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비 그리고 벚꽃이 공존했던 올해의 봄이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제대로 즐겨보기도전에 날씨가 심술을 부려 분홍빛이 가득한 봄은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초록색이 가득한 세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아침부터 저녁을 실내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이 주는 이 색채들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걷기에도 딱 좋은 온도와 습도,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의 향연을 조금 더 즐기고자 필자 역시 공원에 가는 빈도수가 늘었다.
학창 시절엔 주로 친구들과 야외에서 피크닉을 하는 기분으로 즐겼더라면, 요즘은 혼자여도 친구와 함께여도 그저 야외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시간 자체에 기분이 좋아진다. 키보드, 휴대폰 소리보단 사람들의 대화와 바람, 물소리 등이 더 공간을 채우고 있기에 평온하다.
이전에 한 영상에서 빈부격차는 점차 실외에 있는 시간의 빈도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생각해 보면 맞는 이야기이다. 밖에서 시간을 소요하기 위해서는 커피 한 잔이라도 요구되기 때문에 당연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깨고, 돈이 없어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공원’이다.
예전엔 사실 벌레를 핑계로 공원을 즐기진 않았는데, 부쩍 요즘 들어 ‘공원’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는 중이다.
아무래도 넓은 캠퍼스라도 마음껏 걷던 시기가 지나고 늘 같은 일상에 실내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게 된 일상의 변화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비록 사계절 중 공원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공원은 충분한 공공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싹 내려가게 해주는 반포한강공원의 무지개 분수도, 그저 쭉 걸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경의선숲길공원도, 초록색과 호수의 조화가 좋은 광교, 동탄호수공원을 비롯해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동네 공원까지. 이러한 다양한 공원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안식처이지 않을까?
점점 빌딩 숲과 외형이 똑같은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무리한 지하철 개발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에 사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공원같이 편하게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로 인하여 복잡해진 머리도, 며칠 동안 나를 옭아매었던 어려웠던 문제의 실마리도 오히려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 해결이 될 수 있다.
루소가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진정 우리를 위한 자산 ‘공원’을 충분히 만끽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