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의 꽃 : 알폰스 무하 원하전
기간 2025년 3월 20일 ~ 7월 13일 (공휴일 정상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오래전부터 무하의 일러스트 한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 몽환적인 배경. 그 인상적인 잔상에 이끌려 이번 전시장을 찾게 되었다.
무하의 일러스트 전시인 [아르누보의 꽃 : 알폰스 무하 원화전]은 무하가 상업 예술가이자 민족적 화가로서 가졌던 정체성과 예술과 콘텐츠 산업 사이에서 그의 작업이 지닌 지금의 의미를 다룬다. 단순한 미적 감상에 그치지 않고, 무하의 예술 세계가 시대적 맥락 속에서 어떤 사회적 기여와 문화적 상상력을 가능케 했는지를 조명한다. 그의 오리지널 포스터, 판화, 드로잉, 유화, 도서 간행물, 디자인 장식 오브제 등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예술적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무하의 궤적을 따라 전시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무하가 프랑스로 건너가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한 초기 작업을, 2장은 파리에서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를 다룬다. 3장은 무하가 체코로 돌아와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작업에 집중하던 시기를 조망하며, 마지막 장은 ‘슬라브의 화가’로서의 무하를 그린다. 특히 체코 독립 이후 참여한 지폐·우표 디자인, 성 비투스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도안, 공공 포스터 등의 작업을 통해, 그가 어떻게 '국가적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동선 또한 이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어,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무하의 예술적 여정과 정체성의 변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각 장의 구성은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기 무하가 처한 정치적·사회적 배경과 예술적 고민을 드러낸다.
2장의 상업 포스터 중심 구간에서는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를 비롯해 광고물과 달력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며, 무하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어떻게 조율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였던 무하의 작품들이, 실은 전략적으로 기획된 이미지였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무하의 스타일은 ‘선’이 중심이라는 것이었다. 가는 듯하지만, 힘 있는 윤곽선, 그리고 정교하게 장식된 배경. 색채는 온화하면서도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인물들은 현실보다는 상징의 세계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종이 질감, 누런 바탕, 붉은 벽과 금 펄이 섞인 전시 벽의 조화는 신화적 감각을 한층 강화한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동백꽃 여인’은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의 표정, 주위로 펼쳐진 꽃들과 곡선의 패턴, 화면을 감싸는 장식 프레임까지 무하 스타일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무하 특유의 ‘존재감 옅은 인물 묘사’와 상징성 짙은 구성 방식이 가장 매끄럽게 구현된 대표적 작품이었다.
동백꽃 여인
LA DAME AUX CAMELIAS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장에선 '성 비투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도안'을 마치 실제처럼 재현한 공간은 마치 그때의 시대를 지금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러스트와 회화의 경계에서 무하의 화풍은 일러스트와 회화, 두 장르의 경계에 서 있다. 그는 인물의 피부나 옷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으며, 오히려 장식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들로 구성한다. 꽃, 별, 금색 프레임 등이 화면을 채우며, 구도는 대칭적이되 고요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과연 순수 예술가인가, 상업 예술가인가? 그 경계를 넘나든 존재 알폰스 무하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포스터, 지폐, 광고, 장식화 등 그의 작업은 대중과 가까웠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적이었고, 그래서 상업 예술가로서 더 조명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상업 예술가로서의 모습 외에도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예술가로 조명하며, 무하가 ‘시대를 꿰뚫는 콘텐츠 제작자’였음을 보여준다.
그는 단지 상품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속한 시대의 문화, 신념, 정치적 이슈를 시각적으로 해석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능했다. 무하처럼 지금도 ‘시각 언어’로 시대의 정체성과 감각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아름다움만을 좇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 인물이었다. 이처럼 무하의 작업은 단지 미적 영감에 그치지 않고, 기획과 전략,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담고 있었기에 더욱 오늘날에 가까운 예술가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무하가 남긴 시각 언어의 아름다움, 그 순수한 감각의 미학 자체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