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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당 포스터(제공 프로덕션IDA).jpg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은 군산의 한 빵집, 동백당이 광복 이후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군산에 친척이 있는 에디터는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군산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을 떠올렸다. 가족들에게서 종종 어릴 때 그 빵집에서 빵을 사 먹었던 이야기를 들었는데, 연극을 보며 오랜만에 그 기억이 떠올랐다.

 

연극은 동백당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산더미 같은 빚을 갚기 위해 어떻게든 빵을 팔아야 하는 동백당 사람을은 치즈케이크 시식회를 열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빵집을 살리려 한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져만 간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방법은, 사람들을 모아 조합을 만들고, 함께 빵을 굽는 것이었다.


빵집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상처와 사연을 안고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은 빵에서 드러난다. 빵은 서로를 치유하고, 그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이 연극이 특별했던 이유는, 빵이 단순히 무대 위 인물들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도 그 연결의 빵을 내밀었다는 점에 있었다.

 

이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객석의 배치이다. 극장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객석의 형태가 아닌, 무대를 중심으로 관객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배우들은 굳이 정면을 의식하지 않은 연기를 하고, 관객들은 연극을 보는 사람이 아닌, 동백당에 찾아온 손님의 역할이 된다.


연극 속에서 관객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닌, 함께 호흡하는 존재가 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는 배우가 자연스럽게 발을 조심하라며 소통하고, 빵 시식회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객석을 돌아다니며 모든 관객에게 빵을 나누어준다.

 

동백당의 이야기가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이야기라는 감각이 들었던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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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공연 중 받았던 빵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었을 뿐만 아니라 그 빵을 우리와도 나눈 동백당의 이야기는, 어쩌면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살아가며, 결국 서로의 온기 속에서 조금씩 위로받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 마치 연극 속 동백당이 그러했듯이.


공연을 보는 내내 관객이라는 위치를 잊고, 마치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동네 주민이 된 것 같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백당의 사람들이 그랬듯, 우리도 어딘가에서 계속 누군가에게 빵을 나눠 먹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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