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필요하다. 물론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제때 올바른 식단으로 음식을 섭취하고, 꾸준히 개인에게 알맞는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운동을 한 후의 보람과 조금이나마 달라진 몸은 훌륭한 자산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근육을 키우려면 올바른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일상에서의 실천과 습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은 어떨까? 예술을 체화하는 일에 있어서도 올바른 방법론과 습관화가 중요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은, 예술을 자주 접하고 체화시키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자면, 청소년 시기의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을 무작정 좋아하기는 했지만, 일상 속에서 예술과 밀접하지는 않던 학생이었다. 기껏해야 일 년에 두어 번 국립중앙박물관, 혹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하거나, 널리 알려진 작가의 국내 전시가 열리면 아주 가끔 나들이 삼아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기는 했어도, 정작 어떤 작가를 보고 배워야 하는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따위에 대한 취향의 정립은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이러한 나의 상태를 자각하게 된 것은, 부끄럽게도 대학 입시를 거치면서 였다. 단순히 눈 앞에 놓인 대상을 잘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주어진 주제에 맞추어 작품을 구상하는 문제를 맞닥뜨리자 스스로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드로잉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듯한 답변들만으로 그림의 주제를 채워야만 했다. 흰 종이를 나의 생각으로만 채워야 하는 상황 앞에서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람 치고 아는 작가도, 앞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도 없는 상태의 스스로가 무척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직 그런 가치관이 정립되기에는 일렀던 시기였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때 즈음부터 다양한 예술 분야를 접하고 취향을 정립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술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감사하게도 이전보다 예술 작품들을 접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 옛 작가들의 그림부터 시작해서, 현재에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현업 작가들의 전시까지 교내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고, 자연스레 외부 전시를 접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좋아하는 작가나 그림 취향을 물으면 나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고,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하고 싶은지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해, 더욱 좋았던 것은 예술 작품을 보고 조금 더 쉽게 감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작가나 작품의 배경, 혹은 시대적인 맥락 속에서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며 조금 더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나의 지식 세계를, 나아가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가능한 오래도록 예술을 접하며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앞서 설명한 것은 지극히 나의 사례이지만, 작품을 감상하고, 체화하는 일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학문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 [감상의 심리학]이다.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이루어지는 심리 행동만을 풀어낸 것으로 알았으나, 책을 읽을수록 누구라도 한 번 정도는 해봤을 생각인, '이게 왜 좋아?', '나는 00와 안 맞나 봐.' 같은 생각의 해답을 어느 정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한 번은 접했을, 혹은 접했더라도 취향이 아니었던 예술 작품들을 제시하며 함께 취향을 찾아가는 동시에, 작품을 감상할 때 느꼈던 기분에 대한 학문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인간미 있는 해설을 바탕으로 한 책자를 들고, 온갖 좋은 작품들로 채워진 미술관을 구경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품의 권위에 기대기보다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작용들과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그림을 설명한 덕분에 알고 있던 그림마저 새롭게 볼 수 있던 책이었다.
끝으로, 책 속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예술에 무딘 사람은 없고, 다만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작용들과 책 속의 그림들에 잠깐이라도 끌림을 느꼈다면, 이번 주말,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나러 미술관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