픽사 특유의 강점이 잘 담겨있다. 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시각적 요소 전환될 때, 그 장면은 설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감탄하고 울컥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로리는 팀 '피클스'에 속해 있는 선수이다. 그녀는 소프트볼을 잘하고 싶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연습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불안과 싸운다. 챔피언십이 가까워질수록 그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거대한 존재로 형상화된다. 귀여운 표정과 통통한 몸을 가졌지만, 점차 압도적인 크기로 자라나서 로리를 짓누르게 된다. 이 시각적 표현은 불안이랑 감정이 얼마나 일상과 뒤섞여 있고, 얼마나 조용히 커질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챔피언십 경기가 끝난 뒤, 로리를 결국 소프트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기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던 걸까? 노력해 온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결말이 잊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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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선생님이자 소프트볼의 심판인 프랭크는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그는 타인과 소통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갑옷을 입히고 방패를 들고 선다. 모든 시선과 소통을 막아내기 위한 그 방어기제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 때마다 뜻하지 않게 일이 흘러갔고, 프랭크는 그럴수록 자기 갑옷을 더욱 단단하게 두른다.

 

그러던 그가 용기를 내어 연애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현실과 가상이 유쾌하게 교차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형광을 띤 아기자기한 SD 캐릭터로 표현되며, 프랭크의 내면에 숨겨진 낯섦과 설렘이 가볍고도 신선하게 시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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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셸은 팀 '피클스'에 속해 있는 투수 선수이다. 그녀가 혼란과 불안을 느낄 때면 마치 중력이 사라진 듯 공중을 부유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로나 안정이 전해지면, 그녀의 발은 다시 땅에 닿을 수 있다. 로셸은 공부도 잘하고 소프트볼도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소프트볼의 회비가 오른 것을 알고 자신이 잘하는 공부를 이용해서 돈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렇게 무언가에 무리하게 몰입할 때마다, 그녀는 정장을 입은 어른의 모습으로 변한다.

 

아직 중학생인 로셸이 불안과 책임 사이에서 무게를 견디는 모습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갓생'을 살아가는 중학생들의 초상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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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셸의 엄마 바네사는 두 아이를 혼자 키우며 누구보다 밝고 에너제틱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어디에 있든 분위기를 띄우는 인싸이고, 다른 아이들조차 그런 엄마를 둔 로셸을 부러워한다. 바네사에게는 삶의 활력소 같은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SNS이다.

 

인터넷 친구들과의 교감, 쏟아지는 댓글과 좋아요는 하트 모양의 무리로 표현된다. 이 하트들이 바네사의 주위를 유영하며 따라다니는 장면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성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식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던 그녀는 로셸이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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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4명의 인물이 더해지며, 8개의 에피소드는 서로를 보완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내용의 깊이와 색채가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버려지는 장면 하나 없이, 모든 순간이 정성스럽고 섬세하게 쌓인다.

 

《모두의 리그》는 어린아이부터 선생님, 부모 세대까지 각기 다른 시선을 동시에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현실적이고 조금은 어두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표현 방식은 마치 상상력이 풍부한 누군가의 상상 속에 있는 듯하다. 픽사가 아니면 구현하기 어려운 감성이다.


종종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로 여겨진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어린이용’이라는 오해를 가뿐히 넘어선다. 실사로 표현할 수 없는 상상력은 오히려 깊은 감정과 통찰을 전달한다. 그 어떤 장르보다 더 솔직하게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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