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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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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부쩍 후회가 늘었다. 원래도 후회를 많이 하며 살기는 했는데 최근에 더 그렇다. 지금을 충실히 하라는 충고를 익히 들었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이걸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있는 나를 본다.

 

70대 노인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 죽음을 앞둔 이들이 많이 하는 후회 같은 것을 뽑아놓은 목록에 빠지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 나를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두 가지를 못 하고 있다.

 

류시화 시인의 시 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돌이키고 싶은 그 기억은 열넷인가, 열다섯 어딘가에 있다. 그날 나는 엄마와 집과 떨어진 어느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물었다. 여기까지 하겠냐고, 지금 확실히 정하라고. 나는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고 그곳에 다시 가는 일은 없었다. 나는 정확히 그 지점을 후회한다. 그때 아니라고, 제대로 해보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중학생의 내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까지 나는 선명하게 기억난다. 정확히 적을 수 없으나 누군가에게 말해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몇 번을 생각해도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지만 나는 그걸 수만번 생각하고 끝에 이 꼬리를 붙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느 강사의 강의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은 바꾸지 못하는대로 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라고. 뭐 하나 틀리지 않고 맞는 말인 걸 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후회되는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아마 똑같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쏟으라고 하겠지. 그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그게 정답이라는 것도 안다.

 

큰 후회가 들 때마다 내가 한 것의 반대로 그 일을 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한다. 이건 단지 상상이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결과가 만들어졌을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 모른다. 말하자면 이건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는 말이라고 해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그런 알 수 없는 것에 집착해서 땅굴을 파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좀 불쌍했고, 나는 나를 불쌍하게 보기 싫었다.

 

그리하여 내가 이 후회를 극복하기 위해 돌아간 방법은 겨우 그거였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후회와 상관 있는 게 아니어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걸 보고 지금을 즐기기.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미워하지 않기.

 

이런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항상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것은 솔직히 아니다. 밤 늦게 잠 못 이루고 있으면 흔히 '새벽 감성'이라 부르는 감성이 나를 찾아와 고독과 연민으로 나를 몰아넣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이렇게 사는 사람인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말 뒤에 내 나름의 말들을 붙인다.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종이 위에 하나하나 적는 것이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다.

 

어차피 삶은 정답이 없어 내가 살아가는 그것이 정답일 테니, 오늘의 후회를 툭툭 털고 또 다른 길로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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