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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 잔상에 남아 있는 '꽃'은 어떤 모습인가요?

 

'꽃'을 상상했을 때, 누구나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서 변모하는 꽃을 발견할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 계절마다 마주하는 야생화(또는 들꽃으로 불리는), 매월과 매일의 탄생화에 맞춰 선물을 주고받거나, 좋아하는 색을 따라서 같은 빛을 띠고 있는 꽃에 마음을 빼앗긴 그 모든 경험이 존재한다.

 

그때마다 '꽃'은 온갖 감정을 형용하는 대상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형상이며,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형태이자,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된다. 이로써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눈부신 '꽃'과 '그림'은 우리를 맞이한다. 언제나 그곳에서 피어난다.

 

<화가들의 꽃>은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라는 부제를 담고 있다. 정물화와 풍경화를 포함한 회화에서부터, 시와 문학·건축과 인테리어·사진 등으로 일컫는 예술의 총체를 감상할 수 있으며, 여러 기법과 예술가의 개성이 느껴지는 화법을 발견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온갖 꽃을 보여주는 화보집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꽃병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꽃이든 흙에서 자라나는 꽃이든 꽃 한 송이에 대한 예술가의 반응이야말로 삶과 죽음에 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 프롤로그

 

이와같이 108가지 꽃 그림마다 다채로움으로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화가임과 동시에 식물학자, 사진가, 건축가, 시각예술가, (식물) 수집가 등의 또 다른 이름으로 활동했기때문이다. 끝없이 탐구하고, 더 자세히 관찰하는 태도. 그 안에는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순간을 포착하여 감정을 나눈다. 그렇게 개인의 경험과 여러 분야에 걸쳐서 조합된 영감의 원천은 매번 모습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밀려왔다.

 

모두 같지 않은 108가지 꽃을 볼 때면, 그림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감상자는 매료된다.

 

 

 

따뜻하고 평온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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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이나 장소가 다르고 또는 동시에 같은 것을 보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화가들의 꽃>에서 '세드릭 모리스'의 그림을 하나씩 찾을 때와 같이 말이다.

 

책을 읽으며 어떤 페이지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곤 했는데, 그 순간을 다 모아서 보니까 그의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마냥 밝지만은 않고, 또한 깊은 어둠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차분한 감정이 맴도는 색색의 빛깔.

 

세드릭 모리스가 남긴 자서전과 같은 작품으로 소개된 <몇 가지 발명품>에 이어서 <정원 풍경 NO.2>와 <피레네 산맥에서 온 꽃들>, 그리고 <피링의 꽃>과 <양귀비와 스위트피>, <관목>까지 한 편의 작품집을 보는 듯하다. 이를 다 보고 나면 묘한 기시감이 드는데, 바로 이 꽃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식물학자이자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모리스의 섬세한 시선에는 따뜻함이 묻어 있다.


 

 

낯선 감각에서 오는 익숙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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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크롬(사실상 최초의 컬러 슬라이드)을 활용한 <창턱의 제라늄>은 1907년 작품으로, 아련한 감정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묘사한다. 현재보다는 과거에 한 발짝 다가선 듯한 느낌의, 그러나 동시에 아주 가까운 감각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그 예로 헤매는 감정 속에서 먹먹함을 느끼다가, 이내 몽글몽글한 마음을 떠올린다. 이처럼 꽃의 잔상은 생동한다.


때로는 정지된 면에서 배경은 뿌옇고, 피사체인 꽃에 집중되는 시선을 마주한다. 이 순간은 오롯이 꽃만을 바라보고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면 시간이 잠시 멈춘듯한 착각에 빠진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고정된 꽃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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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에는 늘 신비함이 녹아있다. 우리를 그 장소로, 그때로 이끈다. 하루의 낮과 밤에, 또한 기쁘고 슬플 때에 서로의 곁을 내준다.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명화 속 꽃 이야기는 당신의 마음에 가닿기를 반복한다.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오랫동안 기억의 잔상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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