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꽃이다. 화가들은 자신의 시각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이들이다. 원체 아름다운 것과, 그것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이들이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는가.
‘꽃’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리 아름다운 것을 그동안 한 번도 진중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니, 지난날이 아쉽다. 더 많은 나날을 아름답게 채우기 위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작은 하지만 무거운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었다. 작디작은 꽃은 과연 어떻게 화가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이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꽃병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꽃이든 흙에서 자라나는 꽃이든, 꽃 한 송이에 대한 예술가의 반응이야말로 삶과 죽음에 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 - 책 속에 피어난 그림만 봐도 멍하니 빠져든다는 기분이 드는 황홀한 꽃그림이다.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색색의 꽃은 시각은 물론, 코 끝을 찡긋거리게 한다.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
무슨 말일까 천천히 곱씹어 보면, 나의 해석은 이러하다. 나의 어떠한 노력으로서 피워난 것은 하나의 예술이라 말할 수 있으며 그것이 핵심이 되는 꽃 부분이 되며, 그런 꽃과 항상 함께하고 꽃을 바쳐주는 초록 잎을 인생이라 표현한 것 아닐까? 예술과 인생은 하나라는 말을 꽃으로서 표현한 것 같이 느껴졌다.
조지아 오키프 - 꽃이라고 생각하면 여리여리하고 하늘하늘한 색감과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을 본 후부터는 꽃에도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조금은 도발적이기도 한 조지아 오키프의 꽃은 華(꽃 화)보다는 火(불 화)를 떠오르게 한다.
["털양귀비를 키우는 사람들은 절대로 봄에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조지아 오키프가 본인이 그리는 꽃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낸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리거나 또는 어떠한 행위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을 이처럼 아끼고 소중히 하는 삶은 정말 행복한 삶 아닐까란 하나의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된다.
카를 블로스펠트 - ‘파켈리아는 엘리자베스 왕조 시대 꽃처럼 생겼다. 비록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풋거름‘으로 사용되지만’ 풋거름으로 사용되는 꽃을 우리들이 한번 더 볼 수 있게, 알 수 있게 한 것은 카를 블로스펠트의 그림 덕분이다.
이렇게 잊히거나 모를만한 일들을 알게 해 주는 것 또한 화가의 일이라니 화가는 과연 어떠한 세상을 그려나가는지 광활한 마음이 든다.
앨리자베스 블래커더 - p68~69에 나오는 앨리자베스 블래커더의 '라눙쿨루스'라는 작품을 본 순간 단 하나뿐이 생각나지 않았다.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 요정을 아는가? 봄에 마법가루를 묻히고 돌아다니는 작은 요정이 살 것만 같은 꽃의 정원이 눈앞여 그려져 있음을 느꼈다.
반면 p158~159에 있는 앨리자베스 블래커더의 '양귀비'는 팅커벨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뿜어낸다. 동심이 모두 사라지고 난 후 홀로 남은 정원이 있다면 이 그림 속 정원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같은 화가에게서 느껴지는 전혀 다른 두 감정이 복잡해진다. 화가의 마음 또는 의도를 내가 단단히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가가 그린 세상을 보고 또 다른 나의 세상을 그려나가는 것 또한 괜찮은 것 같다.
작고 가녀리다고만 생각한 꽃을, 강열하고 힘있는 존재로 인식시켜주는 마법을 가진 책이다. 책이 가진 힘은 다양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아주 작은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 아닐까 싶다.
더불어, 책이 넓혀주는 시각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화가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