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오피니언] 시간을 담은 소리의 전당 - 오디움 [미술/전시]

수집과 애호의 찬가

by 여정민 에디터
2025.06.05 10:40

 

 

오디오 컬렉션으로 탄생한 국내 최초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 

 

수-목요일, 하루 5타임, 30명이라는 극소수 인원 제한으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이기에, 운 좋게 잡은 취소표는 이번 방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으며, 오랫동안 염원했던 오디움 관람은 기대 이상의 감동과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건축 미학이 돋보이는 오디움, 자연과 소리의 조화

 

오디움1[크기변환].jpg


 

오디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건축물 자체였다.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 대기 공간에서는 오디움 건축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 건축가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2만여 개의 파이프가 마치 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독특한 형상으로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압도적인 인상을 주었다. 건축가 쿠마 켄고는 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정문을 도로변이 아닌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방식으로 설계해, 관람객이 마치 물의 흐름을 느끼듯 자연스럽게 공간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오디움의 모든 전시는 자유 관람이 아닌 120분간 진행되는 소규모 도슨트 투어로 이루어져 있어, 건물과 컬렉션에 대한 몰입을 높였다. 또한 중간중간 배치된 청음 스테이션은 오디오의 진면목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했다.

 

 

 

오디오 역사를 아우르는 심도 깊은 컬렉션 탐방


SE-46dd80f2-9ce5-11ef-bdcb-45ad13ef8a5b[크기변환].jpg

 

 

투어는 3층에서 시작하여 1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으로, 오디오의 역사와 컬렉션 설명, 그리고 청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만난 컬렉션은 1950-60년대 가정용 오디오로, '하이파이(Hi-Fi)'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출력되는 웅장하고 생생한 소리는 마치 실제와 유사한 고품질 사운드를 가정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 시대의 도래를 가늠케 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을 장비의 소형화는 기술 발전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지금 보아도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의 오디오들은 앞으로 펼쳐질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1940년대 영화 음향 시스템의 양대 산맥이었던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과 독일 클랑 필름의 장비를 비교 청음으로, 깔끔하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는 당시 극장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크기를 줄이면서도 음질을 유지하는 혁신적인 오디오 시스템 구축의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귀중한 경험이었다.

 


SE-46e2d824-9ce5-11ef-bdcb-b96dc12e891e[크기변환].jpg

 

 

 

시대를 거슬러 오디오의 진수를 만나다: 2층 컬렉션

 

2층에서는 1920년대-30년대 오디오 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다. 시대가 거슬러 올라갈수록 오디오 기술의 변천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는 독특한 구성을 느낄 수 있었던 섹션이었다.

 

 

SE-46e76c06-9ce5-11ef-bdcb-7307dc36fe42[크기변환].jpg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적 번영은 영화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고, 극장은 대규모화되었다. 당시 진공관 앰프만으로는 넓은 공간에 충분한 음량을 전달하기 어려웠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웨스턴 일렉트릭의 '혼' 스피커였다. 얇고 넓게 퍼진 형태는 스크린 뒤에 설치하기 위함이었고, 이 혁신적인 설계 덕분에 관객들은 넓은 공간에서도 고음질의 몰입감 있는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음향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광역 알림 목적의 음질은 시대를 뛰어넘는 깔끔함과 명료함을 자랑했다.

 

 

 

오디오를 넘어선 예술적 교감: 특별 전시와 뮤직박스


 

축음기 이전, 기계의 작동 원리로 연주되는 뮤직박스 공간은 낭만과 화려함이 가득했다. 화려한 디자인과 기분 좋은 멜로디는 눈과 귀를 즐겁케 했으며, 코인을 넣으면 음악이 재생되는 코인 뮤직박스는 과거의 유산이 주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화면 캡처 2025-06-03 223937[크기변환].jpg

 

 

투어의 마지막 공간은 수많은 LP와 독특한 천 기둥 디자인이 인상적인 방이다. 이곳에서는 거대한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5곡을 청음할 수 있었다. 특히 첫 타임에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오르골의 소리는, 언젠가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함께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클래식 '맥베스'와 가을에 어울리는 재즈 등 큐레이션 된 음악은 청각적 즐거움과 함께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SE-506ae05d-9ce5-11ef-bdcb-750d2385308c[크기변환].jpg

 

 

한 방을 가득 채운 2만여 개의 LP 컬렉션은 오디오 덕후들의 대단한 수집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증과 수집 등 다양한 경로로 모인 이 방대한 컬렉션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행위를 넘어, 시간과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의미 있는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SE-507121ef-9ce5-11ef-bdcb-43beb3d07e3a[크기변환].jpg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오디움 관람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 높고 흥미로웠다.

 

뮤직박스부터 축음기, 오디오, LP, 그리고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오디오의 역사와 발전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빵빵한 사운드로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경험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선사했으며, 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건물은 머리를 맑게 해주었고, 다양한 크기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독특한 건축물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은은한 조명과 더불어 오디움이 선사한 전반적인 경험은 정말 색다르고 특별했다.

 

무엇보다 독보적인 컬렉션은 수집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이처럼 방대하고 독특한 오디오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오디오 애호가뿐만 아니라 예술과 기술의 역사를 탐구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수집'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디움은 단순히 오디오를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소리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사유를 확장하는 문화 공간이다.

 

 

 

에디터 명함.jpg

 

 

여정민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리뷰] 말도 안되는 콘서트인가, 영화인가 - 스탑 메이킹 센스 [영화]
  2. 02 [오피니언] 받아들이고, 알아차리기, 그리고 그럴 수 있지 [사람]
  3. 03 [오피니언] 환희, 황홀, 그리고 사랑을 담아 [공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