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나는 재즈 공연이 처음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고백한다. 나는 재즈뿐 아니라 음악 공연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 내가 재즈 공연을 보고, 그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꽤 큰 결심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세계는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경험으로 넓어진다. 내가 집에서, 극장에서 수백 개의 영화를 보더라도 그 임팩트는 현실만 못하다는 말이다.
경험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기. 무지함과 부족한 경험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이번에 시도해 본 건 공연과 재즈였다. 내 첫 재즈 공연이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첫 내한 공연이었던 건 분명 행운일 테다.
그들의 공연은 '재즈란 이런 것이다'를 알려주는, 친절한 입문서 같았다.
마티스 피카드는 올해 만 30세가 되는 프랑스계 마다가스카르 출신 아티스트다.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후 현재는 뉴욕 재즈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와 공연을 함께한 베이시스트 파커 맥앨리스터 역시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베이스 연주를 해왔고,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를 일렉 베이스와 더블 베이스 전공으로 졸업했다. 이후 그래미 수상경력이 있는 보컬 그룹 Sweet Honey In The Rock에 합류해 투어를 해왔다.
트리오의 마지막 한 명, 드러머 조에 파스칼의 이력 역시 만만치 않다. 11세에 Soultone의 영국 최연소 연도저로 선정되었고, 영국 길드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재즈 전문잡지 Jazzwise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에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가 2001년생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공연 내내 영어를 사용했지만, 따로 통역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순히 그들이 쉬운 영어를 사용했다는 이유 말고도, 그들은 언어 이상의 교감을 음악으로 해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우리는 세 사람의 음악을 즐기는 걸 넘어 그들의 악기와 하나가 되었다. 어머니를 위한 노래 'Hoazy'에서 마티스 피카드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들의 연주에 맞춰, 그의 허밍을 따라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날의 공연은 분명 내가 생각했던 재즈 공연과는 많이 달랐다. 재즈는 고상한 음악일 거라고, 배경지식이 없으면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재즈를 즐기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나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면 그게 바로 재즈였고, 그게 그들이 하는 음악이었다.
사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내 앞에 앉은 나이대가 있으신 한 관객분이었다. 마티스가 노래를 불러달라고 할 때 몸을 들썩이며 함께 반응하고, 즐거워하는 그 모습은 뒷자리인 나에게도 어떤 에너지를 느껴지게 했다.
언어가 온전히 통하지 않아도, 어떤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음악으로, 재즈로 하나가 된다는 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이런 낭만적인 정취가 가능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