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 TO. TOTO’는 1990년 개봉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을 기반으로 하여 관람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전시다. ’이머시브‘란 관객 몰입형 예술을 뜻하는데, 단순히 눈으로 작품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예술을 체감하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이머시브’ 형태의 예술이 많이 행해지고 있는 추세다. 나 또한 작년에 ‘이머시브’ 연극을 한 바 있는데,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프로시니엄’ 형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형태의 공연을 행했다. 극의 캐릭터로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순간은 일상에서 주고받는 것 보다 훨씬 깊은 감정을 공유했고, 관객들이 그러했듯 나 또한 관객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컸고 그 에너지로 인해 내 안에서 새로운 감정이 피어오르곤 했다. 6개월가량 공연을 했는데 매일 다양한 마음들이 들어왔다 흘러나가곤 했다. 매 순간이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 역시 이머시브로 진행되는 만큼, 관람객들에게 영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신선한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갔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 ’토토‘의 추억과 성장,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서도 영화관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전시장 입구부터 ‘시네마 천국’ 속 영화관의 입구를 재현해 실제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외에도 전시장 내부는 영화의 주요 배경인 영화관, 광장 등을 구현해 ’토토‘의 삶을 생생하게 선사했다.
영화에서 ‘토토’와 영사 기사 ‘알프레도’는 서로의 둘도 없는 친구이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어깨너머로 영사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에 대한 고민을 ’알프레도‘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이후 ‘알프레도’는 영화를 상영하던 도중 발생한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된다.
시력을 잃은 후에도 ’알프레도‘는 ’토토‘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곁에 있어주지만, 청년이 된 ’토토’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배우라며 마을을 떠나는 것을 권유한다. 전시장에서는 두 인물의 깊은 우정과 ‘토토’를 진심으로 응원했던 ‘알프레도’의 마음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전시장의 각 섹션은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공간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이 분명했다. 시네마천국‘의 일부 장면을 앉아서 관람할 수 있도록 극장처럼 꾸며진 공간에서는 영화를 사랑한 ’토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영화의 명장면이 재생되는 공간에서는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을 보기도 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은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코네의 OST로도 굉장히 유명하다. 실제로 나는 영화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을 먼저 접했으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머시브 전시인 만큼, 전시장 내부에서는 영화 OST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을 더 깊이 청음 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했다. Ennio’s Music Room에서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OST를 서라운드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었다. 스크린 화면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이 재생되어 시각적 즐거움과 청각적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늘 이어폰으로만 듣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을 서라운드로 들으니 음 하나하나에 더 깊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의 지휘와 연주자들의 합에 따라 다양한 울림이 만들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한참을 그곳에 앉아 그의 대표곡 ’Love Theme’와 ‘Gabriel’s Oboe’를 들었다. 실제로 오케스트라 공연장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이머시브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의 노래 중 ‘The crisis’라는 곡도 굉장히 좋아하며 종종 꺼내 듣곤 한다. ‘The crisis’ 역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이며,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OST다.
이 음악은 엇박자로 떨어지는 음이 참 매력적으로 들리는데, 처음에는 어긋나는 음이 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듣다 보면 오히려 그 음으로 인해 오히려 곡이 조화롭게 연주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곡은 내가 한참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마음처럼 현실이 따라주지 않을 때, 포기와 꾸준함 사이에서 갈등할 때, 나의 꿈과 재능을 의심할 때, 이 곡에서 엇박자로 들리는 음표가 모든 걸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름’이 이상하지 않다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고향을 떠나 로마에서 유명한 감독이 된 ‘토토’가 중년이 된 모습으로 고향에 방문하는 장면이 상영되던 섹션이었다.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을 둘러보는 ’토토‘. 전시장 벽면에는 과거를 반추하는 그의 얼굴이 크게 담긴다. 단순히 추억에 젖은 얼굴을 넘어서서 많은 것을 담고 있던 ‘토토’의 눈빛은 왠지 슬퍼 보인다. 모든 게 변해버린 현재, 이제는 그저 기억 속에 머무르게 된 어린 시절을 마주했기 때문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