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월요일,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라는 이름의 뮤지컬 시상식이 열렸다.
작년에 이어 2회차를 맞이한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는 중소극장 뮤지컬을 대상으로 배우, 작품, 스태프들에게 다양한 상을 시상하는 행사이다. 이 시상식은 뮤지컬 기획사 '랑컴퍼니'의 안영수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혜화로운 공연생활'과 '놀유니버스'가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유튜브 채널 혜화로운 공연생활과 인터파크 티켓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오늘의 글에서는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중소극장의 작품성을 조명하다
우선, 해당 시상식은 서울 지역 700석 이하의 중소극장 뮤지컬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1,000석 이상일 경우 대극장, 그 미만일 경우 중소극장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1,006석에서 998석 규모로 축소된 광림아트센터 BBCH홀과 같이 중소극장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극장이 있고, 600석에서 700석 규모의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두산아트센터 연강홀과 같은 극장들이 있기 때문에 700석을 적정선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대한 많은 중소극장을 빠짐없이 고려하기 위한 기준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13일에는 '한국 뮤지컬 어워즈'라는 뮤지컬 시상식이 개최된 바 있다. 해당 시상식의 시상 부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사진 출처 : 한국 뮤지컬 어워즈 홈페이지
한국 뮤지컬 어워즈의 경우 '작품', '배우', '창작', '특별'의 네 가지 부문에서 시상이 이루어진다. 작품상에서만 400석 이상인 공연장, 400석 미만인 공연장으로 나누어 시상을 진행했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극장 규모에 따른 시상 구분을 따로 두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뮤지컬 어워즈의 수상작, 수상자들은 대부분 대극장 공연에 치중되었다. 아래 사진 속에서 강조된 네 건의 수상만이 700석 미만의 중소극장 작품이다.
* 내용 출처 : 한국 뮤지컬 어워즈 홈페이지 (특별상 부문 수상은 생략)
대극장 공연과 중소극장 공연 심사에 구분을 두지 않는 한국 뮤지컬 어워즈의 특성상, n주년을 맞이한 네임드 대극장 공연들의 스케일이나 티켓 파워로 인한 투표의 우세를 무시할 수 없다. 중소극장 작품들을 사랑하고, 그 작품성이 더욱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팬들로서는 조금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는 젠더 프리 캐스팅, 장르의 다양성, 여러 창작 초연 등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던 중소극장 작품들을 조명했다. 400석이라는 규모로는 다소 구분하기 애매했던 중소극장들을 700석 규모라는 기준 아래에 아예 통합하여 시상하니, 많은 작품들이 객석 규모에 따라 이 부문 저 부문으로 나뉘지 않고 후보에 노미네이트 될 수 있었다.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가 만들어 낸 수많은 시상 부문과 다양한 수상 후보들은 진정으로 중소극장 작품들을 챙기고자 한 주최 측의 섬세한 의도가 잘 반영된 부분이라 생각한다.
오프닝 무대에서부터 드러나는 자유로운 시상식 분위기
예전부터 시상식 문화, 특히 배우들이 참석하는 시상식 문화에 대한 말이 참 많이 오고 갔다. 축하 공연 무대를 바라보는 배우들의 태도가 너무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해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머쓱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청룡영화제에서 가수 '마마무'가 보여준 활약을 시작으로 현재는 시상식 분위기가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를 보고 나면 이제 다른 시상식은 심심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재치 있는 진행과 축하 공연, 럭키드로우 이벤트를 도입해 웃음 포인트를 많이 챙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시상식에서 작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오프닝 무대가 많은 '연뮤덕'들의 공감을 샀다는 점이다. 뮤지컬 <레드북>의 넘버 '난 뭐지'를 연뮤덕 맞춤으로 개사해 부른 것이다. 필자도 해당 오프닝 공연의 가사에 깊이 공감했다.
가사는 김대종 배우가 직접 개사했다고 한다. 사물함이 많은 것, 예매 대기가 터지면 통장이 거덜(?) 난다는 것 등… 가사에 나온 내용들이 공연을 사랑하는, 혜화를 오고 가는 관객들만 알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들도 저런 사소한 포인트들을 알고 있다는 게 마음에 와닿았다.
관객과 배우가 무대를 매개체로 울고 웃으며 소통하고,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공연의 호흡을 맞추어 나간다는 점은 중소극장 공연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이번 오프닝 공연을 통해 무대뿐만 아니라 혜화, 대학로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무언의 유대감이 관객과 배우 사이에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는 관객 투표와 관계자 투표 합산으로 시상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관객 투표의 경우, 관객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투표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대한 많은 관객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한 것을 주최 측의 의도로 추측해 볼 수 있겠으나, 관객 투표 100%로 진행되는 몇몇 부문(연출상, 작곡상 등)은 자칫하면 특정 극이나 배우에 대한 인기투표가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우려를 안 해볼 수 없다.
한국 뮤지컬 어워즈는 전문가 투표단 200명에 관객 투표단 100명을 따로 모집하여 심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관객 투표단 모집 절차가 따로 있었는데, 관람한 작품명과 관람 횟수를 기재하여 신청서 형태로 제출해야 하는 방식이다. 여러 작품을 다양하게 관람한 관객일수록 특정 극 또는 배우에 대한 애정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도입된 절차인 듯하다.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 또한 관계자와 관객 투표의 정확한 인원을 정해두거나, 관객 투표단을 따로 모집하는 등 투표 절차를 견고히 보완해 지금보다 더욱더 공신력 있는 시상식이 될 수 있도록 변모를 꾀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사진 출처 : X (구 트위터) '혜화로운공연생활' 공식 계정
(추후 시상식은 더 멋지고 넓은 곳에서 개최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2년 연속으로 시상식을 지켜보니, 중소극장에서 다작을 했던 배우들도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에서 처음 노미네이트 되고, 처음 수상해 본 경우가 많았다. 긴장한 모습으로 단상 앞에 서서 준비해 온 수상 소감을 말하고, 열정적으로 동료 배우들 앞에서 축하 공연을 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의 가치는 충분하다.
앞으로 더 많은 중소극장 작품들과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환희의 순간을 안겨줄 수 있는 혜공 인 더 파크 어워즈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