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 by LUST
한 열매가 맺히듯 태어나
죽고 썩고 사라진다
나무와 나무가 나란히 서서 숲을 만들고 있다
구름과 구름이 스며들어 하늘을 뒤덮고 있다
덮인 눈 위에
덮인 마음
위에 덮인 눈
사라진 줄도 모르고 사라진 것들에 대해 쓰고 있다
희고 검은
얼룩
종이를 짓누르는
연필의
만져보면 느껴집니다
없는 눈이 되어 없는 것을 바라볼 때
언젠가 바라보았던 것은 언제나 나의 눈이었고
살과 피와 표정과 목소리가
사라지고서야
느껴 아는
그것을
붉고 푸른
줄의
흔적
한번 긋고
지워 버린
지난한 날들의 어둠이
종이 위에 스며들도록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좀 더 힘을 주어
누르고 눌러 부릅니다
무언가 남은 것이 있을까 하고
무언가 들린 것이 있을까 하고
그러니까
그것은 그것이었고
작고 없는 것
그것은 언제나 나였고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나뭇잎과 나뭇잎은 흔들리는 나무였고
흔들리는 나무와 나무는 사라지는 숲이었고
사라지고 사라지는 눈앞의 나무는 언젠가의 너였고
결국 모르는 사이에 다시
나뭇잎과 나뭇잎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스쳐 지나온 날들이
구름과 구름으로 되묻고 있었다
뒤늦게 알고 울고 걸어갈 때
다친 마음이 닫힌 마음으로 흘러갈 때
작고 없는 것이 천지를 덮고 있었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밟으며 나아갔다
이제니, 작고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