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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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장만큼 모호한 표현도 없다. 문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문명도, 고급스러운 것도, 실험적인 것도, 재밌는 것도, 대화도 문화라고 부른다. '문화가 아닌 것'을 떠올릴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랄 때가 있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전보다 많이 왜 이 활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왜 나는 이 활동을 하는가? 나는 글을 통해 공명심을 채울 생각이 없고, 나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마음도 없다.

 

그렇게 하나하나 지워나가다 보면, 아주 소박한 결론에 이른다. 나는 단순히 이 모호한 범주의 그룹에 있는 어떤 행위들을 감상하는 것이 즐겁다. 그 즐거움을 어딘가 남기고 싶고, 가능하다면 그 행위의 참여자들에게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라고 전하고 싶다. 후자는 따라오는 것이니, 전자가 나에게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 문화예술 행위는 왜 즐거운가? 이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렸다. '문화 이론'. 제목에서 어떤 독자를 저격하고 있는지 숨기지 않았다. 나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 제목에 이끌렸다. 내가 최근에 고민하는 모호한 현상에 대해 정성스럽고 다양한 설명을 제공할 것만 같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그러한 욕구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이 책이 겨냥했던 독자들-문화에 대한 학술적 가이드를 제공받고 싶은 이들-에 맞춘 이 책의 논리적 구조는 '예술적'으로 보일 만큼 완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책은 문화가 무엇인지, 초반에서 문화의 해석에서 주요한 기조를 세운 사람은 누구인지를 설명하고, 각 분류에 따라 다양한 학자들의 사상적 발전을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학술적 가이드를 제공하는 면에서, 이 책은 아주 훌륭하다. 사실 비슷한 목적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이질감-방대한 자료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원자료를 잃어버림, 쉽게 쓰는 과정에서 인상만 남음-을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다. 책은 독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집요하게, 당시 있었던 논쟁, 처음 제시된 개념과 용어의 발전과 이에 대한 전체, 가정, 한계와 이와 관련 비판적 관점을 소개한다.

 

방대한 레퍼런스와 각 장에 따라오는 추가 읽기 자료에서는 저자의 성실성에 경외를 느끼기까지 했다. 학술적으로 문화 이론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 문화 이론가뿐만 아니라, 인문학이나 사회학 전공자에게도 읽히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나는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싶은, 교양을 목적으로 한 독자로서 다른 이질감을 느꼈다. 대표적으로는 '문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사회학 개론서나 철학 개론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그렇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는 때로 문화를 대단히 낭만적으로 상상하지만, 문화 행위가 인간의 정신활동 일반 전체라고 정의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내적 자연 외에도 언제나 사회로부터 끝없이 영향을 받아 사고하고, 그 사고의 결과를 집단과 사회의 미묘한 역동 속에서 표현한다.

 

그래서 문화를 '읽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접근과 사회학적 접근, 심지어 경제학적 접근마저 동원할 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이런 각각의 접근에 대한 가닥을 잡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책은 맑스, 뒤르켐, 베버, 짐멜과 같은 사회학부터 상징적 상효작용론, 현상학, 민속방법론, 구조주의, 기호학과 같은 폭넓은 사상을 간략하게 제시한다. 후반에는 문화의 자율성에 대한 이론화에 대한 비판의식, 혹은 정치화에 대한 경각심을 남긴다.

 

각 장마다 다양한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 리뷰에서는 그 책의 내용과 범위를 간략하게 담아낼 재간이 없어 이 정도로만 소개하려고 한다. 다만 책을 전반적으로 읽은 입장에서 새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책의 서론과 1장, 2장이 책의 전체적인 구조를 떠받치고 '옮기고 나서'에 제시된 대략적인 해석이 책의 방대한 내용을 이해하는 길잡이로 사용하라는 정도다. '옮기고 나서'에서 느껴지는 역자들의 포부나 애정은 읽는 사람도 의지에 차오르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책의 완성도와 상관없이-책의 초반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인내심 있는 설명을 동원하기는 하지만-, 일반 대중으로서 책을 읽어가면서 이 모든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 문화란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즉,'문화학'이라는 것이 독립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사실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그렇다면 어떤 인문학적, 사회적 요소가 파슨스의 모델에서 자리 잡고 있는 '문화의 자리'라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떤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체계로 남겨두는 것이 적절한가 싶다. 문화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관점이 동원될 수 있다는 점이 문화현상의 복잡성을 보여주고,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보는 행위가 위험성을 담보한다는 점이 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문화'이론'인가보다. 처음에 구했던 질문이 명확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명확하게 답변을 거부하는 수많은 가설을 가지게 된 입장에서 나는 충분한 만족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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