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나캘리]
오늘의 시는 신대철 시인의 시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에 수록된 시,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입니다.
중고 서점에서 무엇을 살지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해 읽어보고 곧바로 구입한 시집입니다. 전반적으로 자연에 대한 생생한 문장들이 돋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남과 북, 몽골 등 다사다난한 생활상도 엿보이고요. 그럼에도 화자가 자연을 얼마나 편안하게 느끼는지, 탁 트인 드넓은 풍경과 바람이 어떤지 마치 읽는 사람까지 느껴지는 듯한 감상에 들게 만듭니다.
여러 가지 좋은 시들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는 왠지 현실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주어 왠지 모를 편안함과 쉬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 뒤에는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나서, 다시 돌아가기를 부드럽게 권유해 주어 왠지 모를 용기가 나게 합니다.
무언가를 당장 선택해야 할 필요도 없고, 집 없이 사는 자도 되어보았다가, 한없이 힘들게 만드는 저 이글거리는 땅이 식어가는 끝 여름에 내려가 보라고도 합니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친절함과 배려, 온정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조금의 위안과 따뜻함, 푸르른 자연 속 풀벌레가 우는 소리 같은 게 떠올랐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찾아갈 곳이 없다면, 어딘가 가기조차 힘이 든다면 이 시집을 집어 들어 이 시를 몇 번이고 되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