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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재즈는 꽤나 접근성이 좋은 음악이다. 펍에서, 와인바에서, 그도 아니면 재즈 라이브를 하는 재즈바에서 공연 시간에 맞추어 공연을 하는 연주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즈의 즉흥성은 관객과 공연을 통해 극대화되기 때문일까. 술 한잔을 곁들이며 듣는 잔잔한 재즈 음악도 낭만적이지만 공연장에서 울리는 피아노 트리오의 음악은 결이 다른 에너지를 내뿜는다.

 

공연은 시작에 걸맞은 "Hello"라는 곡으로 시작한다. 그날의 공연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첫 곡. 그 곡이 채 끝나기 전에 눈치챘다. 이번 공연은 무척이나 신날 예정이라는 것을.

 

드럼의 펑크 리듬과 베이스의 그루비함에 다리가 들썩일 때쯤 마티스 피카드가 가벼이 몸을 흔들며 등장한다. 이윽고 블루지하다기보다는 실험적인, 아프로 리듬에 가까운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더 이상 이 들썩임을 참기 힘들 때, 참았던 흥을 폭발시키려는 듯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마티스 피카드는 그제서야 마이크를 들고 인사한다.

 

사실 진짜 인사는, 곡을 시작하면서 이미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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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위를 부유하는 우주 비행사: The Space Between Breath, Careless Thoughts, Sceneries


 

다음 곡인 "The space between breath"을 연주하기 전, 마티스 피카드는 명상하는 것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명상, 독서, 그리고 기도. 이 세 가지는 결국 본인에게 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이들은 숨과 숨 사이, 음과 음 사이의 공간을 연주했다. 그 여백은 무중력의 상태, 또 다른 space, 그러니까 우주 같았다. 붙잡아두는 것 없이 공연장 위를 부유하는 듯. 중간의 깊은 베이스 솔로와 트리오를 비추는 오묘한 조명의 색에 관객은 다시 중력에서 벗어난다.

 

검은색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다고 해야 할까. 그의 명상에 동참해 어딘가 더 아득한 곳으로 빠져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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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less thoughts"에서도 이 같은 감상은 이어진다. 다시금 붕 떠 있는 느낌 위로 생각이 쌓이고 또 흩어진다. 피아노는 한 겹씩 음을 쌓아 겹겹이 쌓인 구름 같은 생각을 표현하고 그 뒤로 베이스와 드럼이 따라온다. 감정의 물결이 출렁이는듯한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이러한 표현은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이루어지는데, 'Sceneries'에서는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피아노로 구현한다.

 

 


재즈가 관객을 위한 자리를 비워두는 법: Hoazy, Is This Love


 

이처럼 마티스 피카드는 피아노 앞에서 가만히 내면으로 침잠하기보다는 몸으로 대화하는 연주자에 가깝다. 그는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하고, 다리를 흔들거리며 노래도 흥얼거린다. 눈을 감고 연주에 몰입하는 것은 관객의 몫. 이 트리오는 오히려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응시하며, 변화하는 리듬에 맞추어 자신의 리듬을 바꾼다.

 

사실 관객도 눈을 감고 있을 시간은 없다. 마티스 피카드는 피아노를 치면서도 몸을 아예 관객석을 돌려 관객을 응시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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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노래라고 소개했던 'Hoazy'. 이 곡의 시작은 베이스와 드럼이다. 드러머가 드럼 브러쉬를 사용해 스네어 위를 쓸고 살짝 살짝씩 두드린다. 익히 들어왔던 쾅쾅이는 소리가 아닌 타닥이는 읊조림. 드럼 브러쉬가 만들어내는 소리에서는 마다가스카의 초원 위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베이스의 연주에서는 그 위를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들이 연상된다. 그리고 하나 더. 관객도 이 곡에 참여한다. 피아노 연주에 맞추어 가사 없는 음을 부를 때 이 노래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이 즉흥성과 교감. 피카드 트리오는 셋의 파티에 관객을 흔쾌히 초대한다. 'Is this love'에서도 마찬가지다. 'Is this love? Is this love? Is this love that I'm feeling.'이라는 감미로운 가사의 반복인 이 노래를 관객이 부름으로 곡은 완성된다. 피카드는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며 트리오를 소개한다. 드럼의 조이 파스칼(Zoe Pascal), 베이스의 파커 맥앨리스터(Parker McAllister), 그리고 피아노의 마티스 피카드(Mathis Picard). 그리고 관객 여러분까지!

 

 

 

이윽고 노래에 휩쓸리는: Inner 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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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곡을 제외하면 가장 마지막 곡인 'Inner Child'. 피카드는 곡을 소개하며 내 안의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커들링해주는 곡이라고 했다. 모두가 마음속에 어린아이를 품고 있고 그 아이였을 적 기억이 나쁘든 좋든 꼭 껴안아달라고.

 

루미큐브 같다는 이 곡은 마치 아이가 장난스럽게 피아노를 치듯 싱글 노트로 시작한다. 단순해진 음에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져들 때쯤 베이스와 드럼이 합류하며 피아노도 화려한 연주를 시작한다.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났다가도 마티스 트리오의 휘몰아치는 연주에 눈을 다시 떠 속절없이 휩쓸리고 만다.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던, 하지만 즐거웠던 시간이 끝나고 장난기 어린 그의 마지막 인사에 웃게 되는 것은 이들이 정말 스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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