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애착: 메리 아인스워스의 애착 유형 실험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외로움과 관계의 단절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그 출발점은 유아기의 애착 형성에서 찾을 수 있다. 심리학자 메리 아인스워스는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는 낯선 상황에서 엄마와 떨어진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을 통해 세 가지 애착 유형을 정의했다.
애착 유형 첫 번째는 안정 애착이다. 엄마가 방을 떠나자 아이는 울며 불안해하다가, 엄마가 돌아오면 금세 진정된다. 두 번째는 회피형 불안정 애착으로, 엄마가 사라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돌아와도 무관심하다. 세 번째는 불안-양가형 불안정 애착으로, 엄마가 떠난 후 심하게 울다가 엄마가 돌아와도 분노와 혼란을 보인다. 이 세 가지 애착 유형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특성이 아니라, 이후 인생 전반에 걸쳐 인간관계의 ‘원형’이 된다. 인생 모든 관계에서 패턴화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중에서 회피형 애착에 주목하고 싶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고, 감정적 거리 두기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 겉으로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인 셈이다. 그리고 나는 이 애착 유형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1인 가구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혼자 사는 시대, 애착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1인 가구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13년차 장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들 수 있다. 이 TV 프로그램의 한 줄 소개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의 컨셉에 맞게 출연진들은 모두 혼자 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인 가구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독립적인 삶의 매력을 강조한다. 지난 13년 동안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킨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1인 가구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나 혼자 산다'가 인용된 기사 제목들의 수만 봐도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단순히 1인 가구 수가 늘어나는 생활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거리 두기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회피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회피형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은 ‘나 혼자 산다’라는 태도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회피형 불안정 애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린시절 중요 대상과의 관계가 애착 유형 형성에 많은 기여를 하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은 당연히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개인주의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애착유형이 중요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1인 가구가 되어 고립되어 살아간다면 언제든 회피형 애착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는 정말 혼자일까?
'나 혼자 산다’는 말 그대로 혼자 살아가는 삶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의 실질적 내용은 그와 다르다. 애청자로서 감히 말하자면 출연자들은 혼자 살지만, 결코 외톨이가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김장을 하고, 여행을 함께 떠나며, 때로는 기안84처럼 후배들과 벽화 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는 모교 강연에서 인연을 맺은 후배들과 보육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미술에 정답은 없다”는 명언을 날렸다. 후배들과 소통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성공한 선배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집에서 기상천외한 행동을 통해 웃음을 주는 기안84의 평소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반전 매력이 돋보였다.
요즘 TV프로그램 중 '금쪽같은 내새끼'나 '이혼숙려캠프'와 같은 사회적 갈등요소들을 다루고 있는 방송들이 많다. 너무 적나라한 방송 내용이 오히려 출산율과 결혼율을 감소시킨다며 비판적인 태도로 바로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들을 다르게 생각한다.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나 어려움들을 정면으로 맞서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도 1인 가구가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고독사 사망율이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1인 가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고립이 아닌, 연결을 연습해야 한다
나는 '나 혼자 산다'를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진정한 독립은 단절이 아닌 선택적 연결이다. 1인 가구든 공동체든, 건강한 애착은 결국 누군가와의 지속적인 연결 안에서 자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도 주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며 외롭지 않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사회 전체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의식적인 관계 맺기를 연습해야 한다. ‘나 혼자 산다’는 우리가 외로움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 속에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