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LUST
틈이 벌어지는 세계 속에 욱여넣었던
하나의 눈먼 다리
필경 불구 된 신체가 버텨나갈 공간은 없었다
다만 남아 있는 건
녹녹히 터져 나가는 고기였기에
한쪽 다리는 표피로 다시 돌아왔고
잃은 균형과 허물어진 경계 속에서
비수가 박혀 웃고 있는 몸뚱이는
폐쇄가 깃든 모양을 중심부라 명명했다
버텨 나갈 것이 사라졌을 때
할 수 있는 건 작별뿐이었고
처분한 다리가 범람하려 할 때
가여운 눈으로 관망하였다
더듬어보는 기억은 찾을 길이 없어
전이되는 공포가 균형을 자꾸 허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