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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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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3월이면 각종 페스티벌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양일간 kbs아레나에서 열리는 '2025 Soundberry theater(이하 사운드베리 씨어터)'는 봄 시즌 페스티벌의 문을 연다. 여름과 가을에 본격적으로 이어질 야외 페스티벌을 즐기기에 앞서, 사운드베리 씨어터로 기지개를 펴 보는 건 어떨까.


사운드베리 씨어터는 지난 16일 최종 라인업을 발표한 데 이어 24일에는 타임 테이블을 공개하며 페스티벌 날짜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양일간 각각 7팀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는 가운데 봄 바람과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음악부터 페스티벌의 흥을 돋우는 음악까지, 각 일자별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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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플레이리스트, 십센치


 

 

 

작년 사운드베리 씨어터에서도 헤드라이너였던 십센치가 올해도 토요일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다. 십센치는 청춘의 일상과 사랑을 솔직하게 담아낸 생활밀착형 가사와 독특한 음색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작년 1월에는 대중가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KSPO DOME에서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단독콘서트를 열며 15년차 아티스트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시절 십센치의 노래를 듣던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청춘이 그 음악을 또 찾는다. 십센치만이 지닌 '청춘의 느낌'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봄은 그런 십센치의 음악과 여러 모로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도 되고 서툴 일도 많은 이 계절은 십센치가 노래하는 청춘의 사랑과 닮았다. 소위 '청춘 3부작'이라 불리는, 최근에 발표한 싱글 세 곡 '그라데이션', '부동의 첫사랑', '소년'이 떠오른다. 특별할 거 없이 누구나 경험할 법한 풋풋한 감성을 담아낸 가사는 설렐 일 없는 사람의 마음도 붕 뜨게 만든다. 설레는 걸로는 뒤지지 않는 '폰서트', '매트릭스'도 봄에 듣기 좋다. 물론 설렘만이 봄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벚꽃엔딩' 일색이었던 봄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온 '봄이 좋냐??'도 십센치의 대표적인 봄 노래다.


페스티벌은 최근의 십센치만이 아니라 지금에 이르기까지 십센치의 걸음이 담긴 곡들을 고루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긴 활동 기간 만큼 다채로운 셋리스트를 기대해 볼 만하다. 작년 셋리스트를 참고하면 '쓰담쓰담', '스토커', '그게 아니고',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등을 꼽을 수 있다. 1집에서 3집 사이에 발표한 이 곡들은 요즘의 십센치 노래에 비하면 더 솔직하고 날것의 느낌이 강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매력이 있다.

 

 

 

포근하게 닿는 음악, 소수빈


 

 

 

토요일에 봄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해줄 또 한 명의 싱어송라이터는 바로 소수빈이다. 2016년 싱 'oh-i'로 데뷔 후 자신의 성격을 반영한 '소심 시리즈'를 이어가다가 입대 후 소식이 뜸해졌던 그는 제대 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고막 남친', '모달 음색'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준우승을 차지하고, 작년부터는 여러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EP앨범 [사랑의 소동]을 발표하고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소수빈의 음악은 잔잔한 멜로디와 거기에 어울리는 포근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 언제 어디서든 부담없이 듣기 좋다. 하지만 백그라운드 뮤직으로만 그의 음악을 만나 왔다면, 페스티벌에서 그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표현력이 풍부하고 섬세한 음색일수록 라이브로 들을 때와 음원으로 들을 때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대표곡인 '자꾸만 너', '난 행복해', '잘 되길 바랄게', '넌 내게 특별하고' 등으로 그 음색의 진가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단번에 꽂히지는 않을지라도 들을수록 그 맛이 우러나는 차 한 잔 같은 곡들이다.


더불어, 가장 최근에 발표한 EP앨범의 곡들도 이번 페스티벌에서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랑에 초점을 맞춘 이번 EP는 '아름다움만을 쫓지 않는 사랑'을 조명했다는 앨범 설명처럼 여러 사랑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첫 트랙 '그대라는 선물'부터 마지막 트랙인 '우리라는 건'까지 튀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흐른다. 봄보다는 겨울에 좀 더 잘 어울리지만, 이번에 들을 기회가 생긴다면 아직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즐기며 겨울을 떠나 보내는 마음으로 감상해보자.

 

 

 

보컬과 퍼포머의 매력을 동시에, 후이


 

 

 

봄철에 열리는 실내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잔잔한 노래로만 꾸려지지는 않는다. 페스티벌의 활기를 더할 아티스트들 역시 대기하고 있다. 토요일 두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오르는 후이도 그중 하나다. 워너원의 '에너제틱(Energetic)'을 포함해 펜타곤의 '빛나리', '데이지' 등 여러 곡을 작곡 작사하며 꾸준한 프로듀싱 활동을 해온 그는 최근 솔로 아티스트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한 해는 홀로서기를 한 후이를 여러 페스티벌 무대와 뮤지컬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작년에 발표한 EP앨범 [WHU IS ME : Complex]는 후이의 솔로 활동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발라드, 락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앨범은 그 매력이 잘 응축되어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앨범은 보컬과 퍼포머로서의 역량을 고루 보여주는 곡들로 채워져 있어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모두 충족시킨다. 특히 타이틀곡인 '흠뻑'은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후이만의 날카로운 보컬이 돋보인다.


작년 다른 페스티벌에서 후이는 '에너제틱', '빛나리'와 같이 그룹 단위로 불렸던 곡을 솔로로 소화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그런 무대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여러 멤버들이 군무를 추며 한 소절씩 부르는 대신 밴드셋에 한 사람의 목소리로 꽉 채워지는 곡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곡을 재발견하게 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완전체로 돌아온 엔플라잉


 

 

 

토요일 라인업 중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엔플라잉이다. 2015년 보이밴드로 데뷔한 엔플라잉은 '새로운 도약'이라는 뜻을 가진 그 팀명에 걸맞게 힙합과 록을 결합해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여 왔다. 밴드에 정체성을 둔 만큼 페스티벌 무대에도 꾸준히 출연해 왔다. 그러다 2022년 'COUNTDOWN FANTASY'에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리는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이번 사운드베리 씨어터에도 토요일에는 다섯 번째 순서로, 일요일에는 헤드라이너로 활약하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데뷔 10년 차를 맞은 올해는 그룹에게도 팬들에게도 특별한 해다. 무엇보다 최근 드러머 김재현의 전역으로 모든 멤버가 군백기를 마치고 오랜만에 완전체로 뭉쳐 활동한다는 의미가 크다. 작년 6월에는 엔플라잉 콘서트에서만 선보인 미발매곡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를 발표하며 올해 있을 완전체 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기다리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었던 이 곡을 이번 사운드베리 씨어터에서 드디어 5인조 완전체로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페스티벌에 오르는 아티스트 입장에서 어떤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일 터.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사람이라면 전주만 들어도 무심결에 흥얼거리곤 하는 엔플라잉의 히트곡을 들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2010년대 후반 중고등학생 모두가 들었던 '옥탑방'과 'Moonshot', 최근에 다시 주목받은 'Blue Moon'까지. 멤버들이 10년간 맞춰온 합으로 엔플라잉 특유의 유쾌하고 에너지 가득한 무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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